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자전거를 운동기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우리나라다. 그동안 전기자전거 법안 공청회장에서 전기자전거 입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 울화가 치밀 때가 많았다.
“내가 자전거 도로에서 땀 흘려 운동하는데 땀 안 흘리고 나를 추월해 가는 꼴을 못 보겠다. 그러니 전기자전거가 자전거 도로에 나와서 내 운동을 방해하면 안 된다” 는 어르신 부대의 똑같은 주장을 수 없이 들어야 했다.
- 2016 유로바이크쇼에서는 Bianchi의 4가지 전기자전거 모델을 선보였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사실 전기자전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전기자전거의 유용성을 알지 못하면서 단 한 번도 타보지 않고 무턱대고 반대하는 명목이 핵심을 벗어나 있었다.
이 문제의 주장은 자전거를 운동기구라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오류에서 시작된다. 자전거는 운동기구가 아니라 운송수단으로 200년 전에 개발 되었고, 그 때나 지금이나 운송수단의 하나이고, 운송수단으로 사용할 때 덤으로 운동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지 헬스용 자전거처럼 단순 운동만을 위한 운동기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 전기자전거를 만들 것 같지 않았던 비앙키의 4가지 모델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도로구조가 오르막이 많아 일반 자전거 타기가 어렵고 전기자전거가 가장 필요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혈세를 투자한 자전거 길이 여유 있는 라이더들 땀 흘리고 운동만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운동기구가 아닌 운송수단인 자전거로 이동을 목적으로 타는 경우도 있는데, 자전거는 운동으로 타는 자신과 같이 모두다 자신처럼 반드시 땀을 흘리며 타야 한다고 생각할까?
- 2016 유로바이크쇼 시승차의 반 이상이 전기자전거였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전 세계 자전거 업계는 전기자전거를 생존의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만 유독 전기자전거 관련법은 무능한 정부와 법을 만드는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 하는 국회, 기존 라이더들의 전기자전거에 대한 편견으로 세계적인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70년대)에는 자전거는 차도를 당당히 달릴 수 있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서 멀리도 가보고, 몰래 아버님 자전거 타고 나갔다가 혼나기도 했지만, 중·고등학교시절 자전거는 분명 많은 학생들의 유용한 통학용 교통수단 이었다.
- 2016 유로바이크쇼 시승행사에 전기자전거가 많은 인기를 누렸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그런데 아직도 대한민국 운전자들 중에 자전거는 일반차도에 나오면 안 되는 줄 아는 운전자들이 있다. 차도는 차만 다니는 것이지 자전거는 인도나 자전거 도로로만 다녀야 하는데 왜 차도를 나와서 바쁜 내 갈 길을 막느냐고 자전거 뒤에 바짝 붙어서 경음기를 누르며 라이더를 위협하는 운전자도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산업화 우선으로 도로가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져서 보행자나 자전거 라이더들의 안전은 위협받아 왔다. 자동차 통행에 방해 되는 자전거는 바쁜 운전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서 교통수단이 아니라 강변자전거 도로에서 운동하는 운동기구로 전락하고 말았고, 특히 시내구간에서는 자동차 흐름을 개선한다고 횡단보도 보다는 지하차도나 육교를 많이 만들어서 자전거 이용을 불편하게 막아 왔었다.
- 2016 유로바이크쇼 전기3륜 자전거 시승용 타고 즐거워하는 라이더 / 예민수(벨로스타 대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운동기구로 알거나 강변자전거 도로나 공원, 유원지에서 타는 놀이기구로 취급받아 도로를 나오면 불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정말로 우리주변에 있다. 그 사람들 시각에는 자전거라는 운동기구에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자전거는 운동효과가 떨어지는 말이 안 되는 운동기구이고 자신의 운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이런 분들이 전기자전거를 보면 꼭 한마디 한다.
“전기자전거는 운동이 안 되잖아?”
- 2016 유로바이크쇼 독일 하이바이크는 전기자전거 전문업체로 변신했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이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의 자전거를 보면, 정말로 운동이 안 되게 자전거는 10Kg 미만의 경량에 전기자전거 보다도 몇 배나 비싼 고급자전거가 대부분이다. 정말 운동이 목적이라면 10만원도 안하는 무거운 일명 '철티비'가 더 운동이 많이 되고 그보다 안전하게 실내용 헬스자전거가 운동효과도 탁월하고 더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데, 자신은 운동도 덜 되는 고가의 자전거로 운동한다고 타고 나가서 밥 먹을 때도 도난 걱정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모시고 다닌다. 물론 자전거 선수도 아니지만 선수보다 더 고가에 선수용 자전거를 타면서 정작 자신들에게 조만간 꼭 필요하게 될 전기자전거 입법화를 반대하고 있다. 자전거는 이동수단인데 운동기구라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잘못된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 2016 유로바이크쇼 유럽은 전기자전거에 대한 실버층의 관심도가 높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우리는 관련법 하나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이에 중국이나 일본, 유럽 등 자전거 선진국들은 실제로 자전거와 전기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또한 전기자전거는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친환경적, 경제적인 것은 물론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운동 효과로 건강을 챙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타기 쉬워서 더 자주, 더 오래 타게 되는 것이 전기자전거의 최대 강점이다.
- 2016 유로바이크쇼 화물자전거에 중앙구동 모터를 달면 활용도가 높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유럽국가들 중에는 전기자전거 구입 시, 전기자동차처럼 보조금 지원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자전거 선진국들은 국가가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서 자전거 인프라구축에 많이 투자했고 자동차 운전자들의 자전거에 대한 배려문화가 자리를 잡아 자전거를 타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다.
