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에서 쓰는 한국의 건설신화
우원ENC 이태노 사장
우스찌까메르나고르스크 발전소 건설에 이어 딸띄꾸르간 발전소 건설을 맡은 우원ENC. 특히, 쓰레기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할 딸띠꾸르간 발전소는 계약을 체결하자 마자 현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평균 5-6억 달러가 들어가는 대형 SOC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대기업에서도 수주하기 어려운데 하나도 아니고 잇달아 두 개를 수주한 우원ENC의 이태호 사장을 만나서 발전소 건설 수주과정에 얽힌 이야기들과 카자흐스탄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ㅇ. 딸띄꾸르간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한인일보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회사소개를 해주시죠?
=. 알마티에 온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3년 전에 카자흐스탄에 진출하여 회사를 만들고 사업을 준비하다가 1년 6개월 전부터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도와주시는 분이 ‘주순바이 줄루바이치’라고 부총리를 역임하셨던 분이죠. 이 분이 에너지자원부 장관을 하시던 분과의 친분을 활용해서 5억 3천만 달러 세메이발전소 건설공사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ㅇ. 세메이발전소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 한국의 성호건설과 연결해서 미국의 프리미어 그룹의 자본으로 건설하게 될 세메이발전소는 작년 11월 22일 동카자흐스탄주정부청사에서 정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본공사는 내년 3월에 들어갈 예정이고, 현재는 발전소 건설을 위한 기반시설공사와 기초토목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ㅇ. 우스찌까메르나고르스크라면 전임 알마티시장이었던 흐라쁘노프가 주지사로 있는…..
=. 예, 흐라쁘노프주지사가 국가비상계획부장관으로 옮기기 직전 그러니까 작년 7월17일 세메이 시청에서 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청회를 했습니다. 이때 저희들이 시에 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저희들 제안대로 건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딸띄꾸르간에서도 똑 같은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195메가짜리 발전소를 건설해달라는 내용이었죠. 저희 회사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여러 회사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를 희망했었습니다만 독일의 기술과 자본을 연결한 저희 회사가 공사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ㅇ. 한국기업중에도 ‘두산중공업’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전설비전문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또, 국내의 금융기관들이 카자흐스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요즘, 굳이 독일 기술과 자본을 이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는지?
=. 딸띄꾸르간 발전소 프로젝트에는 한국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희망했었습니다. 그러나 신속한 의사결정의 부족과 초기 사업타당성을 조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아쉽게도 독일의 기술과 자본을 연결해서 일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정부차원에서 카자흐에 대한 연구가 다 되어있는데 비해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도 카자흐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거죠. 한국이 의사 결정하는데 1년이 걸린다면 독일은 한달 밖에 안 걸립니다. 이번에 사용될 독일 기술이라는 것은 쓰레기를 태워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인데 우리나라도 동일한 기술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음식쓰레기와 일반쓰레기를 분리해야만 하는데 비해 독일의 기술은 음식쓰레기까지도 태우되 굴뚝이 없는 발전기술입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ㅇ. 계약 후 공사진행사항은?
=. 내년 3월 부터 본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고 현재 기반조성공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의 성신건설이 시공하는 걸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우원과 독일회사의 합작사가 발전소 건설 후 운영까지 하게 됩니다. 주정부측과 독일측에서도 완공후 운영에까지 함께 해주기를 원했기 때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ㅇ. 정말 대단하십니다. 연거푸 2개의 발전소 건설을 수주하시게 된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은데…….
=. 국내 대기업들은 모든 게 잘 갖추어져 있지만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맨 처음 과장급이 출장을 왔다가 사업성에 대한 보고를 하고 그 다음에는 부장급, 그리고 담당임원이 사업성 검토를 마치고 최고 결정권자에게 보고를 드리게 됩니다. 이때까지의 시간도 적지 않은데 혹시 기업의 대표가 고개라도 한번 갸우뚱하면 처음부터 다시 검토를 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에 비해 저희 회사는 제가 분석, 판단해서 바로 결정할 수 있고 또 필요하면 한국의 회사와 연결해서 일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ㅇ. 내년 계획은?
=. 현재 다른 3개주로부터 발전소 건설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내년에 2개 정도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고 발전소 공사 말고 국가에서 발주하는 도로공사를 입찰받기 위해 준비중에 있습니다. 우스찌까메르나고르스크에서 러시아국경까지 약 650km(서울-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약 1.5배의 거리)간의 도로공사입니다. 그래서 현재 도로/토목공사 장비,펌프카 등 50대가 철도를 통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나라는 도로공사 장비가 준비되지 않으면 설사 계약을 체결했다가도 다시 빼앗거든요. 이러한 경험은 카자흐사업초기 제가 뼈져리게 경험했습니다.
ㅇ. 한인일보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인데, 카자흐진출을 희망하는 국내기업들에게 권하고 싶은 업종? 한다디로, 카자흐스탄 가이드를 해 주신다면?
=. 이 나라는 도로/철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서 도로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쪽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고, 또 사업을 할 때 현지회사와 같이 하는 게 좋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건설 뿐만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한국의 기술력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현지 업체도 한국 회사와 기술제휴를 원하는 실정이죠. 그래서 전문 현지기업을 잘 발굴해서 사업파트너로서 함께 해 나간다면 중앙/지방 정부에서 하는 각종 입찰까지도 따 낼 수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 단독으로 관급공사를 따내기가 어렵거든요.
ㅇ. 카자흐스탄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 안되는 게 없는 나라라서 좋은 것 같애요. 특히, 이 나라는 주고 받고 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하기가 쉽다고 생각해요. 가끔씩 높은 사람들 비위도 맞추고 경조사 쫓아다니면서 신뢰를 얻으면 안되는 게 없는 나라입니다. 결론적으로 일에 관한 것은 다 되는 나라인 것 같고 그래서 비즈니스 환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ㅇ. 끝으로, 가족관계와 취미는?
=. 부인(박명숙 46)과 딸(이진경,26)과 아들(이민규,19)을 하나씩 두고 있습니다. 취미는 뭐 특별히 즐기는 것은 없어요. 저는 아직 골프도 못하고… 일요일에는 자는 게 유일한 취미일 정도입니다. 그나마도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손님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그 유일한 취미생활도 즐길 틈이 없어요. 그리고 올해 들어서 유학생들을 조금 도와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나라에도 도움을 주면서 살고 싶어요.(‘기업의 사회기여’를 취미로 삼고 싶다고 말하는 이태노사장은 분명 한국인으로서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었다.)
ㅇ.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계획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출처 : 한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