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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0월 20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020화] 대학을 기능학원으로 만들어서야
중앙대가 경영대ㆍ의대ㆍ공대ㆍ로스쿨 위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하면서, 경영대의 정원을 대폭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기 쉽게 말해 장사가 되는 실용학문 위주로 학교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고정된 대학정원 안에서 문과ㆍ사회ㆍ자연대는 크게 축소되든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중앙대의 의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 대학들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단지 대학의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학과를 백화점 식으로 운영하면서 내실이 못 미치는 졸업생들만 양산해왔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취업에 필요한 기능인력을 키우는 것이 낫다는 게 중앙대의 생각인 것 같다. 기업이 운영을 맡은 대학답게 당장의 효율성을 고려한 파격적 발상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위험한 단견이다. 우리는 그 동안 여러 이유를 들어 인문학, 넓게는 사회과학을 포함한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재 한국사회의 위기는 기능인력의 부족이 아니라 폭넓은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함께 갖춘 전문교양인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중세에 시작된 대학의 원래 목적도 교양인을 기르는 것이다. 사회적 윤리와 책임감, 창조성과 미래의 비전을 갖춘 인재는 절대로 취업용 기능교육으로는 길러질 수 없으며, 기초학문의 발전 없이 국가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세칭 명문대일수록 실용교육의 한계를 인식하고 응용학문 전공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도록 하는 등 학문간 통섭을 고민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중앙대가 만들겠다는 대학은 심하게 말하자면 기업 부설 취업전문학원에 다름 아니다. 단언컨대 이는 도리어 학생들의 장기적 경쟁력을 죽이고 학교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존립에 내몰린 부실대학이라면 이런 식의 특성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대 정도의 학교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이 다른 대학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020화] 유럽산 쇠고기 수입 허용한 한-유럽연합 FTA
지난 15일 가서명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영문본)이 공개됐다. 그동안 밀실 협상으로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논란을 빚었던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과 서비스-투자 분야의 역진 방지 조항이 최종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유럽산 쇠고기 수입이 허용되고, 자동차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양허 내용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타결된 것은 유감이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게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협정문을 보면, 동식물과 식품에 대한 수입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에 따라 결정한다고 명기돼 있다. 현재 유럽연합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으로 광우병 위험통제 국가로 분류돼 있어 유럽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유럽산 쇠고기는 미국산보다 광우병 감염 우려가 훨씬 크다. 광우병 발생이 2006년 이후 미국에서는 1건만이 보고된 데 반해 유럽 지역에서는 같은 기간에 무려 600여건이 보고됐다. 우리 검역 당국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다.
자동차 등 공산품의 관세가 대폭 낮아짐으로써 유럽연합과의 교역 규모가 한결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의 경우,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대형 자동차에 대한 관세(10%)가 3년 내 철폐됨으로써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미국 시장 개방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섬유, 가전제품, 신발 등에 대한 관세도 대폭 낮아짐으로써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비해 유럽 지역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우리 쪽이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소형차에 대한 관세 철폐는 5년 이내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가 더 불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27개 나라로 이뤄진 유럽연합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7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다. 우리에게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 규모가 큰 지역이다. 그만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회 비준에 앞서 각 조항들이 갖는 문제점들을 꼼꼼히 따져 최대한 보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계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1020화] 학생 수 감소, 단·중·장기 대책 세워야
서울 강남교육청이 영희초등학교와 대청초등학교를 통폐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학생 수가 적은 농어촌학교가 폐교되거나 통합하는 일은 자주 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 그것도 명문학군이라는 강남에서 초등학교가 통폐합하는 것은 저출산의 심각한 단면을 보여준다. 서울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을 초과하는 초등학교도 많지만 15.5명에 불과한 미니학급도 있어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해마다 평균 152개의 초중고교를 짓고 8246명의 교사를 신규 임용한다. 2008년 기준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29.2명, 중학교 34.7명, 일반계고교 35.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06년 기준)인 초등 21.5명, 중등 24.0명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학생 수가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면 곧 교실과 교사가 남아도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 수 변화 추세를 분석해 학교와 교사의 수급대책을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정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 연령대 인구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09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19만7812명이 적은 347만4395명이었다. 2003년 417만5626명에서 6년 만에 70만여 명이 줄어들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각각 2011년, 2014년이면 감소세로 돌아선다.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5년,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학교 수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 통계청 분석이다.
전국 12개 교육대학 학생들이 어제 동맹휴업을 결의한 것도 교사정원 동결이나 임용축소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우리 공교육이 OECD 수준으로 내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학생 수 감소 추세가 뚜렷한 판에 교원을 무작정 증원할 수 없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교과부는 교원 증원을 원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예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한 것은 근시안적이다.
