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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5일자 동아일보 주말판을 든다.
커버스토리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다.
‘돈많은 자기야 어딨니?’
대체 무슨 내용일까.
부자가 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부자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것, 둘째는 주식, 채권, 부동산에 투자해 부자가 되는 것. 마지막으로 첫째와 둘째의 조건을 갖는 데 성공한 부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20대 대상의 한 패션잡지가 최근호에서 제시한 ‘부자 남자 타입별 공략법’.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남성에게는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가고 땅 부잣집 아들은 ‘성형수술로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만든 뒤 튕기는 듯한 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사장 아들을 만나려면 ‘유학을 가거나 유학생들이 자주 가는 바 등을 노려야’ 한다나.
아하, 그렇구나. 이 글의 주제는 ‘돈 많은 부자와 결혼하는 법’이다. 기왕에 무슨 무슨 케이블 티브이 등을 통해 ‘백만장자와 결혼하기’가 이미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지만, 온 국민이 다 보는 중앙일간지에서 이같은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명 ‘혼(婚)테크’다.
“대학 때만 해도 여의사에게 최고의 배우자는 남자의사고 남자의사에겐 최악의 배우자가 여의사라고들 했어. 근데 요샌 남자의사에게도 여의사가 베스트지. 그만큼 남자들도 경제적인 조건을 많이 보게 된 거야. 병원에 계속 남으려면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선배가 우리 병원 교수 딸이랑 결혼하는 걸 보니 부럽더라. 그게 우리식 ‘로열 패밀리’야.”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계층 이동은 힘들다고. 결국 결혼 외에 부를 얻는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야.”
서울 강남의 동네 친구 3명의 이야기란다. 그런데 한 친구는 계급과 계층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쯤되면 명백히 ‘계급이동을 꿈 꾼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판검사는 싫어요. 월급 얼마 안되잖아요. 로펌에 들어가지 못한 신출내기 변호사도 사절이에요. 의사도 개업의가 아니면 사양이죠. 본인이 돈을 못 벌더라도 집안에 돈이 많으면 괜찮아요.”
이 글은 이어 20대 후반의 항공사 여승무원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70cm의 키에 청순한 마스크의 미인이라는 그녀는 불행히도 평범한 집안의 장녀란다. 얼마 뒤 그는 억대연봉을 받는 한 남성을 소개받았다. 그 남성은 명문가 여성도 마다하고 무조건 ‘키 크고 예쁜 여자’만을 원했단다. 그 다음날, 둘을 맺어준 매니저는 2명에게 동시에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글은 이어 ‘성공하는 혼테크’를 위한 전략도 소개한다. 골프나 승마와 같은 동호회에 무조건 가입하고, 멀고 비싸도 강남의 영어학원과 헬스클럽에 다닌다. 심지어 어떤 ‘알바생’조차 “아르바이트를 해도 패스트푸드점보다는 명품 매장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부유층과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매달리거나, 빚을 내 자식들을 명품으로 치장한 한 어머니의 ‘성공담’까지 소개한다. 이쯤되면 거의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혼테크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제 친구가 한 명언이 있어요. 돈, 집안, 외모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절대로, 동시에 두 가지를 얻기도 불가능하대요. 결국 그녀는 돈을 선택했지요.” 회사원 안모씨(31·여)의 말이다. 그 친구는 화려한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놀랍게도 이 글은 내내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무리 ‘트렌드’를 설명하는 ‘기사’라곤 해도 단 한 줄의 ‘비판’이나 ‘사색’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일관된’ 글이다.
게다가 그 옆엔 박스기사로 ‘진화심리학이 보는 결혼의 조건’이란 글도 배치했다. 무슨 말인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실리적인 도움을 찾아 결혼하지만, ‘사랑’이란 것도 필요하긴 하다는 이야기다. 즉, ‘시장경제 행위’인 ‘결혼’에 있어 무분별한 ‘계약파기’의 부작용을 막아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일종의 보증서란다. 하하.
이런 ‘주말특집판’을 읽은 우리의 주말은 초라하다. 행여 부부가 함께 이 글을 읽기라도 했다면 더욱 그렇다. ‘혹시 우리 보증서의 효력기간도 다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우리의 주말은 내내 우울하다.
