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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중증 질환을 앓지 않고 세상을 떠난 다면 복권 당첨 같은 행운이라고 보고 사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 염세적 야유가 아니라 100세 시대에 넘치는 스트레스와 꽉 찬 환경오염 속에 살면서 한 번도 큰 병을 만나지 않는다는 건 큰 축복이라는 뜻이다.
지난 3년간 갑상선암과 원인이 불분명한 몇 가지 난치병이 내게 왔고, 워커홀릭 혹은 이미 ‘열심병’에 걸려있던 나는 질병을 만난 이후, 투쟁하듯 투.병.생활을 했다. 친구들은 부지런히 투병 생활을 하는 나를 만나 위로를 건네거나, 웃기는 얘기를 잔뜩 해주거나 혹은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 끝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건강 검진 갔는데, 조직 검사하래서 결과 기다리는 중이야, 불안해”, “병원에서 **병이래, 나 어쩌지?”, “병에 걸릴까봐 두려워, 우리 같은 1인가구 들은 어째?”
친구들은 공감이나 위로가 필요해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해서 혹은 그냥 말할 사람이 필요해서 질병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열심히 말해주거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하거나, 그 불안에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질병을 경험하며 느꼈던 혼란, 불안, 두려움, 당혹스러움의 기억은 내가 겪고 있는 투병 생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하게 했다.
유방암 조직 검사 후 불안해하는 친구를 위해 의료정보를 찾고, 관련 환우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하고, 적절한 식이요법을 물어 A4서너장에 걸친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만성 장염 때문에 한의원에 갔더니 먹지 말라는 음식이 많은데 그러면 도대체 어떤 음식을 해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를 위해 내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몇권의 책을 뒤지며 자연식 식단을 짜주기도 했다. 누군가는 내게 정말 오지랖 넓다고 핀잔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했지만. 사실 그건 내가 질병을 경험하며 느꼈던 혼란, 두려움, 외로움... 그 일련의 것들에 대해, 내가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보내는 위로였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여기에 풀어 보려고 한다. 나는 의료 전문가가 아니고, 이십년 가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만 매달려 살았고, 내 질병들을 이해해 보려고 수 십권의 책을 읽어 댔고, 규칙에 따른 엄격한 생활로 투병생활을 해왔고, 국가에 등록된 중증 질환자이며, 난치병을 몇 가지 안고 있는 그리고 그 질병들을 벗어나 보려고 성실히 투병 생활을 했던 그냥 평범한 시민, 여성, 사람 1인에 불과함을 밝힌다.
아직 질병이 오기 전이라면 내 삶의 계획에 없던 질병이 내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도 좋겠다. 죽음을 미리 상상해 보고 준비해 보는 웰다잉well-dying처럼. 질병이 내게 당황할 틈도 없이 이미 내게 와 있다면 찬찬히 내 상태를 살펴보자.
Q. **질환을 진단 받았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게 진짜인건지도 모르겠고. 혹시 오진인건 아닐까. 나 어떻게 해야 해?
- 큰 질환이라면 검사 데이터(조직검사 샘플, CT, MRI 등등)를 가지고 다른 병원도 방문해 본다. 오진일 가능성은 적다고 하더라도 병원이나 의사마다 조금씩 다른 치료법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 암과 같은 조직은 건드릴수록 활성화 되므로 조직검사를 최소화 하라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병원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그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새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 병원에서 검사한 샘플을 들고 가서 진단을 다시 받거나 치료법에 대한 상담을 해볼 수 있다.
-> 갑상선 암의 경우 나는 최대 수술 병원인 Y병원에서는 전절제를 권했고, 한국 최고 병원이라는 S병원에서도 전절제를 권했다. 한국 빅5병원중 하나인 A병원 과장은 반절제를 권했다. 나는 수술은 최소화 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A병원 과장에게 수술을 했다.