장기적으로 신규 임용 축소는 불가피한 만큼 교대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 무능 교사 퇴출이 용이해져야 신규 교사 임용도 늘어나는 만큼 교원평가제도 차질 없이 시행해야 한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 용이하도록 학교용지 매매에 관한 규제도 풀 때가 됐다.
[조선일보 사설-20091020화] 2012년 4월 17일부터 전작권 행사할 준비 돼 있나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오는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최종 결정은 2012년의 상황 평가에 기초해서 내려지겠지만 (현재로선)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 대변인도 19일 "2012년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준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부시 정부의 2007년 2월 합의에 따라 2012년 4월 17일 오전 10시부터 한·미연합사령부가 갖고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오고, 이에 맞춰 한·미연합사도 해체될 것이란 말이다.
2007년 합의에서 준비 기간으로 잡았던 5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우리 준비는 얼마나 착착 진행되고 있을까. 전(前) 정권은 전작권 반환을 무슨 제2의 독립운동이나 되는 것처럼 선전했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재 상황은 그런 민족적 포퓰리즘으로 단순화시켜도 될 만큼 간단한 게 아니다.
우리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세계 4위의 군사강국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은 올 들어 2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환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포함해 탄도 미사일 실험만 25번이나 가졌다. 한·미 간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는 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 완성'의 시기로 삼고 있는 해다.
지난 60년간 한·미연합사령부를 유지해 온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군의 눈과 귀가 북한의 이상(異常) 동향을 감지하고, 긴급 상황이 벌어질 경우 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대한민국의 방위를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의 기습 징후를 탐색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파악, 위협적인 장사정포를 비롯한 10만 특수부대의 움직임을 미리 알아내는 주요 임무를 한국군이 맡으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2007년 151조원을 투입해 대북 정보정찰 전력 보강과 군 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작년 한 해 공군 조종사 비행훈련 시간을 북한과도 큰 차이가 없는 131시간으로 줄였고, 일부 기갑부대의 경우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탱크 대신 트럭으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내년도 예산을 7.9%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3.8% 인상에 그쳤다. 국방 예산을 늘리려면 복지 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런 형편이 못 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인 차원의 미군 재편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해·공군 위주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문제를 제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측에 넘기겠다고 나선 게 전작권 이관의 정치적 배경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가 뒷전으로 밀려났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미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해 솔직하고 전면적인 논의를 시작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전작권 전환 시기를 다시 결정하는 것이 옳다.
[서울신문 사설-20091020화] 이중국적 허용 다문화시대의 대세다
법무부와 미래기획위원회가 이중국적 관련 규제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당초 정부의 추진방향은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외국의 고급두뇌를 유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글로벌 시대의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소수 특권층에 혜택을 준다는 지적이 일었는데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당당히 병역을 마친 이들에게 이중국적 허용기간을 늘리는 안에 국민들도 큰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현행 국적법은 이중국적자가 만 22세까지 국적을 택일하도록 했다. 그중 병역의무를 마친 이는 2년안에 우리 국적을 선택한다는 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적이 자동상실되었다. 앞으로는 제도를 바꿔 군필자에게 외국국적을 포기하라고 알리는 ‘최고(催告)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이중국적자를 찾아내기 어려우므로 사실상 군필자의 이중국적 허용기간이 늘어나는 셈이다. 당장 이중국적 전면허용이 가져올 부작용을 염려해 ‘최고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군필자의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의 이중국적 규제완화안은 저출산 대책과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와 군필자에게만 이중국적을 용인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단계적으로라도 다문화 시대에 걸맞은 종합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의 필요에 따라 입국시킨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과 결혼하여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들과 그 자녀들도 형평성 차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020화] 세종시 수정 `국가 백년대계 결단` 절실하다
세종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장 · 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선 안된다"며 "정권에는 도움이 안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세종시 문제에 청와대가 나서는 양상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세종시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이 문제가 이미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세종시를 염두에 둔 입장표명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
