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원관 영남녹검 부산연무 참 좋았습니다. 기본동작 자세교정시간도 가지고, 도재화선생님의 한차원 높은 검도관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근데 분위기나 장소 등 모든게 사뭇 진지하고 뭔가 응축된 느낌이어서 감히 사진기를 들고 이리저리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무 사진을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특히 심산님 사진 못찍어 올려서 죄송해요.
오늘 김봉암님께서 친히 저를 이끌고 나가셔서 상호연습을 해주셨고, 뒷풀이에서 따끔한 질책도 해주시고, 방향과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제 검도를 바로잡아주셨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봉암이행님 ㅎㅎ;; 정말 메말라 갈라진 땅에 한줄기 소나기 같은 소중한 깨달음을 주셨어요. 순수검도는 이래서 좋은거 아닐까요. 누가 날 위해서 쓴소리를 해주겠습니까.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궂이 그런말을 아끼는 세상 아닙니까. 우리 순수검도 정말 아름답고 좋은 것같습니다. 앞으로 봉암님 말씀대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것저것 생각안하고 몸으로 느끼며 죽도록 하겠습니다.
나리님하고도 상호연습을 했는데 제가 어거지로 끌고나가서 했습니다. 나리님은 바르게님과 하고싶어서 바르게님줄에 처음부터 끝까지 서계셨는데, 이거원.. 다른분들이 나리님을 가만 두질 않더군요,, 결국 나리님 여기저기 끌려다니시다가 바르게님하고는 하질 못했어요 ㅎㅎ.
나중에 바르게님께서 친히 나리님과 꼭 해주세요. 나리님이 바르게님과 못해봐서 한이맺힌듯..ㅋㅋ. 나리님하고 저는 마음이 잘맞아서(?) 그런지 제가 머리를 치면 자꾸 나리님 선혁에 제 죽도몸통이 걸리데요..신기신기.. 어떻게 죽도를 눕히지도 않고 찌름하듯이 제 죽도를 막으세요?? 하하.. 대단하십니다 나리님.
도재화 선생님과도 대련했어요. 도재화선생님께서는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 물흐르듯 칼을 쓰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쓰는 칼은 억지로 힘을 끌어올려 어거지로 치려는 것이고 되새겨보니 아주 부자연스러웠던 것 같네요. 선생님께서 상호연습중에 자세도 교정해주시고 저로서는 아주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총평하실때 저희들은 아직, 머리를 치기위해 바른 동작을 배우는 단계이지 머리를 치려하는 단계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깊게 새기고 상호연습때 억지로 득점하려는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똑바로 바른동작으로 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나비랑도 결전을 치뤘습니다. 나비랑은 5개월 전쯤에 대련을 해봤는데, 그때보다 칼이 엄청 빠르고 강해졌더라고요. 아니면 그때는 제가 막 호구쓴때라 살살해줘서 그런걸까요? 아무튼 내친구가 이렇게 칼이 빠르고 쎄니까 제가 기분이 좋더라고요. 한참 재밌어지려는 때에 북이 울려서 상호연습시간이 끝나버렸는데 무척 아쉽더군요. 다음연무때 각오해라 나비, 봉암님 말씀대로 와자자자자자자자자자 해주겠어!
연무를 마치고 1차로 대구뽈찜집에서 도재화선생님을 모시고 막걸리와 아구찜을 먹었습니다. 제 앞에 계셨던 검도리아님 아구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도재화선생님께 꾸중들었습니다. 하하. 검도리아님도 무척이나 유머러스한 분이시더군요, 저랑 나리엄마님이 앞에계신 중후한 분이 검도리아님인걸 알고 무척이나 놀랐답니다. 그리고 도재화 선생님께서 "순수검도가 머꼬?" 하고 물었는데, 어떤분이 "아톰님이 만든 동호회입니다" 라고 대답했어요. 그러니까 도재화선생님께서 하신말씀, "아톰칼은 순수아닌데?? 짬뽕칼인데?" 라고 하셔서 우리모두 배꼽잡고 넘어갔습니다. 하하.