- 2015 유로바이크쇼에 선보인 삼성SDI부스에서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선보였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 2016 유로바이크쇼 전시된 올인원(모터+배터리+제어장치) 모터 코펜하겐 휠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려면 네덜란드처럼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인 경우가 활용도가 높다. 오르막이 많다면 일반 자전거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자전거 산업이 국가적인 전략사업이 된 타이완의 경우, 전 세계 고가 자전거의 상당수를 생산하는 자전거 대국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타이완 사람들은 자전거보다는 스쿠터를 더 많이 타고 있다.
이유는 도로 사정이다. MTB 선수급이 아니면 어려운 오르막이 많다. 타이완이나 한국 같은 산악지역이 많은 나라는 효율적으로 라이딩을 도와주고 오르막을 쉽게 오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있어야 자전거이용 활성화가 가능하다.
- 자전거 생산대국이지만 정작 자전거 이용이 어려운 타이완의 아침출근길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자전거가 근거리 개인의 교통수단으로 최선이고 건강에도 좋지만 타기가 너무 힘들다면 지속적으로 생활형으로 사용할 라이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 선진국들은 미래를 보고 투자해서 자전거와 그의 범주에 포함되는 전기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끌어 냈고, 덕분에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문제 해결과 자전거 산업 육성까지 이루어 냈다. 자동차 산업을 살리고 빨리빨리 문화에 방해 된다고 그나마 있던 기존의 자전거 산업을 문 닫게 한 우리나라와는 크게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 상황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인 생계형(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라이더들이 늘어나고, 출퇴근 시간에 코스만 좋으면 교통체증을 앓는 자동차 보다 더 빠르게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전거로 출근하느라 땀을 너무 흘리고 나면 직장생활에 어려움이 있다. 조금 민망스런 져지를 갈아입을 곳도 필요하다. 여름철에는 더 난감하다. 그런데 전기자전거는 평상복이나 정장을 입고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출근해서 퇴근 때는 전기도움을 약하게 하거나 아예 전원을 오프하고 땀을 두 배로 흘리면서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서 퇴근할 수도 있다.
- 독일의 아침 출근길에는 전기자전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실제로 전기자전거는 기존 자전거와 다른 즐거움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라이더의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인이 하루에 무리 없이 주행 가능한 거리가 약 30km 내외로 그 이상은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된다. 기분 좋아서 먼 길 떠났다가 페이스를 오버해서 죽음의 페달링을 경험하게 된다. 돌아와서 앓아눕고 고생하다가 죄 없는 자전거는 베란다에서 빨래걸이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전기자전거는 이 페달링 강도를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라이더의 손가락으로 조절해서 한 시간 무리하게 라이딩 할 것을 페달링 부하량을 줄여서 시간을 늘려 더 많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씨에는 자전거를 타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미세먼지 속에서도 가끔 전기자전거를 탄다. 미세먼지 속에서도 꼭 자전거를 타야 한다면 전기자전거를 타고 허리우드 페달링(힘이 걸리지 않는 페달링)으로 라이딩 하면 호흡량을 늘리지 않고 덜 해롭게 라이딩이 가능하다.
- 2016 유로바이크쇼 장에서 유럽의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전거타기 교육을 받는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무리하지 않고 강도를 조절해서 여유롭게 즐기면서 페달링 하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고 긴 오르막도 두렵지 않아 운동량은 더 늘릴 수 있어 전기자전거는 어떤 운동기구 보다 더 효율적이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기구가 될 수 도 있다.
전기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출퇴근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것이다. 전기자전거는 어떤 운동보다 즐거운 엔톨핀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재활치료효과가 있다. 근육이나 연골에 문제가 생긴 라이더의 경우 최고의 재활운동인 수영의 효과처럼 무리하지 않게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으면서 운동을 하면 연골 재생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타던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서 전기자전거로 타다가 재활에 성공해서 모터를 떼어내고 일반 자전거로 복귀한 라이더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별다를 바 없이 라이딩을 할 때 일정부분을 도와주는 것이다. 일반자전거의 한계는 고성능 자전거를 원할 경우 엄청난 부품가를 감수하고 가벼운 소재로 만든 자전거를 선택해야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그보다 무게가 좀 더 늘어나지만 비용대비 성능이나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우위에 있다.
- 2014년 여름 중국 난징시 거리사진, 화면에 보이는 탈것들이 대부분 전기자전거이다. / 예민수 벨로스타 대표
전기자전거가 운동이 되냐고 물어보면 이런 비유를 한다. 말을 타면 말이 달리는데 말 탄 사람은 운동이 안 될까? 그냥 앉아 있는 것이라서?
승마나 일반 자전거 보다는 운동량이 적지만 전기자전거는 약한 강도로 더 많은 운동을 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 운동량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16년 유로바이크쇼 사진에서 보듯이 유럽에서 전기자전거에 대한 라이더들의 관심은 뜨겁다. 자전거 전문업체들 반이 전기자전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전기자전거는 하루아침에 외계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가장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모터와 배터리를 달아서 재미있고 쉽게 이동을 도와주는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이지,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더를 위협하는 무겁고 무서운 괴물이 아니다. 이제는 전기자전거를 조금 더 쉽고 편하게 탈 수 있는 같은 자전거로 받아들일 때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