'세종시 수정'은 이제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대두된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보다 적극적인 해결 노력은 당연하고,이 문제야말로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의 관점으로 풀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그런데도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의 충청남 · 북도 국감에서 드러난 세종시 논쟁이 보여 주듯,정치권이 당리당략에 파묻힌 채 정쟁만 확대시키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사실상 공론화된 만큼 하루빨리 각계의 의견수렴과 대안 개발을 위한 세종시의 새로운 밑그림을 제시해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이 나라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자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결국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확고한 책임감을 갖고,정면돌파한다는 각오로 적극적인 해법 마련과 함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고 시간만 끌수록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고 정치 · 사회적 갈등만 증폭될 공산이 크다. 신속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 자칫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불보듯 뻔한 것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총리실에서도 세종시위원회를 곧 출범시키고 해법 마련에 들어가기로 한 만큼,자족도시의 모범적 대안이 수립된다면 충청권의 반발을 해소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청와대까지 나서 이 문제의 해결 의지를 밝힌 마당인데도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집권여당이 눈앞의 선거만을 의식해 여전히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1020화] 외고 폐지할게 아니라 수월성은 살려야
외국어고 폐지(자율형 사립고 전환)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 일각에서 외고 폐지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외고 교장들은 "외고 폐지는 마녀사냥 해법"이라며 다음달 18일 열리는 외고 교장협의회 총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외고 입시가 사교육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점은 알지만 이는 입시 보완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폐지엔 반대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길리서치연구소가 전화면접을 통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56.5%가 `외고의 자율고화`에 대해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여론조사로 답을 낼 사안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외고 입시 제도는 개선하되 교육의 큰 자산인 수월성까지 포기해선 곤란하다고 본다. 미국 각 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거버넌스 스쿨이나 영재학교, 러시아의 수학과학 영재학교, 이스라엘의 예술과학 영재학교 등 많은 국가에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교육기관이 존재하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외고가 설립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사교육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외고제도가 도입된 뒤 수십 년간 평준화 체제에 묻혀 있던 수월성 교육을 보완하고 고교 교육수준을 끌어올린 공로를 송두리째 부인하면 안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 13위로 순위를 매긴 학교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하향평준화적 포퓰리즘이다.
외고 등 특목고가 사교육비 조장 온상으로 지목되지만 공교육의 기능상실에서 보다 큰 원인을 찾아야 한다. 공교육 개혁을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 해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또 다른 풍선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외고의 간판을 운영실태에 맞게 달거나 입시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조치는 필요하다. 일부 외고들이 영어듣기 평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사교육 완화에 효과가 있을 보완책을 더 내놓아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잠재적 능력이 큰 지방이나 소외계층 학생을 30%가량 할당해 장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1020화] ‘뽀샵질’
여자들이 예뻐지는 데 목숨 건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로마 시대부터 유럽 여인들은 티없이 하얀 피부로 보이고자 납의 일종인 백연(白鉛)을 덕지덕지 펴 발랐다. 그러다 독이 올라 온몸의 신경이 마비되고 심지어 죽는 이들이 숱하게 나왔어도 어처구니없는 유행은 2000년 이상 계속됐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만 해도 그로 인해 얼굴이 망가져 궁궐 안의 거울을 모두 없애버릴 만큼 좌절했지만 죽는 날까지 백연 가루 화장을 고집했다고 한다.
동서고금에 걸쳐 이른바 ‘모래시계’ 몸매를 만들려다 명을 재촉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한비자』엔 중국 초나라 때 가는 허리를 좋아하는 군주의 맘에 들려 애쓰다 굶어 죽는 이가 속출했단 기록이 나온다. 19세기 유럽에선 허리를 코르셋으로 너무 세게 졸라맨 나머지 갈비뼈가 내장을 꿰뚫어 죽는 일이 빈발하기도 했다(샤오춘레이,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이처럼 도가 지나친 여자들의 외모 집착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초창기 인류의 짝짓기 메커니즘에서 이유를 찾는다. 종족 번식이 최대 과제였던 당시엔 아이 잘 낳는 여성을 선호했던 게 당연지사. 그런데 윤기 있는 피부, 맑고 빛나는 눈,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등 매력적인 외모가 임신과 출산 능력의 보증수표로 통했다는 거다. 이렇듯 얼굴과 몸매로 자기 가치를 평가받다 보니 아득한 옛날부터 여자들이 치장에 물불을 안 가리게 됐다는 얘기다.