2차로 문현동 칠성식당에 갔습니다. 곱창전문집인데 사람들로 터져나가더군요. 2차에는 김봉암님을 비롯한 울산팀4분과 바르게님,류성문님,나리엄마님,날으는한마리새처럼님,나비,저 이렇게 총 열사람이 남았습니다. 아주 오붓하고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바로 이때 봉암님께서 소중한 가르침을 주셨어요. 그리고 바르게님은 이때부터 술이 오르기 시작하셔서 엄청 재밌어지셨습니다. 바르게라는 아이디를 바르게되자 라는 미래지향적인 의미로 쓰셨는데 다른분들이 현재형의 의미인 이미 바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힘든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넋두리를 하셨습니다. 바르게라는 아이디로 우스겟 소리가 여러개 나왔는데, 바르게님이 '바르게할까?' 라고 바꿀까 하시니까 옆에 울산에서 오신 귀신고래님이 그냥 '바를까?' 로 바꾸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김봉암님이 "바르게형님, 만약에 귀신고래가 형님보고 바를까? 라고 아이디 바꾸라고 해서 형님이 바꾸면 나는 귀신고래 확 발라뿌까! 로 바꿀께요" 라고 하셔도 또 한번 뒤집어졌었죠 ㅋㅋ. 김봉암님과 이야기중에 일하시는 아줌마가 타고남은 불연탄을 옮기다가 봉암님 뒤에 떨어뜨려서 희귀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었죠. 타고남은 살색 연탄이 박살난걸 보고 문득, 어린시절 연탄놀이 (우유각에 연탄부스러기 넣어서 박수치며 먼지뿜어내던) 가 생각나서 또 한바탕 웃었어요. 김봉암님은 한단계 더 말씀하셨는데, 완전 다탄 연단으로 머리맞으면 하나도 안아픈데 타다말은 연탄을 머리에 내려찍으면 바위에 맞은것 같다고 하셨어요. ㅎㅎ 역시 봉암님은 살벌하게 노셨구나.
울산팀과 이번연무 시합때 부산대표로 출전하셨던 날으는한마리새처럼 님을 배웅하고 다시 더 오붓하게 류성문님,바르게님,나리엄마님,나비,저 이렇게 다섯명이서 호프집으로 3차를 갔습니다.
이때에는 바르게님이 상당히 술이 취하셨는데 한참 이야기와 술잔이 오가다가 갑자기 바르게님께서 나비에게 신경전을 거시기 시작했습니다. "니 잠자리! 니 씨, 일로와봐" 옆에 계시던 류성문님께서 "야는 잠자리아니고 나비다" 라고 해서 또 한번 웃었죠. 바르게님이 "뭐?
니가 나비라고? 니가 얼딜봐서 나빈데? 니는 나비아니다" ㅎㅎ;; 그런데 어려서부터 봐온 나비는 절대 굽히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바르게님의 공격이 계속되자 나비가 화낌에 "예 저 나비 아니고 나방입니다 나방" 그러니까 바르게님이 "나방? 맞네 니 나방이네, 저 콧수염 봐라, 니 콧수염 달린 나비봤나? 니는 나방이야!" 그러니까 류성문님이 "나비도 더듬이 있자나 그게 콧수염 아니가?" 그러니까 바르게님이 "더듬이는 콧수염 아니지, 나비는 팔랑팔랑 사뿐사뿐 하는게 나비지 니처럼 박살내는 칼이 무슨 나비고, 그거는 나방이 하는 짓이야~" 류성문님이 제제를 하시려는듯 "바르게가 이렇게 말한는거는 내가 아까 나비랑 바르게가 상호연습하는거 봤는데, 이번 연무에서 칼맞대본 사람중에 나비가 젤 나아서 그러는거니까 이해해라" 라고 하셨습니다. 하,, 진검같은 살벌한 느낌과 깊이를 알수없는 언변의 고단자 바르게님과 자기신조를 건드리는 사람에겐 절대 굽힐줄을 모르고 쏘아붙이는 나비와의 엄청난 신경전이 이제 막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바르게님과 나비의 성격으로 봐서 둘다 쇠몽둥이같이 치고받을게 뻔한데 옆에서 보는입장에서 손에 땀이 다 나더군요. 건배할때 맥주잔을 부딪힐 때도 바르게님이 부딪힐려하다가 빼버리시니까 나비도 빼버리고, 바르게 님이 "어라 이거봐라" 하시며 슬며시 맥주잔을 뻗으니까 나비도 슬며시 뻗었는데 또 바르게님이 쏙 빼버리시니까 나비의 귀에서 김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맥주잔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하다가 나비가 움찔 움찔 하다가 쑥 넣어서 짠 부딪히고 돌아서버리더군요. 바르게님이 "니 이 삐리릴리 일로 온나 내옆으로 온나" 결국, 용호상박 피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류성문님과 나리님은 포기하고 두분이서 다른이야기하시며 술마시고계셨고 나는 뭔일 날까봐 조마조마 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두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바르게님이 "나는 딴사람하고 상호연습할때는 눈을 봤는데 니랑할때는 콧수염을 봤다 이놈아" 하시니까 나비가 "저는 바르게님하고 상호연습할때 눈을 봤습니다, 바르게님은 제 콧수염을 보셨고요. 그게 뭐가 다른줄 아십니까?" 그러니까 바르게님이 "뭐가다른데?" 나비가 "다를거없습니다.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바르게님이 "뭐가똑같애 이새끼야 나는 니 집착을 봤어!" 하셨습니다. 그러니가 나비가 "제 무슨 집착을 보셨습니까?" 하자 ... 엄청난 말씀이 나오셨습니다.."나는 니 콧수염에 대한 집착을 봤다 이새끼야." 그순간.. 저는 뒤로 자빠져서 십분동안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쌓여있던 나비의 얼굴에서 갑자기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아.. 그때 그 긴장감과 웃음은 정말 아직까지 느낌이 강렬하게 남아있네요. 아무튼 정말 대단하신 바르게님과 나비입니다.
