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0월 12일, 금요일, Petropavlovsk-Kamchatsky, Hotel Edelveis
(오늘의 경비 US $62: 숙박료 950, 커피 15, 버스 70, 20, 택시 200, 50, 비자 등록 200, 마그넷 기념품 100, 환율 US $1 = 25 ruble)
어제 밤에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침 6시에 일어나기 위해서 MP3 플레이어에 알람을 마쳐놓고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럴 적마다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자는 것이 불편해서가 아니고 자는 동안에 혹시나 빠질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것 같다. 손목시계에 알람 기능이 있지만 잠을 깨울 만큼 소리가 크지는 않기 때문에 대신 MP3 플레이어의 알람기능을 사용하는데 이어폰이 빠지지만 않으면 아주 잘 된다.
아침 6시 반에 떠나는 첫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나갔는데 너무 이르게 도착했다. 버스 시간표에는 공항까지 한 시간 반 걸린다고 있는데 한 시간밖에 안 결렸다. 7시 10분 버스를 타고 갔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비행기는 오전 10시 10분 출발). 그 이른 시간에도 공항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대합실 의자에 누어서 자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아마 Yakutsk에서 내가 했던 것처럼 전날 공항에 나와서 자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음식점이 열려 있어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려고 더운물을 달라고 했더니 자판기를 가리킨다. 자판기에 가보니 커피와 함께 더운물도 팔았다. 어느 것이 더운물 버튼인지 몰라서 찾느라고 한참 걸렸다.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자판기 더운물로 커피를 석 잔이나 만들어서 전에 사가지고 있는 도넛과 함께 아침으로 들었다.
오늘 탄 비행기는 Vladivostok 항공사 비행기다. Vladivostok를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인데 Siberia 전역과 러시아는 물론 외국도 여러 곳 가는데 한국과 일본에도 가는 것 같다. 기껏해야 15년 정도 된 항공사일 텐데 주인이 누구일지 굉장한 부자일 것이다. 러시아에는 1990년대 국영기업을 헐값에 불하 받아서 하루아침에 어마어마한 갑부가 된 사람들이 많단다. 벌써 억만장자들이 한국은 비교도 안 될 만큼 많단다. 아마 러시아 마피아라 불리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 전에 세계 뉴스에 나온 러시아 제1의 부자의 재판 광경처럼 러시아 정부에 밉보이면 하루아침에 망한다. 그 친구는 10년형인가 받아서 감옥에 있고 그 친구의 회사는 공중분해 되었다. 그 외에 다름 사람들도 러시아에서 쫓겨나거나 하면서 당한 사람들이 많다. 모두 정부에 (대통령 Putin에게) 밉보인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만 불행히도 한국에서도 여러 번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Yakutsk 때와는 달리 비행기 체크인을 하나도 힘들지 않고 쉽게 했다. 이곳은 체크인을 일찍 시작해서 승객이 공항에 도착하는 대로 할 수 있었는데 Yakutsk에서는 사람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하느라고 힘들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제 시간에 떠나고 제 시간에 도착하고 점심까지 주었다.
세 시간 정도 날라서 Vladivostok에 도착하니 날씨가 겨울 날씨에서 가을 날씨로 변한 것 같았다. 눈은 하나도 없고 단풍이 한창이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하긴 2,000km를 남쪽으로 내려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터미널 건물로 들어오는데 경찰 한 명이 걸어오는 승객들을 보고 있다가 나를 딱 짚어서 여권 검사를 한다. 외국인들만 하는 것 같다. 비자 기간을 체크하고 Magadan 호텔에서 해준 비자 등록서류를 검사한다. 트집 잡을 것이 없으니 여권을 돌려주고 그냥 보낸다. Magadan 비자 등록서류는 나는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호텔에서 만들어준 것이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고생할 뻔했다. 나중에 공항 대합실에서 만난 중국 조선족 동포 얘기가 서류에 문제가 있으면 공항 안에 있는 조그만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애를 먹이고 돈을 뜯는단다.
공항 건물이 근래에 지은 듯 현대식이었다. 국내선 건물과 국외선 건물이 따로 있다. 짐을 찾은 다음에 비행기 안에서 3시간 동안 참은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을 찾으니 여자 화장실은 있는데 남자 화장실은 없다. 1층, 2층, 지하실을 다 가봤는데도 없다. 결국 아까 나를 검문한 경찰에게 물었더니 국내선 건물에는 없고 (수리 중?) 국외선 건물 지하실에 있단다. 국외선 건물로 걸어가서 힘들게 해결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국외선 건물에 가보니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외국 항공사 가운데 제일 큰 것 같았다. 지하실로 내려가서 화장실을 찾아서 소변을 해결하고 나오는데 화장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창고 문 같은 문에 한글로 “고려항공”이라고 쓰여 있다. 북한의 교려항공인 것이다. 규모가 작더라도 다른 항공사들이 있는 1층에 있어야지 지하실 화장실 앞에 있다니, 너무 한심하다.
