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움직임(movement, acting)
묘사는 일정한 대상의 모습을 어느 순간에 포착하여 그려 준다. 이는 초상화, 속사(速寫), 정지한 생명체 그것이다.
이에 반하여 서사는 움직이는 실체로서 작용하고 있는 대상의 활동 사진을 보여 준다. 그 주안점은 움직이는 대상에 있지 않고 , 움직임의 성격 그 자체에 있다.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옮아가는 전이(轉移)가 중요성을 띤다.
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어떻게 전개되었는가?" 즉, 첫 단계에서 마지막 단계까지의 사건 진행의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 서사인 것이다.
(2) 시간(time)
움직임의 과정은 시점에서 시점을 이동하여 진행된다. 이점에서 서사의 시간은 시간의 한 단편이 아니라 시간의 한 단위며, 그 자체로서 완결성을 가진 것이다. 한 움직임의 과정이 완결되는 동안의 시간이 한 단위의 시간을 이룬다.
(3) 의미(meaning)
서사문의 사건은 단순한 일련의 사건이 아니라, 의미의 연계성을 가진 일련의 사건인 것이다. 시간의 진행에 맞춘 무의미한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의미의 통일체로서의 완결성을 갖춘 일련의 사건이다. 그러므로 사건은 변화를 내포한다. 움직임의 각 과정이 사건의 요점(the point of action)을 중심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야 한다. 유기적으로 연관되었다 함은 포괄성과 통일성을 갖고 일정한 중심(요점)을 향하여 의미 있게 전개된다는 뜻이다. 사건이 인간 존재와 관련된 것이면, 사건의 동기와 사건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포함하는바, 그것은 포괄성을 갖는다.
3. 서사의 단계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의 단계를 거치게끔 구성한다. 상호 단계의 연결고리는 인과적인 논리에 입각한다. 그래야 그 서사가 논리적 짜임새와 사실성을 획득할 수 있고 전체적인 통일성 또한 기할 수 있다.
(1) 발단 → 행동과 사건의 계기
(2) 전개 → 사건이 복잡한 양상을 띠며 발전함.
(3) 위기 → 사건이 상황에 극에 이르고 갈등이 심화됨.
(4) 결말 → 사건의 마무리와 갈등의 해소.
4. 서사의 구성 순서
(1) 시간적 순서
사건이나 행동의 변화를 일어난 시간적 순서로 전개하는 방법
(2) 공간적 순서
독자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 위해, 결과를 먼저 제시하고 원인을 나중에 제시하는 방법
5. 서사문의 진행방식
서사의 양식은 설명이나 논증에 이용되기도 하지만, 서사적 작품은 묘사나 설명 등 다른 양식을 빌려다 쓰기도 한다. 서사문의 흐름은 다음 네 가지 방식이 혼합되어 진행되어 나간다.
(1) 장면
행동을 마치 무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면처럼 제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작품 속의 행동의 진행 속도가 실제의 진행 속도와 일치한다. 장면은 작중인물의 행동이나 사태의 변화나 대화 등으로 구성되는데, 서사물의 가장 중요하고 특징적인 부분이다
(2) 요약
이것은 서술의 속도가 실제 시간의 속도보다 빠른 경우다. 예를 들어 '그 후로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라는 문장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십 년의 시간 경과를 맡고 있다.
(3) 설명
화자가 독자에게 직접 설명을 하는 부분으로서, 이야기에 필요한 보조 지식, 특수한 상황, 이야기의 배경, 어떤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과거의 경위 등을 내용으로 한다. 지나치게 화자나 작자가 앞에 나서서 설명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즉 독자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근래의 소설에서는 피하는 일이지만, 부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로 어떤 형식으로든 설명 부분에 들어가 있음을 대부분의 소설에서 볼 수 있다.
(4) 묘사
사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이기 위해서는 묘사의 양식도 많이 쓰인다. 사건의 진행에서 인상 깊은 부분이나 대상, 인물의 모습을 그려주면 더 생생한 글이 된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어떤 비율로 섞이어 사용되었는가 하는 것에 의해서 그 작품의 인상이나 그 작가의 작풍(作風)이 결정된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