장황하게 동아일보의 주말판 커버스토리를 소개했지만, 이처럼 우리네 일상과 동떨어진, 혹은 ‘동경’을 자극하는 기사는 이번만이 아니다. 가령 지난주 이 신문의 주말특집판 커버스토리도 그랬다.
‘단절의 벽 넘어 공동체로 살맛나는 우리동네’라는 제목의 기사는 서울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호화아파트 용산 ‘트럼프월드’ 주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이 서로 단절됐던 아파트 생활의 모습에서 벗어나 함께 파티도 열고, 골프, 헬스 등 여가생활도 함께 즐기게 됐다는 이야기다. 교수, 의사, 사장 등 성공한 상류층들이 모여 있는 만큼 교수는 주민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영화배우는 아이들에게 연기를 가르친다는 식이다.
이 기사는 한 주민의 말을 빌려 “모두들 고립된 섬처럼 살던 게 아쉬웠나 봐요. 단절을 깨뜨리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는데 계기가 없었던 것”이라고 전하며 성공한 공동체의 따뜻함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뒤 기자의 눈엔 이 아파트가 ‘폐쇄된 환상의 섬’으로 보였다. 이들이 앞으로 용산민자역 등으로 자원봉사를 나갈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공동체는 ‘그들만의 공동체’다. 사실상 ‘귀족클럽’에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의 마음은 두 갈래다. 동경과 질시.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열등감.
왜 이들의 눈엔 하필 초호화 아파트의 공동체만 눈에 띄었을까. 경기도 어느 한적한 마을의 크고작은 귀농 집단이나, 서울 마포 성미산 공동체 같은 서민들의 이야기는 왜 담지 않았을까. 이런 ‘배배꼬인’ 생각을 가지는 것은 기자의 그릇이 유독 너무 작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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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상류층이나 접근할 수 있는 곳의 소개를 ‘목적’으로 한 기사도 있다. 지난 8월 27일자 중앙일보 WEEK&의 ‘발칙한 호텔’이라는 장문의 기사가 그렇다. 최근 서울에 문을 연 세계적 유명호텔 ‘W 서울워커힐’를 소개한 이 글은 이색적이고, 특이한 호텔의 소개를 넘어 흡사 ‘호텔 선전물’ 같은 느낌을 준다.
한 아가씨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몸에 착 달라붙는 미색 티셔츠엔 W를 형상화한 꽃무늬가 박혀 있고, 짧은 가죽 반바지와 올 굵은 망사스타킹,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 차림이다. 파마 머리는 풍성하게 부풀려 있다. "유니폼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탈(27). 맡은 일은 1층 리빙룸의 바 '우바'(Woobar)의 팀 리더다. 쉽게 말하자면 선임 서빙 종업원. 짧은 인터뷰를 했다. 이내 속으로 뜨끔했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Woops(욱)!'. 놀기만 좋아하는 속 없는 젊은이인 줄 알았더니 미 미시간 주립대 경영학 석사다. 이전 직장은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베인&컴퍼니'.
연봉을 물었다. "예전 직장의 절반쯤…." "그런데 왜 여기서?" "W이니까요." "집에서 반대가 심했을 텐데?"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서빙이 원하는 일인가요?" "W이니까요."
‘집처럼 편안하고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컨셉’이라는 이 별 여섯 개까리 호텔의 객실료는 ‘일반’객실이 50만 원대이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의 1회 이용료는 무려 6만 원이다. 전화번호 소개도 빠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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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동아일보 주말판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POWER DINNER’는 더욱 노골적이다. 이 기사는 서울 63빌딩의 커버너스 챔버, 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 등 ‘대한민국 파워맨’들이 즐겨찾는 최고급 식당들의 소개가 목적이다. 이런 곳들은 주로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할 수도, 접근할 일도 없다. 회원권 가격만 1천만 원이 훨씬 넘는 곳들이다.