오후 3시쯤 떠나서 밤 9시경에 Kamchatka의 수도 Petropavlovsk-Kamchatsky에 도착하였다. Petropavlovsk는 성 베드로와 성 바울의 이름을 합친 것이고 그런 이름을 가진 도시가 러시아에는 많아서 구별하기 위해서 뒤에 Kamchatsky를 붙였단다.
오는 동안 이곳에 산다는 중국 조선족 동포 남자 한 사람과 한국에서 온 듯한 30, 40대 사람 여러 명을 만났다. 조선족 사람은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무슨 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 Petropavlovsk-Kamchatsky 공항에 도착하니 부인과 아들이 마중 나왔는데 서로 얼마나 다정스럽게 대하는지 부러울 정도였다. 오랜만에 보는 것인 듯 아들이 아버지의 배를 툭툭 치면서 그 동안 배가 나왔다고 놀린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무뚝뚝하기 짝이 없다. 혹시나 호텔 찾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을 붙였으나 말하기를 피하는 것 같았다. 말을 붙이느라고 관광 왔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고는 입을 다문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이곳에서 호텔에 머물 것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 마디 하고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아주 무례한 친구다. 처음에는 교회 사람들인가 했는데 (이곳에도 한국 교회가 있단다) 서로 무슨 과장하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회사 사람들인 것 같고 관광은 아니고 사업차 온 사람들 같다. 기분이 상해서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러시아 사람들 무례하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도 Magadan처럼 공항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30km)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서 약 45분 정도 걸려서 시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밤 10시경이고 비가 내린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것으로는 최악의 조건이다. 택시를 타고 Hotel Petropavlovsk가는데 택시기사가 바가지요금을 요구한다. 50 ruble 정도면 가는 거리인데 200 ruble을 요구한다. 밤이고 비는 오고해서 바가지를 쓰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가는 동안 운전기사가 장난을 친다. 생긴 것이 코카서스 출신인 것 같은데 꼭 인도 사람 식으로 장난을 친다. 비싼 호텔에 가지 말고 아파트 빌려주는 데로 가라며 신문에 광고 난 것을 보이며 자기가 전화를 걸어주겠다고 한다. Lonely Planet에 아파트 방을 하루 밤에 700 ruble 정도에 빌릴 수 있다고 나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오늘은 비싸도 호텔에서 자고 내일 아파트를 찾아볼까 하고 호텔로 갔다. 가는 동안 계속 택시기사가 아파트에 가자고 조른다. 무언가 나에게 돈을 더 뜯어내려고 하는 수작이다. 어디에가 데려갈지 어떻게 아는가? 어디론가 데려다 주고 택시 요금을 500 ruble을 요구하면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방이 없다고 하면 그때는 더 낭패가 되는 것이다. 걸려들지 않았다.
호텔에 들어가 보니 호텔이 그럴 듯하다. 젊은 여자 직원이 영어를 제법 한다. 제일 싼 방이 2,000 ruble이란다 ($80). 더 싼 방을 원하면 근처 다른 호텔이 있다며 그 호텔에 전화를 걸어서 가격을 알아주고 예약을 해주고 택시까지 불러준다. 이름이 우리 큰 손녀 이름과 같은 Anna인데 러시아에 와서 제일 친절히 대해주는 사람 같다. 기차역 직원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소개해준 호텔 방 가격이 하루 밤에 950 ruble인데 2인용 방이라 룸메이트가 있단다. 좀 더 고급 방을 원하면 1,400 ruble 짜리가 있단다. 차이를 모르겠어서 950 ruble 짜리를 예약해 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950 ruble 짜리는 욕실이 딸리지 않은 방이다.
택시가 도착해서 소개받은 Hotel Edelveis로 갔는데 먼저 탄 택시와 비슷한 거리인데 100 ruble 짜리를 주니 아니라며 50 ruble만 받는다. 하루 저녁에 이렇게 다른 택시 기사를 만나다니 그냥 웃음만 나왔다.
이렇게 해서 운 좋게 Petropavlovsk-Kamchatsky 호텔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 하루 밤에 950 ruble이면 (아침 식사 포함) Yakutsk나 Magadan보다도 싼 가격이다. 룸메이트가 있지만 문제없다. Ulan Ude에서는 러시아 경찰과 룸메이트를 했는데 문제없었다. 이젠 Kamchatka 반도 구경이나 하고 Alaska로 가는 방법이나 찾아보면 된다. Hotel Edelveis는 Lonely Planet에도 나와 있는데 Hotel Petropavlovsk보다 훨씬 비싸게 나와 있다. 위치도 Hotel Petropavlovsk만 못해 보이는데 이상하다. 아마 Lonely Planet 저자가 욕실이 딸리지 않은 2인용 방을 못 본 모양이다.
태평양 해안이 내려다보인다
왼쪽에 보이는 것은 Sakhalin 섬 같다
흑룡강이 아닐까?
