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명칭 : 충주호 100마일런 160km CHUNG JU LAKE 100MILE ULTRA MARATHON
대회일시 : 2005년 10월 29일 08:00 ~ 10월 30일 14:00 (30시간 제한)
대회형식 : 서바이벌 울트라 마라톤
대회기록 : 25시간 32분
사과향기 그윽한 충주호반
금요일 오후4시경에 부산 참가자 6명이 탄 이스타나 승합차는 남해고속도로를 벗어나
구마고속에서 경부고속 다시 구미에서 중부 내륙고속도를 타고 충주 시내에 들어섰다.
우선 출발지점인 충주실내체육관을 확인하고 늦은 저녁 식사후 숙소를 찾으니 네온
불빛 번쩍이는 무슨 모텔들 뿐이다.
모텔에 물어보니 6명이 잘 수 있는 방이 없단다. 하긴 모텔에 방이 크서 무엇하겠는가?
한참을 묻고 찾아 헤메다가 충주역전의 좀 묽은듯한 영빈관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온돌방에서 푹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한숨자고 이른 새벽 잠이 깨이더니 정신이
말똥해진다.
이밤 푹 자야지 하면서도 머리속은 온통 코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뒤척이다가 5시
조금 넘어 일어나 준비하여 식당으로 가서 꼬리곰탕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대회장으로
날씨는 맑고 기온은 생각보다 춥지 않아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많았다.
서약서를 본부석에 제출하고 자주보는 지인들과 인사도 나누고 대회 아취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고 바꿈터에서 찾을 물품 가방을 맡기고 개회식이 끝나자 8시 정각에 출발
신호가 울리고 초시계를 누르며 170여명의 철각들이 서서히 대회장을 빠저나가 처음엔
옆 사람과 얘기도 나누며 천리 만리라도 갈듯이 보무도 당당하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2.3km 사거리 주유소앞에서 대로를 버리고 좌회전하여 넓은 인도를 따라가다 막국수
집앞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하니 첫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름길의 왼쪽에 빨갛게 주렁 주렁 매달린 사과의 무게를 못이겨 축 늘어진 가지의 사과
나무가 아름답다.
* 탐스럽고 풍성하게 주렁 주렁 가지가 휘게 매달린 사과나무
5.8km 마즈막재의 정상(갈때는 첫번째 고개)을 넘어서니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는 없는
리포트 인듯한 아가씨가 따라오며 이것 저것 그리고 나이를 묻기에 예순하나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대단하시다고 완주할 수 있겠냐기에 그냥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앞으로
나가니 멀리 저 아래쪽으로 충주호가 내려 보이기 시작이다.
12km 충주댐 정상 주위의 오색 단풍으로 어우러진 풍광이 기가 막히고 공기 또한 맑아
무공해 청정 지역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작에 불과하다는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충원교 아래 흐르는 맑은 물과 오른쪽에는 우완댐 발전소의 웅장한 자태를 지나 가로수
멋진 쭉 뻗은 길을 돌아 충주댐 유람선 선착장엔 전국에서 온 관광버스에 출발 채비를
하는 유람선 늦게 도착해 바삐 서두르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여기서 화장실에 들렸다 오니 다들 가버리고 내 뒤에는 몇 사람이 없다.
이리 돌고 저리 넘어며 보이는 좌측 산쪽은 알프스요! 우측의 호수쪽은 캐나다의 어느
단풍이 멋진 호수같기도 하다.
28.2km 서운리 마을끝에서 수리재로 오르는 좁고 가파른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구비 구비 끝이 없을듯이 오르고 또 오른 370m 수리재지만 아직 초반에다 주위 풍광이
너무 좋아 힘든줄 모르고 올라와 비포장 내리막길가의 사과 농장 주인 아저씨가 빨간
사과를 따 놓고 한개만씩 가져 가라며 자기도 껍질채 먹고 있다.
