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도시가 땀 위에 떠 있다
소금기에 절은 이들, 바람을 찾아
어디론가 떠났다
흙을 파거나 나뭇잎을 모으는 이들만
헐렁한 도시를 지키고
그늘을 찾아 나선 사람들은
산과 강에 짠 내를 헹구는 중이다
온도가 올라가던 산 속도
달궈진 도로도 소금기를 말리느라 분주하다
그들의 소식을
바보상자 속 앵무새가 전해준다
거대한 도시를 들었다 놨다 하는
무시무시한 팔월
그대가 좋다
가슴, 너는
이글거리는 그대의 불씨를 담아오렴
용광로 같은 정열을 맛보고 싶다
몸의 기능 떨어진 한 귀퉁이
멀리 달아난 것들의 이름을 불러 모아
에너지를 받고 싶다
2016. 8. 30 아침(백년 만에 온 더위)
아름다운 노숙
이규자
바람을 핑계 삼아
꽃대들이
나무의 집에서 우르르 거리로 나섰다
간밤에 불고 간 바람을 타고 와
공원벤치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들의 운명은, 나무에 움이 틀 때
이미 시작된 것일까
헤쳐갈 일, 머리를 맞대보지만
방법은 등을 기댈 뿐
그러나
아무도 불평이나 후회는 없었다
눅눅한 지하도에서
굳이, 신문을 덮지 않아도
쓴 소주를 마시지 않아도
그들은
나무를 등진, 꽃잎을 이웃 삼아
이슬을 맞으며
밤을 지샌다
강원도 원주 출생
예술세계 시 부분 신인상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지용회 회원
한국문학신문 제1회 수필 대상
에세이집 『네이버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