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鞦韆詞) / 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배갯모에 놓이듯 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波濤)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 주제 : 사랑의 환희
♣ 형식 : 5연의 자유시. 서정시
♣ 경향 : 낭만적. 전통적, 이상적, 불교적, 고전적, 상징적
♣ 표현상의 특징 :
구성 : 상승↑(1~3연) - 하강↓(4연) - 상승↑(5연)
1연 이상 세계의 추구(현실 초극의 의지) - 현실을 벗어나고픈 소망
2연 현실 삶의 인식 - 현실에 대한 애착과 갈등
3연 초월적 세계에의 갈망 - 이상세계에 대한 갈망
4연 삶의 한계성 자각 -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적 한계의 자각
5연 지향하는 세계에의 자각 - 현실의 고뇌를 벗어나고픈 소망
[감상]
대수롭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그것을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끌어올려 고차원의 이미지로 승
화시키는 미당의 남다른 솜씨가 발휘된 시로, '춘향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연작시 중 첫
번째의 시이다. 두 번째는 [다시 밝은 날에] ,세번째는 춘향유문(春香遺文 )]으로 [서정주
시선](1955)에 수록된 제2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세속적 고뇌로부터 초탈하기를 갈구하는 마
음을 춘향의 입을 빌어 대치시키고 있다. 즉, 2연의 '수양버들','풀꽃 더미','나비 새끼','꾀꼬
리' 들은 세속적인 번뇌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며, 제3연으의 '산호도섬도 없는 '저 하늘은, 고
뇌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초탈한 '열반의 경지'를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춘향의'그네' 는 이상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나, 아무리 밀어 올려도 '그네'는 '그넷줄'
때문에 서(西)으로 가는 달 같이는,'갈수가 없다'고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