우리도 장갑낀 손으로 슥 문질러 한입 베어무니 그맛이 천하에 일미라 다들 여태 먹어본
사과중 가장 맛있단다.
사과를 먹으며 내려가니 포장길 입구에 봉사자들이 반갑게 맞으며 매실차를 따라준다.
이윽고 40km 제1CP 배번 체크하고 점심 식사를 하는데 완전 북새통이다.
규모는 작지 않지만 시골의 한적하던 식당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주자들이 들이 닥치니
일손이 달려 우왕 좌왕이고 주자들은 서로 먼저 달라고 야단이다.
메뉴는 황태탕인데 가격에 비해 맛과 질이 형편없었으나 입구에 잘긴 하지만 사과 상자를
놓고는 알아서 가져 가라고 한다.
42.6km 하천대교에서 보이는 둥글게 우뚝선 충주리조트앞의 호숫가 숲 사이로 자주색
지붕의 마치 알프스산장 같은 집들이 여러채 멋지게 자리하고 있다.
햇빛에 반사돼 잘게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를 보며 나도 산과들을 어지간히 돌아 다녔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경관이 있었다는걸 미처 몰랐으니...!
49.3km 비포장길이 시작되어 처음에는 발다닥 지압도 되는것 같아 이정도면 비포장길도
갈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그 길이가 장장 20km 계속되니 발의 피로가 더해 지겹고도
힘들어 어서 빨리 포장도로가 나왔으면 싶다.
지긋 지긋한 비포장이 끝나고 68.1km 부산(지명도 반가운)삼거리에서 봉사자들이 반기며
또 사과를 준다.
아스팔트 포장길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5km 정도의 73.2km 제2CP 임원들이 반갑게
맞아주며 배번을 체크하고 커피도 타 준다.
여기서 부터는 땅거미가져 서서히 어둠이 찾아와 깜빡이등과 후렛쉬를 준비하고 비포장
길을 향해 체크하고 떠난다.
어둠속의 비포장길이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오르막은 무조건 걷고 내리막은 달려간다.
86km 어둠속의 지긋 지긋한 13km의 비포장길이 끝났다.
턴해서 가는 여기서 부터는 포장길이지만 노견이 없고 노폭이 좁아 차들이 지날때 마다
신경이 쓰인다.
88.6km 금월봉앞에 작은 바위산 규모는 작으나 자연석으로 오밀 조밀한 틈새에 조명을
설치해 아름답기도 했지만 한편 괴기 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2007년 까지 있었든 충주호 100마일 울트라마라톤 코스도
* 코스의 경관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드디어 90.3km 왕건 촬영장의 주차장에 마련된 제3CP에 9시경 도착 환한 불빛에 많은
임원들이 배번을 체크하고 봉사자들과 멀리서 응원 온 가족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잠시이긴 하지만 이렇게 밝음이 있고 따뜻함이 있고 반가움이 있다는게 바로 사람이 사는
맛인가 싶다.
갈비탕으로 속을 채우고 밤기온을 대비해 긴팔과 긴타이즈로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발도
대충 헹구고 동료들이 모두 떠난뒤 혼자서 천천히 어둠속을 나서다 보니 폰 밧테리가 얼마
없어 다시 돌아 짐을 찾아 갈아넣고 혼자갈려니 칠흑같은 어둠속에 앞 사람 뒷 사람 전혀
보이지 않고 가끔 차들만 휑하니 불빛의 여운을 남기고 사라질 뿐이다.
배도 부르고 그러기를 얼마나 갔을까 멀리서 깜빡이가 하나 보이니 무척이나 반갑다.
95.3km청풍대교 입구에서 경광등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며 따끈한 쌍화차를 1팩주는데
방금 식사후라 배는 부르지만 성의가 너무 고마워서 마시고 인사 후 긴 대교를 건넜다.
98km 신리 고무재 삼거리에 렉스턴 짚차가 한대 정차하더니 아줌마가 내려 다가 오는데
이런 낯선 곳에서 길을 묻은다면 난들 뭘 알겠는가 싶은데...!