Vladivostok 근처에 오니 산에 단풍이 가득하다
2007년 10월 13일, 토요일, Petropavlosk-Kamchatsky, Hotel Edelveis
(오늘의 경비 US $56: 숙박료 950, 점심 300, 식료품 125, 버스 10, 10, 10, 환율 US $1 = 25 ruble)
어제 밤에는 잠을 잘 잤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9시가 넘었다. Omsk에서 왔다는 룸메이트 젊은이는 아직 자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물을 끓여서 커피를 만들어서 마시면서 침대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젊은이가 후닥닥 일어나더니 세수를 하고 나서 짐을 챙겨서 “다스피다냐” 하고는 나가버린다. 오늘밤엔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올지 모르지만 당분간 나 혼자다.
나는 늑장을 부리다 보니 아침 11시가 지나서 공짜로 주는 아침식사도 얻어먹지 못했다. 가지고 있던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12시 반쯤 나갔다. 어제 밤에 내리던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고 내리고 있다. 버스를 타고 Yamato 일본 음식점과 인터넷 카페가 있는 Planeta Shopping Center로 갔다. 부슬비와 함께 안개가 자욱이 끼어서 앞이 잘 안 보인다. 이런 날에는 비행기도 못 뜨겠다. 왜 공항이 시내에서 30km나 떨어져있는가를 이제야 알겠다. 아마 안개가 덜 끼는 곳을 선택하느라고 그렇게 된 모양이다.
인터넷 카페부터 가보니 문이 잠을쇠로 잠긴 채다. 문에 무어라고 써 붙여놓았는데 알 도리가 없다. 일본 음식점 Yamato에서 점심을 들었다. 메뉴를 보니 초밥과 생선회는 너무 비싸서 덜 비싼 세트메뉴 점심을 선택했다. 젊은 웨이터가 영어를 좀 했다. 어제 밤에 이곳에 도착해서 영어를 하는 사람을 벌써 네 사람이나 만났다. 지금까지 다닌 러시아 도시와는 너무나 다르다. 웨이터에게 이곳은 영어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러냐고 물으니 아마 관광지라 그럴 것이란다. Kamchatka가 관광지란 말인데 처음 듣는 소리다.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점심 후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구경을 나갔다. 1번 버스를 타고 Lenin 광장에서 내려서 근처에 있는 해변 구경을 하고 다시 1번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바닷가에 가니 안개가 좀 걷혀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항구에는 배가 몇 척 보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한산한 항구였다. 과연 여기서 Alaska로 가는 배를 찾을 수 있을까? 이 도시 풍경은 다른 러시아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 허다 못해 Yakutsk나 Magadan에도 유럽풍 건물이 많았는데 이곳에는 전혀 없다. 그래서 미국이나 남미의 어느 항구 도시를 보는 것 같다. (후기. 2011년에 본 Alaska 도시와 많이 비슷하다. 북미 여행기, Alaska, Dutch Harbor 글 참조.)
이 도시를 다니는 버스는 전부 한국에서 가져온 중고 버스들이다. 버스에 “불편 신고는 ...” “남이 바쁠 때 ...” 등등 한국어로 된 표지판들이 그대로 붙어있다. 남의 나라 중고 버스를 사다 쓰는 러시아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국 중고 버스인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호텔이 있는 건물 한쪽에 대형 수퍼마켓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왜 “슈퍼마켓”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발음하기 어려운 “슈퍼”가 아니고 쉬운 “수퍼”인데.) 들어 가보니 금방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다. 모두 맛있어 보인다. 내일부터는 점심을 사먹지 말고 이곳에서 음식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달라고 해서 호텔에 가지고 와서 먹어야겠다. 아침은 호텔 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호텔 방에서 “도시락” 라면으로 간단히 먹으면 되고 점심 한 끼는 수퍼에서 산 음식으로 잘 먹어야 한다.
호텔에 혹시 인터넷이 있나하고 여자 직원에게 물어보니 내 컴퓨터가 있으면 돈을 내고 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있단다. 반가워서 내 컴퓨터를 가져와서 직원과 같이 해보니 무슨 문제인지 인터넷 접속이 안 된다. 건물에 인터넷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가보니 인터넷이 안 된단다. 왜 안 되느냐고 물어보니 영어를 조금 하는 주인같이 보이는 친구가 인터넷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인터넷을 꺼버린 것 같다며 내일 와보란다. 무선 인터넷도 그래서 안 되었던 것인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정말 인터넷 한번 하기 힘 든다.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일이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보통 일인 모양이다. 인도에서 전기나 수도가 나가는 것이 보통 일인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은 그저 푹 쉬기나 해야겠다.
내가 묵고 있는 Hotel Edelveis는 밖은 초라해 보이지만 안은 깨끗하다
Siberia 여행 동안 지겹게 봐온 Lenin 동상은 오늘로 마지막이다
날씨 때문에 우중충해 보이는 Petropavlosk-Kamchatsky 시내 전경
호수는 오리들의 세상이다
멀리 불을 환히 킨 두 척의 배는 무얼 하는 배인가?
오가는 배들이 좀 보이는데 내가 타고 Bering 해협을 건너서 Alaska의 Dutch Harbor로 갈 수 있는 배가 있을까?
해변에는 모래 대신 자갈밭이다
항구 시설은 빈약해 보인다
산에는 단풍이 아직 남아있는데 안개 때문에 우중충해 보인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