-> 자궁 근종의 경우 A병원은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J병원은 복강경으로도 충분히 할수 있다고 했다. P병원은 방문은 안했으나 수술 없이 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정보를 받았으나, 충분히 검증된 방법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 방문하지 않았다. J한의원에선 한약과 침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정보를 받았으나 엄청난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방문하지 않았다.
- 내가 진단 받은 질환에 대해 공부하자.
: 내 질환에 대해 전문가인 의사가 치료를 하는 거지만, 나는 의심병이 많아서 여러 병원 정보를 찾아본다. 이유는 위에 언급했듯 의사마다 제시하는 치료법이 다를 수 있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짧은 진료 시간, 즉 3분 진료 시스템인 곳이라 충분한 설명을 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의료는 산업이기 때문에 환자의 건강이나 몸 보다 기업처럼 이윤을 더 중시하는 경우도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전문가에게 내 몸을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맡기는 건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특히 한국 같은 의료 사회에서. 환자가 본인의 질환 특성이나 상황을 알아야 어떻게 내 몸을 돌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의사가 여러 가지 치료법 중에서 선택을 하라고 했을 때, 나의 선택권을 행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아프고 나서야 대형 서점에 암 섹션 책꽂이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곳엔 의사나 병원에서 쓴 책들부터 민간요법 체험례까지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그 책들을 훓어 보는 건 자유지만, 검증된 신뢰 할 수 있는 저자의 책에 나온 정보만을 내 머리에 남기려고 노력했다.
- 동일 질환에 대한 커뮤니티를 찾아보자.
: 인터넷에 보면 질환별 커뮤니티가 상당히 많다. 질환에 대한 의학적 정보가 정리되어 있기도 하고, 관련 질환 유명 의사나 병원에 대한 치료와 수술 경험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의사별 치료법 특성이나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 의사나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선 그곳의 경험담은 주옥같은 정보가 된다. 덧붙여 질환을 경험하며 겪는 불안이나 답답함 등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는 것도 큰 힘이 된다.
->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겪고 있는 나는 수술을 앞두고 불안했고, 병원에 대한 불신이 많아서 여러 질병을 앓고 있는 나의 상황이 잘 고려될지 염려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입원 전 준비물부터 입원과 수술 그리고 회복 과정 및 퇴원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놓은 글들이 많았고.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입원과 수술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수술을 앞둔 염려로부터 한결 편안해 질수 있었다. 병원마다 환자에게 세세하게 설명하는 정도가 달라서 내가 선택한 병원에선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 보다 몸이 아픈 복잡한 심경을 가까운 누구에게 말해도 그 통증과 불안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한데, 낯모르지만 서로 공동의 질환이 주는 경험으로 그 안에서 위로와 공감이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는 좋은 곳을 잘 탐사해야 하지만 말이다.
Q. 나는 이제 환자라는 정체성이 내 삶에 추가 됐어. 환자로 어떻게 살아가야 해?
- 경제적 조력자를 찾아보자?
: 아프다는 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비와 생활비가 추가 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당장 수술비나 약 값등 의료비가 들기도 하고, 체력 때문에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기도 하고. 좋은 음식, 좀 더 건강한 주거 환경을 구성하다보니 아프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해 졌다. 아프면서 수입은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는데.
: 저축해 둔 돈보다 많은 금액의 의료비 등이 필요하거나 생활비가 바닥났을 때, 도움을 받을 지인들이 누가 있을지 꼽아 보자. 자신의 체력이나 조건에 맞는 일을 찾아보거나 평생 그 질병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 몸에 맞는 직업을 새롭게 찾고, 그 직업에 필요한 교육을 새로 받을 수 도 있겠다.
-> 나는 지인들이 나의 체력과 조건에 맞는 알바를 많이 구해주기도 했고, 현금으로 지원 받기도 했다. 그 경험속에서 우리 관계가 결국 사회적 안전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들었던 사보험의 도움도 받았다. 집에 중증질환자가 1명이 생기면 가계가 기울고, 2명이 생기면 파산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1인가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ㅜㅜ 우리끼리 보험을 구성해봐야 할까? 기업은 이윤을 위해 보험 상품을 만들지만, 우린 우리들의 안전망 차원에서 두레 같은 보험을 만들어 보거나 하는 것 말이다.