아줌마 曰 "아저씨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하고 묻는데 내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울트라마라톤 대회중이라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밤중에 하세요?"한다. (글쎄다...!)
자초 지종을 말해주니 정말 대단들 하시네요 하며 갈림길에 세워둔 차에 올라 사라진다.
드디어 100km 커브길 좌측으로 돌아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여기서 부터는 100km 이상은
한번도 뛰어 보지 않은 나에겐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다.
오름길서 앞서간 친구를 만나 얘기하며 가는데 정상엔 무슨 모텔인가 불을 밝히고 있다.
긴 내리막길의 가로등 밑에 같이 온 동료가 노숙자 처럼 길가에 퍼절러 앉아 니닐에 싸온
밥을 먹고 있는게 측은해 보여 우슴이 나온다....^^ ( 평소에는 저럴 사람이 아닌데...! )
108.4km수산사거리 시간은 2시경 봉사자들이 꿀차를 준다.
깊은 밤 뛰는 우리야 제 좋아서 한다지만 봉사자들은 한 사람 올때마다 힘내라고 응원
하며 따뜻하게 맞아 주는데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집행부의 응원 차량 또한 대회기를 펄럭이며 밤새워 오가며 응원도 하고 부상으로 포기한
주자를 태워가기도 한다.
따끈한 꿀차로 속을 녹이고 보온을 위해 방풍 바지와 윈드 자켓을 입고 우회전 어둠속의
오름길로 세 사람이 천천히 나선다.
작은 고개 넘어 110km수산마을끝 오르막이 끝인가 했드니 우측으로 잠시 평길뒤에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느데 밤이라 안보였을 뿐이지 걸어서 올라가니 지루하게 길다.
우측에 112.4km 명보주유소가 있고 곧 이어 높이 320m의 그리 높진 않으나 전체 코스중
가장 긴 고개라는 느낌이다. 밤 기온이 많이 떨어져 으스스한게 몸이 움츠르 든다.
내리막길에서 옆의 두사람이 갈지자로 걸어며 잠이 많이 온다기에 뛰면 나을거라고 얘기
하고 내가 앞서 뛰기 사작해 한동안 따라오드니 커브길을 돌고 부터는 보이질 않는다.
오르막이 긴 만큼 내리막 또한 엄청 길어 40분을 달려도 끝이 안보이고 앞 사람들만 많이
추월했다.
날씨는 변화 무상해서 초저녘엔 별이 총총하더니 가는 비가 조금씩 내리니 우의를 돌려
보낸것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월악나루 휴게소에 가면 식사할 수 있다고 4명이 함께가다 2km정도 남기고 허기가져서
어둠속에 혼자 앉아 찰떡파이를 먹고 물을 마시니 조금 살것 같아 걷다 뛰다 보니 저 앞
126.5km월악나루 휴게소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기다린다.
제4CP 배번 체크하고 안으로 들어서니 먼저 온 주자들과 실내의 따뜻함속에 밝은 불빛이
너무 좋아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다...!
이곳 월악나루의 휴게소에는 조직위에서 미리 사전에 부탁하여 영업하는것 같으며 많은
메뉴중에 손쉬운 일부만 가능하다.
앞으로 남은 거리를 생각하여 마지막 식당인 여기에서 충분한 식사로 속을 든든히 해야만
되겠기에 탕류보다 비빔밥을 시켜 먹고는 화장실 볼일까지 마치고 추위에 열 손실을 막기
위해 머리에 손수건을 얹고 모자를 써고 장갑에 마스크까지 무장하고는 따뜻한 아쉬움을
휴게소에 남긴채 출발 체크를 하고 어둠속을 나선다.
싸아한 냉기가 온 몸을 움츠리게 하는 칠흑같은 어둠속 내 앞엔 아무도 안보이고 뒤돌아
보니 저 만치 동료 아우의 깜빡이 불빛이 보여 기다려 적막속의 10km정도를 함께 갔다.
