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진짜 나이들었니봐…
왜? 무슨 일 있어?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수끝나고 몸살이 걸렸는데 너무 힘들어 링거까지 맞았다. 몇십년동안 아프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밥 잘 먹고 하룻밤 자고 나면 거뜬해서 집안내력이다 싶었다. 어떤 음식도 가리지 않고, 배불리 먹어도 배탈 한번 나지 않고, 머리만 닿으면 자다가 아침되면 거뜬해지는 체질이다. 학창시절 밤샘 공부 후 수업시간 코피 나는 친구가 제일 부러웠다 했다. 괜히 코를 파도 피는 커녕 얼얼할 뿐이라는 우스개 말을 할 정도다.집안잔치, 큰 프로젝트, 밤샘 업무 등 뭐든 피곤하다해도 자고 나면 회복이었다퇴근후 잠들때까지 엉덩이 붙이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체질보다 차라리 성격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데 갑자기 팔이 아파 병원을 갔더니 목뼈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요즘 흔히 생기는 병이라지만 너무 오래 방치했다. 아마 십여년전부터 탈이 났을텐데 아무런 통증이 없었냐며 지금은 엄청나게 나빠져있는데 어찌 참았냐고 한다. 남들 며칠 치료면 거뜬할 일을 참고 대수롭지 않게 버티다가 막바지에 이를 정도로 악화시킨 것이다. 늘 괜찮다. 아프지 않다 건강하다 자신하던 말들… 이 정도의 통증은 당연히 참는줄 알았다아프지 않았던게 아니다.
주사를 맞는데도 팔이 떨릴만치 고통스러웠다는데 남들은 멀쩡하게 지나갈 주사마저 너무 방치한 결과다운동도 하고 식사도 잘 하고 식단도 제법 챙겼지만 무리하게 일하고 버티며 참던 몸의 신호를 너무 무시했나보다
미련하다며 화를 내면서도 안스러움에 마음이 짠하다. 잦은 병에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는 사람이 오히려 큰병 없다는게 달리 생긴게 아니다. 어차피 아파도 들을 사람도 아프다고 미룬다고 대신할 사람도 없다는걸 알기에, 몸도 마음도 신음소리를 외면했는지 모르겠다. 이젠 좀 자신을 돌아보면 좋으련만~ 쉽지 않다는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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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 박찬일
누가 내 목을 돌렸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왼쪽으로 돌릴 때 오른쪽 힘을 주다가
오른쪽으로 돌릴 때 왼쪽으로 힘을 주다가
그만 목이 헐렁해져 버렸습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힘을 쓰지 않겠습니다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돌려주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오른쪽으로 돌리다가
목을 떨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