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드디어 대학생이 되면 자유롭게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줄 알았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그들에게 ‘신앙’에 시간을 할애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한두 번 주일 미사에 빠지다보면 어느새 신앙과 멀어지게 된다.
이런 대학생들을 위해 2대리구(대리구장: 박성대 요한 교구장 대리 신부)에서는 12개의 대학교가 있는 경산, 그 중 영남대학교에서 2013년 9월부터 주일 오후 5시에 권대진(다마소, 당시 2대리구 청년담당) 신부가 주례하는 미사를 마련했다. 그렇게 미사를 봉헌하던 중 2014년 2월, 압량성당에 권대진 신부가 부임하면서 ‘압량대학생거점성당(2대리구 대학생시범본당)’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기 시작했다.
압량대학생거점성당 권대진(다마소) 주임 신부는 “그동안 봉헌해 오던 주일 오후 5시 미사를 이제 본당에서 봉헌하고 있는데 첫째, 셋째 주에는 본당 젊은이들이 미사의 모든 준비를 하고, 둘째 주에는 떼제 미사로 봉헌하고 있으며, 넷째 주에는 본당 젊은이들이 미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청년들을 초대하여 미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2015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흩어져있는 친구들(권 신부는 대학생들을 그렇게 불렀다.)이 한 자리에 모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3월 15일에 ‘경산지역 대학생 전체 개강미사 및 파스카 홍보미사’를 준비하여 90여 명의 친구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고 들려주었다.
대학교 진학으로 기숙사생활을 하거나 자취를 하는 경우 연고지가 전혀 없는 곳에서 스스로 성당을 찾아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방학을 하거나 졸업을 하면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거나 그 지역을 떠나게 된다. 이런 특별한 상황에 맞추어 압량대학생성당의 중심은 ‘젊은이들의 신앙을 이어주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거쳐 간 젊은이들은 100여 명, 그 중 지금까지 활동하는 인원은 30~40여 명 정도. 권 신부는 “매주 새로운 친구들이 나오고 있지만 고정되는, 묶어둘 수 있는 인원이 아님을 잘 알기에 학교로 찾아가는 사목을 하고자 한다.”면서 “활동 중인 친구들의 학교부터 차례로 방문하여 숨어있는 신자나 냉담자, 비신자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의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압량대학생거점성당의 젊은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복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서너 명 씩 소그룹을 구성하여 각 그룹의 조장들이 김 레베카 본당수녀와 매주 화요일에 미리 공부를 한 후 그룹별로 자유롭게 진행한다. 그리고 영남대학교에는 로스쿨 가톨릭 동아리 ‘엠마오’가 있는데 김 레베카 수녀가 매주 목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과 함께 짧은 교리나 신앙 나눔, 복음나누기 또는 동아리 임원들이 구성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 저녁 8시에 김 레베카 수녀가 지도하는 예비신자 교리반이 운영되고 있다.
조항일(리노) 젊은이는 “작년에 여기서 세례를 받은 후 개인적으로 힘들거나 복잡한 상황에도 성당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큰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이윤영(비르짓다) 젊은이는 “신앙 안에서 또래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참 좋다.”고 하였다. “학교 근처 약국에 붙여진 홍보포스터를 보고 찾아오게 되었다.”는 이영훈(율리아) 젊은이는 “집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혼자 생활하는데 신앙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우광우(미카엘) 젊은이는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먼저 다가와 친근하고 편하게 대해 주셔서 성당에 오는 것이 항상 즐겁다.”고 말했다.
김 레베카 수녀는 “그동안 냉담하거나 하느님을 모르고 살아 온 친구들이 대학교에 와서 새롭게 하느님을 만나면서 교회 안에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먼저 다가가서 손 내밀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관심’이기에 새로운 친구들이 오면 기본적인 정보파악 후 그 친구의 사진을 찍어 휴대전화번호와 함께 저장한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짧은 복음 소개나 묵상, 전례내용을 정리해서 초대 글 형식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친구들이 조금씩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제나 수녀의 ‘관심’이 곧 ‘하느님의 관심’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느끼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심’을 ‘신앙의 끈’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권 신부와 김 레베카 수녀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것은 바로 본당에서 활동 중인 젊은이들 가운데 타 지역 학생들의 가정과 본당에 김 레베카 수녀가 쓴 손편지를 보낸 것이다. 김 레베카 수녀는 “학기 중에 이렇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총 50통 정도의 편지를 보냈더니 본당 신부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거나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주신 부모님도 계셨다.”면서 “다들 무척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들의 신앙을 위해 교회와 부모님이 함께 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권 신부는 큰 계획을 하나 세우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압량대학생센터’ 건립. “신앙 안에서 친구들이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권 신부는 “대학생센터에는 카페, 스터디 룸, 교리실 등을 갖추게 될 예정이며, 본당 내에 위치하므로 신부와 수녀를 자주 만나다보면 교회나 신앙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5월에 착공을 시작하여 올해 완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건립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 권 신부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2대리구장 박성대(요한) 교구장대리 신부님께서 적극 지원해주고 계시며, 2대리구 내 각 본당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많이 부족하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모금활동을 펼쳐나가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젊은이들을 위한 자리가 잘 닦아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압량대학생거점성당이 앞으로 젊은이들을 위해, 젊은이들과 함께 얼마나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압량대학생거점성당 : 053) 817 - 5885 / 김 레베카 수녀 : 010 - 3474 - 5995
압량대학생센터 모금계좌 : (대구은행) 505 - 10 - 163880 - 9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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