- 심리적 지지자를 찾아보자
: 아프다는 것은 삶의 계획이 틀어지는 경험이며, 몸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그것만으로도 버거운데, 들쑥날쑥 찾아오는 통증이나 불안들은 내 일상을 더욱 찌그러지게 만드는 것 같다. 단지 몸이 아픈 것뿐 인데, 병원에선 간단히 수술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정말 수술하면 괜찮아 지는지 재발은 안 되는지 걱정되고, 왜 나는 이병에 걸렸나 자꾸 질문하며 뭐가 잘못됐던 것일까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하게 될 때. 내가 뭔가 삶을 모조리 잘못 살아 온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내 일상을 덮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이 불안과 혼돈을 함께 나눌 지인들을 구축해보자. 흔한 질병이라고 하는데도 왠지 모를 자책감이 잘 주체가 안 될 때, 의사조차도 내 질환 앞에서 자신 없는 표정을 지을 때, 밀려오는 불안에 대해 토로 할 수 있는 친구. 아프기 전에는 쉽게 하던 것들이 아프고 난 뒤 사소한 것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하거나 아예 불가능 해졌을 때 느끼는 무력감을 들어주거나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 말이다.
-> 나는 투병 기간 동안 연인에게 그 많은 것들을 토로했다. 불안, 절망, 슬픔, 무기력... 그 과정에서 당연히 그 친구는 지쳐갔고, 우리의 관계는 행복하기 힘들어졌다. 그 토로를 여러 지인들에게 좀 나눠서 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아픈 사람은 신체의 물리적 증상 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과 혼돈이 함께 가며, 그 조차도 질병을 경험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우리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무엇이 있었다면, 질병 경험자 곁에 있는 그 친구의 힘듦을 내가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상상력이나 간접경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고백하건데 나는 그 친구에게 이런 나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정작 그런 나를 가장 견디기 힘들어 했던 건 나였다. 혼돈과 불안 속에서 떠도는 내 자신이 때로는 과대망상 환자처럼 느껴졌고, 괴물처럼 느껴지도 했다. 그 괴로움 속에서 최근에 <몸의 증언> 같은 책을 다시 읽으며, 그런 나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은 나의 지지자가 될수 있으면 좋겠다. 안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수 있는 리스트를 마련해 보자.
- 내가 겪는 불안은 당연한 것임을 존중해 주기
: 질병이 오면 누구나 당황한다. 질병을 예상하고 진단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만나는 무엇. 그리고 그 당혹스러운 일이, 내 인생 그러니까 내가 생존하거나 삶의 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몸에 찾아온 것이라면? 특별히 삶에 사건 사고가 벌어지지 않아도 때로 삶이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모든 인간의 보편성일 것이다. 심지어 자신 몸에 대한 핸들을 놓쳤다면, 그 불안은 정당하다.
-> 불안 때문에 힘들었다. 몸이 아프고 증세가 있는데, 원인은 찾지 못하고. 의사는 원인을 몰라 어떤 약이나 치료법을 처방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거나. 어떤 용하다는 한의원에선 내게 너무 늦게 왔다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절망감. 불안하고 우울했다. 평생 이렇게 아프며 살아야 하는 걸까.. 지금 겪고 있는 내 몸상태가 바닥인 상태인게 아니라 아직도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과정중에 있는 거라면? 그 현실에서 내가 불안한건 당연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다. 그러나 한창 투병 생활 중엔 불안해 하는 나를 견디기 힘들었다. 당장 죽을 병이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심각한 암환자나 여명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휘청 거리나.. 나를 자책했다.
