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장그래(임시완), 한석율(변요한)
인턴사원인 장그래와 한석율.
둘은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마지막 ppt발표를 하고 서로에게 물건을 팔아야하는 미션을 받는다.
부장: 장그래씨, 바로 시작하세요.
장그래: 네.(그래는 가방에서 석율에게 팔 물건을 주섬주섬 꺼낸다)
한석율: (속으로, 나레이션) 그래, 꺼내봐라.. 니가 뭘 팔든..
(그래는 가방에서 낡은 실내화를 꺼낸다)
과장: 뭘 들고 있는거야 저 놈?
장그래: 한석율씨에게 이 실내화를 팔겠습니다.
(일동 당황)
한석율:뭡니까 그게?
장그래: 이건 우리 회사 모 과장님의 실내화입니다.
과장: 저거 내꺼 아니야? (일동 과장에게 집중. 과장 당황하며) 아니네~
장그래: 그 분의 구두를 봐주십시오. 깨끗합니다. 사무직은 상대적으로 외근이 적고 격식을 차려야하는 자리도 있으니 정갈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사무실에서 하죠. 다시 모 과장님의 이 실내화를 봐주십시오.
과장:(조용히) 하.. 저.. 저 자식 지금 나 놀리는거지?
장그래: 많이 닳아있죠? 지압용 돌출이 발의 모양에 따라 닳을정도입니다. (그래 과장의 실내화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다)
과장:(나즈막이) 저.. 저새끼 더럽게 진짜 허...
장그래: 땀냄새도 배어있습니다. 땀냄새.. 사무실도 현장이란 뜻입니다. 그 현장의 전투화. 당신에게 사무현장의 전투화를 팔겠습니다.
한석율: 안사겠습니다. 사무실이 현장이라니 말장난이 지나치군요. 현장이 뭔줄이나 아십니까? 사무실 끄적임 몇 번으로 쉽게쉽게 잘려나가는 (흥분하여 마이크를 내리며 육성으로 크게 말한다) 구조조정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현장노동자라고 합니다. (침착하려 하며 다시 마이크를 입에댄다) 그들의 전투화를 소개해드릴까요? 워커신고 일을 합니다. 무거운 공구가 떨어지면 발등 아작나니까.. 전투화란 그런겁니다. 전 당신 물건 사지 않겠습니다.
(일동정적)
장그래: 한석율씨는 처음 만났을때부터 현장을 강조했습니다. 아니, 현장만을 강조했죠. 한석율씨가 생각하는 현장의 치열함은 기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힘을 들여 제품을 만들고 옮기는 것이라봅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수 많은 공모전에 입상한 자신의 이해와 관심이 보여지는 것을 현장이라고 생각했겠죠.
고위직: 공모전입상? 어디? 입상했었어?
한석율: (당황하며) 다른.. 공.. 공모전에 입상이..
장그래: 하지만 ,하지만 매일 지옥철을 겪으면서 출근하고.. (화면교차) 제품 수익률을 위해 환율과 국제통상가격을 매일 체크하고.. 숫자 하나 때문에 수 많은 절차를 두어 실수를 방지하고.. 문장 하나 때문에 법적 해석을 검토하고.. 결과를 집행합니다. 서류만 넘기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밀고 당기는 많은 대화가 있고, 그 과정에서 자기자신이 초라해보이기까지 하죠. 오케이전화 한통을 받기 위해 해당국 업무시간에 맞춰 밤을 새워 대기하기도 합니다. 한석율씨가 말하는 현장에서 생산해내는 모든 제품은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의 과정을 거친 이후에 존재는것입니다. 그 물건들은 사무실을 거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 어린 그래가 스승에게 바둑을 배우고 있는 장면과 교차)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중에 이유없이 존재하는 제품은 없죠. 제품이 실패하거나 부진을 겪는다는건 그 만큼의 예측결정에 실패하거나 기획판단이 실패했다는걸겁니다. 실패한 제품은 실패로 끝나게 둡니다. 단, 그 실패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해야겠죠. 공장과 사무는 크게 보아 서로 이어져있습니다. 그 사이, 공정이나 사무에서 실수나 실패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우린 모두 이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장은 한석율씨가 생각하는 현장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한석율: (웃으며)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