저 앞에 깃발을 단 진행차가 우회전 소로길로 접어들고 135.8km 곡각 지점에 진행요원이
반기며 우측으로 안내한다. 이제는 여명이 밝아와 시야에 사물의 구별이 가능하다.
동반주 하던 아우가 이제는 천천히 알아서 혼자 갈테니 나에게 먼저 가라기에 비포장길
이었지만 조금 뛰다 후랏쉬도 거두고 몇 구비를 돌다 한무리를 만났지만 모두가 걸어가며
뭐 할려고 그렇게 뛰느냐고 한다.
138.4km 비포장길이 끝나고 내리막길 앞에서 걷는 월악나루 휴게소를 같이 가던 세 사람
"어! 빨리 따라왔네"하며 천천히 같이가요 한다.
144.6km 재오개 도선골 또 다시 비포장길이다.
땡기고 아프던 왼쪽 오금이 좀 나아진듯 해서 달려가니 저 앞에 한 사람이 걷고 있다.
부지런히 따라붙어니 오르막길의 첫 구비에서 만나 앞서기 시작하여 올라가는데 앞쪽의
울산팀이 보였다 안보였다를 되풀이 한다.
정상 가까이에서 내려다 보니 구비 구비 휘돌아 올라온 고갯길이 아득히 멀어 보이는데
점점이 올라오는 뒷 주자들의 모습이 까마득히 보인다.
* 비포장의 꼬불 꼬불한 고갯길이 징그럽게도 다시 그리운것은 왜 일까...?
여기가 149.4km 재오개재 정상 제5CP 사과상자와 커피 물을 끓이며 반갑게 맞아 주는데
내가 한 첫 마디가...
"이 고개는 주자의 기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짜내는 최악의 코스다" 라고 말하니
그들은 웃으며 "왜! 좋지 않아요" 한다. 그렇다 무지하게 좋은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싫다는게 아니라 그 만큼 힘들단 말이지요"하고 나도 웃었지만 사과고 커피고 다 귀찮아
따뜻한 물만 한잔 마시는데 울산팀이 털고 일어나 내려가 길래 나도 인사하고 비포장 내리
막길을 마구 해 달려 152.6km 요각골 입구 포장길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비포장 돌길을 달리면서 멀리 산쪽을 보니 물체가 흐려 보이며 분명치가 않아 생각해 보니
굴곡 심한 비포장길을 요리 조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달리려니 시신경에 무리가 간듯 싶다.
흙길 도로 공사중이라 천천히 가며 베낭속의 사과를 꺼내 먹고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파워
젤을 먹는데 속에서 울컥 치고 올라와 하마트면 토할뻔하여 나머지를 버릴까 하다 아니야
억지로라도 삼켜야 뒷심을 발휘할 수가 있겠기에 물과 함께 먹었다.
마즈막재 정상을 향해 갈때 맞은편에 길게 가로놓인 길을 보며 저 길을 가야 마즈막재가
나올꺼라 생각했는데 커브길를 돌아가니 바로 화이팅을 외치며 아래로 내려 가라니 이런
재수가 있을까 싶은데 이제 부터는 아는 길이라 걱정없다.
내리막을 쉽게 내려와 우회전 시냇가길 따라 큰길까지 157.9km 주유소앞에서 우회전해
큰길을 건너 오르락 내리락 앞 사람을 멀리서 따라 가다 갑짜기 앞 사람이 없어져 이리
저리 헤메다 좌측을 가는게 보여 따라가니 체육관 광장에서 풍물패의 흥겨운 소리와 대형
스피커에서의 소음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진행요원들의 환영속에100마일 FINISH 아치를
25시간 32분에 통과하며 내 생애 또 하나의 긴 획을 그었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애쓰신 조직위의 모든분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코스 주변의 마을
주민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