나는 아프고 그 질병이 흔하고 수술만 하면 괜찮다고 의사는 말하는데, 나는 불안하다. 나는 아픈데 원인이 불분명 하거나, 의사는 심인성일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불안하다. 나의 불안은 당연하다라는 걸 나는 투병 생활 3년을 겪고 나서야 그나마 수용하게 되었다. 나는 불안해 하는 나를 너무나 불안해 했다.
Q. 아직 질병이 온건 아니지만 불안햄. 사보험을 더 들어야 하나, 저축을 늘려야 하나? 뭘해야 해?
- 진단을 받으면 나는 정신이 없는 상태지만, 의사는 치료자로써 빠르게 치료 계획을 말해준다. 당장 약이나 주사를 처방받거나 수술 날짜를 잡거나. 그런데 당사자는 질병을 진단 받은 것 만으로도 당황스럽고 이게 어떤 상황인건지 정말 이게 내게 사실인건지 믿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의사는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이 방법이나 저 방법중 어떤 것을 선택하라고 말하기도 하고,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데 갑자기 모든게 멍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보자라고.
- 질병이 왔을 때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래?
: 내가 찾아 본 바로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있고, 그 외 대체요법이 있는 것 같다. 서양의학 안에서도 비수술이나 수술을 최소화 하는 방법이 있고, 적극적 수술과 적극적 약물 치료가 있는 것 같다. 한의학도 침과 뜸을 주로 하는 방식과 약을 적극적으로 하는 방식이 있는 것 같고. 대체요법은 가장 고민이 많은 되는 영역인데, 나는 단식 풍욕 생채식 족욕 식이요법 등등을 오랫동안 시도했었다. 그리고 신뢰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 대체요법에 대해 물을 때,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이유는 역사적으로 검증된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이 엄청나게 혼재되어 있고, 무엇보다 시스템적으로 필터링 되지 않은 자칭 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 어떤 진단을 받으면 정신이 없기 때문에 주변의 많은 이야기들에 우왕좌왕 하기 쉽다. 통상 의사들은 질병을 확진하면 당연히 빠른 치료를 권할 수밖에 없고, 그게 수술이라면 당장 수술 스케줄을 잡아 준다. 주변에서는 이런 게 좋다더라며 무조건 도시를 떠나야 한다 부터 종교 체험례 그리고 뭘 먹고 나았다더라까지 엄청난 조언이 쏟아진다. 나는 어떤 음식이 좋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양파즙, 마늘환, 쑥...)이 아닌 경우는 더 더욱 신중하게 선택을 하길 권장한다. 그게 내 몸에 맞는지 아닐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섭취한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아프면 불안함에 귀가 팔랑거리게 되는 것 같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당장 무엇을 결정하지 말자. 그리고 비용이 비싸다면 더욱 선택을 일단 미뤄보자.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먹었는데 효과가 없을 땐 그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 이처럼 지금은 건강하지만, 막상 질병이 오면 어쩌지라는 막연한 불안을 가질수 있고, 그건 참으로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모든 생명체는 그 생명을 연장하고자 노력하는게 본능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다만 다행히도 인간이 상상력을 가진 존재라서 진단을 받기 이전에 우리 모두는 중증 질환을 만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치료법을 미리 생각해 볼수 있고, 한번쯤 그런 상상을 해보길 권해본다. 상상해 보자. 나의 가계도에 있는 질환중 하나를 다음 주 내가 진단 받는다면 어떨지. 유쾌한 상상은 아니지만, 괴로움을 음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을 보다 잘 계획하고, 원하는 삶을 향해 가기 위해 한번 시뮬레이션 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질병이 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직면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있고, 막연한 불안을 휘발시키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상상은 일인가구로서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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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가구와 건강: 이것만은! <- 박스로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 나의 주치의 만들기!