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의 이흥균 부지배인은 “예약이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만이 예약 전화를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직원들이 단골 고객 목소리만 들어도 누가 전화했는지 파악하도록 교육한다. 전화번호 국번을 보고 청와대 인사인지, 행정부 관료인지, 정치인인지 알 수 있도록 훈련한다. 방을 배치하는 것은 더욱 까다롭다. 누구에게 어떤 방을 주느냐는 무척이나 민감한 문제다. 자칫 잘못했다가 자존심을 건드리면 매출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 기사는 이어 파워맨들이 즐겨찾는 식당들의 리스트를 지역별로 지도와 함께 소개하고, 미국 처세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식사를 통한 인맥관리 팁’을 박스로 실었다. ‘이런 것이 고급정보다’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지만 왜 우리가 저런 고급식당들의 이야기를 주말판 커버스토리로 읽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른바 ‘웰빙’으로 상징되는 ‘삶의 질’이라는 화두는 이들 언론에 의해 ‘명품과 럭셔리’로 변질됐다. 가령 중앙일보는 최근 1백그램당 1만 원을 호가하는 유명 백화점 등의 한우고기를 ‘웰빙’란에 특집으로 소개했다. 1인분에 4만 원을 훌쩍 넘는 최고급 고깃집 11곳도 ‘웰빙’ 꼭지 아래 실렸다. 승마, 수상스키, ATV 등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레저’ 기사도 웰빙 혹은 건강이라는 섹션으로 꾸며진다. 하기야 ‘웰빙=돈’이라는 등식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 아닌가.
‘맛집멋집’처럼 주말나들이 ‘팁’을 소개하는 기사 역시 상류층 이야기 일색이다. 무슨무슨 특급호텔의 이벤트 행사나 끼니당 몇만 원씩 하는 레스토랑 소개가 주를 이룬다. 명절마다 호텔명절 특선 행사 소개가 빠지지 않는다. 때때로 특집으로 유명한 ‘라면집’이나 ‘떡볶이집’을 소개하는 글도 눈에 띄지만 메인 기사에 눌려 빛을 잃게 마련이다.
주말 특집판이 생긴 지는 신문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3년 전부터다. 2002년 1월, 주말 특집판을 발행하기 시작한 동아일보는 ‘20대가 보수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2003년 1월부터 발행한 조선일보는 ‘반지의 제왕’을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2002년 1월, 가장 먼저 주말특집판을 발행한 동아일보는 사고(社告)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WEEKEND를 펼치면 세상이 보입니다. 뉴 트렌드가 잡힙니다. 앞서가는 라이프스타일이 숨쉽니다. 비주얼한 미래가 있습니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매주 금요일 WEEKEND와 만나십시오.
동아일보의 말처럼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면, 우리의 삶은 참으로 초라하고 형편없다. 우리 노동자들의 일상은 아직 혼테크의 꿈도, 초호화 공동체의 바람도, 별 여섯 개 짜리 호텔에서의 숙박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들의 주말은 너무나 완전히 ‘저들의 주말’과 다르다.
더욱이 아직도 주5일 근무를 먼산 불구경 하듯 바라봐야만 하는 힘 없고, 영세한 노동자와 서민들은 이들 신문이 노래하는 주말을 접할 때마다 더욱 서글프다.
무엇보다 매주 혼신을 기울여 그놈의 주말특집판을 만들어내고 있는 언론 노동자. 정작 그들 역시 아직은 주5일 근무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해서 더욱 안쓰럽다.
이오성 기자 dodash@labortoday.co.kr
2004-10-15 오후 7:22:23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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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의 유행과 함정
윤찬영 / 전주대학교 교수 (사회복지학)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에 걸쳐 각종 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꼽으라면, 아마도 그것은 '웰
빙'일 것이다. 웰빙 의류, 웰빙 주택, 웰빙 체조, 웰빙 수면법, 웰빙 다이어트, 웰빙 투어, 웰빙 식
품……. 내가 들어 봤거나 본 것만 해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요즘 웰빙이란 단어
가 붙지 않은 상품은 팔리지도 않는단다. 같은 상품이라도 상품명에 웰빙을 붙여야 팔린단다. 그래
서 세상은 온통 웰빙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 참으로 웰빙이라는 말이 웰빙하고 있다.
