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7회 사이펀 신인상(하반기) 심사평
발상의 새로움과 빼어난 언어 감각 등 충실히 갖춰
김정수(시인)
2022년 사이펀 신인상 본심에는 예심을 거친 6명의 65편이 올라왔다. 1차 통독한 느낌은 눈에 확 틔는 작품도, 떨어지는 작품도 없었다는 것이다. 각자 내밀한 시적 세계를 구축하고, 응축된 언어를 시세계를 펼치고 있었다. 나름 치열하게 시를 썼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다시 정밀하게 읽어나갔다.
「개종」 외 9편은 안정된 시적 지향과 전개, 완성도를 보여 오랜 습작을 짐작하게 했지만, 시적 대상과의 조응만큼 빛나는 문장이 이를 받쳐주질 못했다. 아무리 좋은 발상이나 생각, 사유도 언어가 담보되지 않으면 선자(選者)의 손을 망설이게 한다. 잡았던 손을 내려놓으며 많이 아쉬웠음을 밝힌다.
「녹슨 것이기에 소리는 날 것이다」 외 13편은 일상에서 시를 건져 올리는 실력은 빼어났지만, 이를 제대로 요리하는 데까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요리 전에 재료를 다듬듯, 비문과 군더더기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이제 상투적인 말이 되었지만, 그래도 ‘언어의 조탁’이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정진한다면 조만간 지면에서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캔들」 외 10편은 일상을 시화(詩化)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나 사물이나 시적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 평이하고 안일해 신선감이 다소 떨어졌다. 일상이나 사물의 관찰에서 시적인 것을 발견하면 과거가 아닌 상상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시를 문장으로 끌고 가려 하지 말고 상상력에 문장을 맡겨야 한다. 운문과 산문의 차이를 한 번 더 생각하면 시작(詩作)에 도움이 될 듯하다.
「개망초꽃」 외 9편을 읽으면서 의미의 차이는 좀 있겠지만, 하이데거의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언어가 존재인 나를 규정한다. 내 의미와 가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결정한다는 말이다. 시도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 아무리 좋은 발상이라도 언어가 새롭지 못하면 주목받을 수 없다.
「복어」 외 9편은 뚜렷한 주제 의식과 선명한 이미지, 활달한 시적 전개 등 장점이 아주 많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해주는 언어 감각도 돋보인다. 하지만 자칫 유희로 빠질 수 있는 유혹과 함정에 슬쩍 발을 담근 채 은근 이를 즐기고 있는 듯하여 선자의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자기 안에 침잠하는 시가 대세인 시대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현실 비판 의식은 분명 중요하기에 끝까지 망설였다.
석상진의 「흰빛」 외 9편은 발상의 새로움과 대상에 대한 직관, 무리 없는 시적 전개, 빼어난 언어 감각 등 현대시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시는 지극히 논리적인 장르다. 한 편의 시는 사물의 관찰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시어와 상상력, 진술 등이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의외성과 참신성을 요구한다. 석상진의 시는 이 모든 것을 충실히 갖춰 믿음이 가긴 했지만, 이 충실함이 자칫 시적 전형에 빠지거나 시적 여백, 개성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개성 강한 시인을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한 시인의 탄생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