: '평소와 달리 혈색이 안좋아, 요즘 잠을 잘 못자는 것 같아, 유난히 화장실을 자주가네....' 스스로 인식 못해도 생활이 밀착된 사람이 알아 봐 줄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걸 전제로 하고. 1인가구들이 뭔가 자신의 감각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알아차림을 도와줄 시스템이 없거나, 가까운 지인들이 있어도 그런건 '함께사는 가족'들이 관심 가질 영역이라고 마음을 기울이지 않는게 관습이고 예의라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 내가 나의 건강 상태를 매 순간 인식할수 있는 건 아님으로 신뢰가 가는 의사를 주치의로 만들어 보자. 의료생협도 좋고, 그런걸 말해 줄수 있는 직장 동료나 동네 친구 그외 자주 만나는 지인을 만드렁 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큰 질병이 아니더라도 이상적 증세에 대해 질문해 볼수 있는 의료인을 찾아 보자. 의료 생협일수도 있고, 동네 가정의학과를 여러곳 가보다가 신뢰가 가는 의사를 발견하면 좋고, 내 몸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주는 대화가 통하는 한의사도 좋겠다. 몸의 이상징후가 느껴질 때, 찾아가서 상담해 볼수 있는 곳 말이다. 힘 없는 환자와 위계적 의사가 아니라 "관계'가 있는 그러니까, 그 환자의 몸과 삶을 함께 고려하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 말이다.
- 아플 때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3!
: 친구, 애인, 엄마... 내가 아플 때, 당장 달려와 줄 수 있는사람! 병원에 함께 가줄 사람! 힘듦을 토로 할수 있는 사람! 연말이나 연초에 다이어리 정리 할때 한번씩 리스트 업 해보자. 내년엔 애인 위치의 이름이 바뀔 수도 있고, 멀리 있는 엄마가 아닌 동네친구가 3위로 등극 할 수도 있겠다. 지금 손 꼽아 보니, 비상연락망 3명이 구축이 안된다고 절망 하지는 말자. 이제부터 구축하면 된다. 중증 질환을 진단 받기 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까-_-;;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이 내게 온다는 말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 되고자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라는 게 아니라, 다른 1인가구 친구들의 어려움을 내가 함께 나눔으로써 '따로 또 같이' 사는 관계를 형성해 보자는 뜻이다.
- 119를 이용하자!
: 119는 연락하면 신속히 달려온다. 내가 당장 죽을 만큼 위독한 게 아니더라도, 문틈에 손을 끼어 피가 철철 나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손이 떨려서 뭔가 챙겨 혼자 병원에 갈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을 방치하지 말고 과감히 119에 도움을 요청해 보는 건 어떨까? 병원에 동행 할 사람이 주거(사고) 공간에 있다면 그 정도는 응급 상황이 아닐 수 있지만, 1인가구에게 그건 응급 상황임이 분명하다. 응급 상황에 대한 기준은 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비장애인, 혈연 혹은 그룹 가족을 이루고 있으며, 쾌적한 주거환경(집이 5층인데 엘리베이터가 마련되어 있다)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응급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덧붙이는 팁>
진료비가 과잉청구 된 것 같은데 확인할 방법 없나?
우리 동네 병원과 약국 어딨지?
항생제 적게 처방하는 병원은 어디지?
이런 질병 수술을 많이 한 병원은 어딘거야?
이 질병으로 수술하면 얼마나 들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www.hira.or.kr
첫댓글 1) 부제가 적절한가요? 제목 고민을 넘 못하고 있네여;;
'질병을 만났을 때 덜 당황하거나 잘 아프기 위하여' 이런게 더 낫나?
2) <민낯>에 좀더 근접 하기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계속 덧붙여 봤어요. 그게 꼭 우리 잡지 이름이 아니더라도. 우리 잡지가 그런 느낌이면 좋겠거든요.
1인가구들, 특히 여성들은 여러가지의 방어기제등을 사용해야만 (공격이나, 비난으로부터) 안전하거나 편안하게 살아 갈수 있으니. 그런걸 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이나 고민을 많이 드러내 보려고 했는데. 그게 독자에게 전달될까요?
3) 건평원이 광고하는 내용이 저러하고, 제 좁은 경험에선 유효 했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런지는? 함께 검증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