웰빙은 'well'과 'being'의 합성어이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상태, 건강하고 쾌적하
고 여유 있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웰빙은 우리말로 흔히 복리(福利)라고 번역하는데, 이것은 복지
(福祉, welfare)라는 말과 거의 유사한 뜻이다. 우리 나라가 복지국가도 아닌데, 이렇게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아이엠에프 구제금융기를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에는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유행했다. 어느
광고에서 사용한 이 말이 유행어가 되면서 일반인들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인사말로 "부
자되세요"가 자연스럽게 쓰였다. 사회는 이른바 20 대 80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서
로 부자가 되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현실을 알기 때문인지 모르기 때문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명품에 대한 열풍이 불어 '짝퉁'이라는 새로운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세계적으
로 유명한 최고급 상품에 대한 선호가 낳은 현상이다. 어린아이들까지 명품을 찾다보니 명품을 살
수 없는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들은 명품을 베낀 가짜 명품이라도 손에 넣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짝퉁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웰빙이라는 말이 사회 전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 여성 잡지에서 미국 뉴욕에 부는 웰빙 바람을 소개한 뒤 우리나라에도 웰빙 열풍이 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전운동, 민권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추구하던 미국의 중산층들이 고도의 첨
단문명에 대항하여 자연주의적 삶의 형태를 지향하는 것을 웰빙이라고 한다. 인간을 비안간화하고
억압하는 현대의 물질문명보다 자연을 찾고 보존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건강함을 추구하는 경
향이 웰빙이라는 새로운 삶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차, 생식,
유기농 같은 자연식을 찾고, 요가와 명상, 달리기, 걷기 같은 자연친화적인 운동을 통해 몸과 정신
건강을 추구하는 것이 웰빙이다.
그런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처럼, 우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웰빙은 원산지
의 것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우리 나라의 웰빙은 부유층들의 고급스런 문화를 가리키는 것 같다.
비싼 유기농식품을 먹고, 고급 헬스클럽을 다니는 것이 기본으로 인식되어 있다. 아무튼, 웰빙을 어
떻게 받아들이든지 그것은 일단 비싼 것,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현실적인 평균
소비수준 이상의 것을 뜻하는 것이다. 실업난, 카드 빚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물론, 비정규직에
있거나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늘 구조조정에 불안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웰빙
은 그림에 떡이거나 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아니 오히려 주눅 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 원
천이다. 남들은 웰빙한다는데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웰빙은 이해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공해나 인체에 해로운 것보다
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돈이 들더라도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기 자신과 가
족,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자본들도 돈을 벌려면 지금과 같
은 방법을 벗어나 더욱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상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좋은 것 아
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겠다.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 건강에 해롭지 않은 소재로 지은
집에서 살면서, 생활의 고조도 몸과 마음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이루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웰빙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우선, 우리 나라에 퍼져 있는
웰빙은 돈이 많이 드는 것들이다. 일단 웰빙이라는 단어가 붙는 소비재들은 비싸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보통의 소비보다 더 비싼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
다. 사정이 이러하니 부자들이나 명품을 소비하면서 웰빙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갑자기 진시황이 떠오른다. 진시황의 웰빙 즉, 불로장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던가? 소수의 웰빙족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하는 걸까? 이렇게 되
면, 이것은 불평등에 지나지 않는다. 불평등을 품위 있게 위장하는 것이 웰빙은 아닐까? 저 위에 있
는 사람들의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한 삶을 바라보면서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무능을 탓
해야 하고 심지어 자신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보이지만, 결정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첫째는 지금 우리가 말하는 웰빙이 정말 웰빙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집단적인 건강염려증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몸에 좋
은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 광우병, 돼지 콜레라, 조류독감 때문에 사람들은
좀더 안전한 먹을거리를 원하게 되었다. 이제 육류는 더 이상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닌 것이다. 이제
온갖 풀을 뜯어 먹는 동물로 둔갑하였다. 아파트는 새집증후군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돈을 더 주고
서라도 몸에 좋은 집을 찾게 되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 우리는 근본적으로 웰빙할 수 없는 구조
속에 살명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외형적인 웰빙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둘째, 누가 웰빙을 정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자본이 광고를 통해 웰빙 상품 정하
면, 사람들은 그것을 소비해야만 자신이 웰빙 상태에 이른다고 믿게 되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그
동안 인간과 사회의 웰빙을 지속적으로 해쳐 온 주체가 누구인가? 바로 자본 아닌가? 좀더 건강하
고 품위 있는 소리를 원하는 소비자들, 집단적 건강염려증에 빠진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소
비를 하도록 주문하는 것이 자본이다. 그래야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그냥 음식보다 웰빙 음식이라
고 해야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서비스라도 웰빙이라고 해야 더 비싼 요금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가격의 급상승을 정당화 하는 것이 웰빙이다. 이러한 현상은 저렴한 상품에서도
나타난다. 흔히 값싼 것을 지칭할 때 껌값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것이 웰빙 껌이라면 사정은 달라
진다. 한 통에 1,2백 원 하던 껌이 각종 기능을 첨가하면서 5백 원으로 비싸졌다. 여기에 더 나아가
웰빙 껌을 천 원이나 2천 원에 판다고 해도 아마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심지어 웰빙 담배가 나온다
면 비싸더라도 잘 팔릴 것이다. 심지어 웰빙 담배가 나온다면 비싸더라도 잘 팔릴 것이다. 여기에
언론이 조금만 가세해 준다면 매출은 확실하게 보장된다.