현대 여성들의 노력도 태곳적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달라진 건 아름다움의 기준이 자손 생산 능력과 결부되지 않는다는 것뿐. 날씬하다 못해 빼빼 마른 연예인들을 따라잡기 위해 멀쩡한 처자들이 필사적으로 다이어트에 매달린다. 그 후유증으로 거식증에 시달리다 생리마저 끊어진 12~25세 여성이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에 달한다. 거식증은 환자 중 5~10%가 10년 내에 사망할 만큼 무서운 병이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포토샵 규제 법률을 잇따라 추진 중인 것도 그 때문이다. 담배나 술에 경고 글을 붙이듯 “이 사진은 ‘뽀샵질’ 했으니 속지 마시오”란 문구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포토샵으로 보정한 화보, 광고 속 모델들의 비현실적 몸매가 젊은 여성들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걸 막자는 취지다. 성형과 다이어트 열풍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시행돼야 할 법은 아닐는지.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1020화] 수몰국가(水沒國家)
“칠복이가 고향을 떠난 지 삼년 만에 미쳐서 돌아와 징을 두들기며, 댐을 막은 뒤부터 밀려드는 낚시꾼들을 쫓아댔다…. 방울재 뒷동산 각시바위에 댕돌같이 앉아서는 목이 터져라고 마을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대는가 하면, 느닷없이 징을 두들기며 겅중겅중 도깨비춤을 추었다.” 문순태 소설 <징소리>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장성(長城) 방울재라는 수몰(水沒)지구를 배경으로 고향을 잃어버린 이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마을사람 이름을 절규하듯 부른다’고 묘사한 대목에서는 뭉클한 감정마저 솟는다.
한 마을이 아니라 한 나라가 물에 잠긴다면 어찌 될까. 폴리네시아의 섬나라 투발루는 국토의 상당부분이 물에 잠긴 지 오래다. 투발루는 2001년 수도가 수몰되면서 국토를 포기했다. 인근 국가들이 이민 요구를 거절해 주민들은 사실상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재앙이다.
무너져 내리는 북극 빙벽, 갈 길을 잃어버린 북극곰,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킬리만자로…. 온난화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는 TV 영상이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듯 영상미까지 살아있다. 내레이션으로 재앙의 메시지를 반복하지만, 영상은 ‘상징 이미지’로 굳어버린 느낌마저 준다. 경고의 목소리는 들리는데 수몰의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엊그제 국내 신문에 이색적인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수몰 위기의 몰디브 대통령과 장관들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에서 국무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6m 해저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온실가스 감축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한다. 서명은 방수 펜으로 화이트보드에 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처절한 퍼포먼스’였다고 외신은 전한다. 몰디브는 2100년 수몰될 것이라는 유엔의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난화 징후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기온 변화로 명태, 도루묵이 사라지고 멸치, 오징어는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사과는 재배 면적이 감소한 반면 복숭아는 늘었다고 한다.
지구 재앙 같은 거대 담론은 현실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몰디브 내각의 수중회의가 또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을까 걱정이 앞선다. 몰디브 주민들도 칠복이처럼 마을사람 이름을 절규하듯 부르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로터리/황성호(우리투자증권 사장)-20091020화] 개성 그리고 공존
10년 전쯤의 일이다. 일본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 놓여있는 잡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일본 신입사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남의 눈에 나지 않느냐'는 것이라는 게 기사의 내용이었다. 결국 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시절 우리 신입사원들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변해 우리나라 회사들도 개성을 가진 직원들을 찾고 있다. 개개인의 창의가 점점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회사에는 재기 발랄한 직원들이 참 많다. 어디서 저런 재능을 교육받고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생존 능력과 개발은 사회의 문화나 교육제도에 기인한다. 우리의 개성 또한 그 사회에 면면히 흐르는 문화, 특히 제도적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다.
'동질의 교육'을 주장하는 논리에 많은 의문이 든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결국 그 주장은 동질형 사람들을 많이 키워서 우리를 키우고 정서법을 키워서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한다. 한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남과 다 똑같아지라'고 압력을 가하면 김연아 선수는 어디서 찾고 전세계적 경쟁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생존을 확보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영어 몰입 교육계획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흐지부지 사라져버렸다. 필자가 본 수많은 아시아의 좋은 일자리는 모두 영미계ㆍ인도인ㆍ중국인들이 거의 휩쓴다고 보면 된다.
우리끼리 살 수는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우리끼리만 살만큼 그런 자원과 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밖에서 벌어야 한다. 개방 경제라는 얘기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가 개방 경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이 좋아서가 아니고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지식과 창의적 인재를 키우고 싼 물건도 들여다 쓰면서 세계 최고의 지적 재산과 능력을 가진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폐쇄했으면 지금쯤 원주민들만 살고 있는 세상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남과 같아지는 것을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남과 어떻게 다른가를 가르치고, 나의 개성과 존재의식을 가르치고, 남과 다른 내가 중요하듯이 나와 다른 남도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가 백년대계가 살아난다.
단풍이 저마다 아름다운 색깔로 빛나듯이 세상은 나와 다른 남과 함께 그렇게 빛나야 하는 것이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