3차를 마치고 류성문님과 바르게님은 집으로 가시고 저랑 나비는 나리엄마님을 에스코트 해드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잠은 쏟아지지만 하루를 너무 값지게 보낸 것 같아서 참 행복했습니다. 아.. 다음 울산 연무가 벌써부터 기다려 지는건 왜일까요?
첫댓글 ㅋㅋㅋ 제 기대대로 재미있게 바르게님과 나비님의 접전을 써 주셨군요..ㅋㅋ 제가찍은 바르게님 사진 일품이죠? 어디가서 바르게님의 저런 모습을 보겠어요...?ㅋㅋ정말 즐거웠습니다~!
ㅋㅋ 술앞에는 장사없다는 류님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그 매서우신 바르게님도 술에 취하셔니 나리엄마님이 너무 귀여우시다라고 말했답니다~ ㅋㅋ
와~~하하하하~`너무 재밌습니다....바로 옆에서 보고있는것 같네요...역시 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분위기...멋집니다..화이팅~~
정말 잼있었겠당... 저도 꼭 가고 싶었는데... 오늘 형님 결혼식 치른다고... 어제부터.. 고생을... 집안과 집안이 합쳐진다는거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담 연무때부턴 꼭 참석을 하겠습니다... 검도를 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거 같은 기분이 든다는... ... ...
잠자리님 그때를 위해 갈아 놓아던 칼을 아껴두고... 그때 꼭 ... ... ㅋㅋㅋ 근데 정말 궁금한 나리엄마님과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언제쯤 올려 주실련지요...?/ 아톰님 산케이 도복입은 모습 정말 보고 싶습니다... 먼저 지르신거 같던데... 마냥 부럽다는... ....
창현씨가 수고가 많았겠네요. 이제 저희또래가 집안의 큰일에 심부름꾼으로 적극나서는 군번이라서,,ㅋㅋ. 아무튼 너무 고생많으셨고요, 다음에 꼭 오셔서 많이 가르쳐주세요. 흐미 그리고 나리님하고 비하인드 스토리 없어영..ㅠㅠ;; 나리님은 정신연령이 높아서 아저씨들만 좋아라하고 우리또래는 유치하다고 하는걸요.ㅋ
뒷풀이의 스타는 나비였나봐..벌써 고수들과 장소를 가리지않고 맞대결을 할 정도라니..다음에 만나면 칼을 먼저 내려야겠군..콧털..절대 깍지 말것..진짜 호랑나비되겠다 ^^
여하튼, 잠자리는 이번 연무를 통해 카메라맨의 탈피와 동시에 수준 높은 칼들을 접할 수 있었던게 가장 훌륭한 소득이군요. 사진 아쉽지만..후기 또한 사진과 같은 진한 감동과 감격을 전해 주네요..^^
제가 언제 유치하다 그랬어요오오...^^?!!ㅋㅋ /다만 뒷풀이 때 바르게님한테 눈빛을 all in~~ㅋㅋ 바르게님이 안아주실 땐 아주 그냥 황홀 했다우....>_<
헉~~바르게가 나리를 안아주다니...나쁜놈,,,,나두 아끼고 아끼는 나리를 덥썩 안다니...심산님의 명을 받은 류형님까지는 괜찮지만 담부턴 나의 허락을 받아랏...
언제가 됐던 다음 연무때 꼭 칼 한번 맞춰보길 바랄께요...^^
크크 저 다음 연무때 잠자리라고 명패 하나 만들어갈테니까 저좀 붙들고 나가주세요. 제가 어리버리해서 누가 붙들고 나가줘야되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