웰빙이라는 화법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은폐하고 오히려 정당화 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서민들
을 현혹하고 있다. 진정한 웰빙은 탈상품화에서 찾아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 생산은 더 이상
웰빙을 가져올 수 없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형평에 맞는 자원의 분재,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화가 유지될 때, 진정한 웰빙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떠들고 있는 웰빙은 철저하
게 이기적인 웰빙이며, 불평등한 분배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새로운 음모와 갈등의 씨앗을 담고 있
다.
출처: <작은책>9월호
첫댓글 너무 돈만 생각해서 않되겟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고 웰빙에 관련된 것들이 좋은줄 만 알앗는데, 다시생각해보니 웰빙으로 인해 돈이 많이나가는군요,,,
요즘 사람들이 돈돈돈 한다지만 돈 때문에 결혼도 하는거 좀 무섭네요
돈은 없으면 안되지만 있어서도 안되는 존재인것 같다....
글을 쭉 읽어보니 전부다 돈에 관한 예기네요 남자는 돈이 많아야 이쁜여잘 만날수있고 여자는 이뻐야 멋진남자를 만날수있단 내용이 많은데 기가 죽네요 ㅠㅠ 이 내용을 보니간 성형수술하는 여성들이 이해가 갑니다 또한 선생님 글을 크게 해주세요 너무 안보여요,,,
나의꿈은 언론인이다. 즉, 아나운서를 지향하는 학생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를 쓰는 엉터리 기자들 때문에 나의 꿈의 욕망은 더 깊어져만 간다. 부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러한 한국경제에 썩어빠진 정신의 뿌리를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걸까? 그리고 또 하나의 걱정은 돈과 사랑을 거래하여 결혼까지 가는 국민들의 민심 또한 한탄스럽기만 할뿐이다.
너무 돈만 경향하는 시대가 온것같다
돈만 경향한다는 말이 어색하지 ^^ 돈만 지나치게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해야겠네.^^
돈만있으면 이세상에 모든 것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도있을수있으니 하루빨리 이러한 문제점들은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돈 많은 남자를 잘 잡아야한다.~ 이것 또한 남자에 속해질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운명으로 느껴진다. 이거 역시 남녀 차별 아닐까? 요즘에는 여자도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경우도 많지만, 아직까지도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인생을 편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는 점에서 아직도 여자의 한계가 어렴풋이 느껴져 슬프다.
일반서민은 즐길 자유도 없다는 얘기인가. 뭐든지 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사회가 한심스럽다
인간이 만든 돈이 사람을 조정한다니.. 이제 마음으로 사람을 찾는게 아니라 돈냄새를 맡고 사람을 찾아낸다니.. 역시 우리도 코가 발달한 동물인가?
졸려서요....히히
코가 발한 동물이라는 말이 참 와 닿네.^^
돈이 이세상의 전부는아니라고생각함
이세상이 돈만 있으면 살수 있는 세상이면 일반 서민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돈돈돈돈돈.. 이렇게 돈만 추구하는 세상이온것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는 우리의 사회와 문화가 창조한 세상이다.
세로7.5cm 가로15.1, (신권:세로6.8cm 가로13.5cm)의 종이쪼가리가 세상을 움직인다는게 신기할뿐이다
명언하나 나왔네.. 돈,외모,집안 중 하나만 선택하라, 둘은 절대 가질수 없다.
돈...돈이란 물질하나가 부자는더욱 부유하게 가난한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다니 돈이전부는아니다
돈이 행복을 살 수 없는것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정말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