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국 공무원은 국민 위해 일하지 않는다? |
공무원 뽑는 기준 바꿔야 - 우리말과 나라사랑 마음과 자세 중요 2004/06 이대로 기자 |
먼저 이라크에서 억울하게 죽은 김선일씨의 명복을 빈다.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슬픈 이야기이고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김씨 죽음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김선일씨가 죽게 된 것은 그 스스로에게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과 그 미국을 돕겠다고 우리 군인을 보내기로 한 한국 정부에 그 원인과 책임이 크다. 거기다가 지금 국민이 더 답답해하고 분노하는 건 우리 외무부 공무원들의 성의 없는 태도와 잘못된 일 처리 때문이다. 또 무엇인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1일 이라크의 미국저항세력은 김씨를 납치하고 이라크 방송을 통해 "한국이 파병을 그만두지 않으면 한국인 김씨를 죽이겠다."고 말했고 김씨는 "나는 살고 싶다. 제발 군대를 이라크에 보내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파병은 예정대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김씨가 살아있고 바로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 다음날 22일 김선일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서 온 국민이 놀라고 가슴아프게 했다.
그런데 더 놀라고 분통 터지는 일이 일어났다. 김씨는 지난달 5월 31일에 납치되었고 6월 3일에 에이피통신사가 우리 외무부에 그게 사실인지 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무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에이피통신이 누구에게 말했는지 밝히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으나 바로 우리 외무부 공무원이 전화를 받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화가 난다. 날씨도 덥고 살기도 힘든데 이런 답답한 일이 일어나니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허탈감에 빠져있다. "이러고도 우리 정부라고 할 수 있는가. 공무원들은 뭐 하는 이들인가. 외무부장관 자식이나 공무원 형제가 그 곳에 가 있다면 그렇게 뒷짐지고 있을 수 있나. 정부가 알면서도 미국과 파병 약속 때문에 숨긴 거 같다."며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을 비난하면서 미국을 의심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우리 공무원의 근무 태도가 문제가 많다고 보고 어째서 그 꼴인지 생각해본다. 한 사람도 아니고 두 사람이 전화를 받고도 묵살했을 뿐 아니라 장관이나 다른 간부들은 그런 일이 있는지 조차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일이 없는 거처럼 떠들었으니 말이다. 외국인도 우리 국민처럼 모른다고만 하면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단 말인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한 나라 정부가 하는 일로서 너무 제 멋 대로다.
어째서 우리 공무원들은 제 멋대로 행동할까. 공무원 자신과 외세를 위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고 잘 하는 데 제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는 제대로 못할까.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도 모른다. 오히려 발뺌을 하던가 목에 힘주고 큰소리나 치고 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자세가 덜 되어있고 정신 상태가 바르지 못하다. 공무원을 뽑는 방법이 잘못되었고 공무원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늘날 한국 공무원을 뽑는데 한국말보다 미국말을 잘 아느냐가 더 중요하고 겨레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따지지 않는다. 국어나 국사 시험을 보지 않고 오로지 미국인이 낸 미국말 시험인 토플이나 토익 점수로 공무원을 뽑는다. 사람 됨됨이나 한국인으로서 된 사람이냐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시험점수만 보고 난 사람만 뽑다보니 제 나랏말과 글을 우습게 보는 일류대학 출신이 공무원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라크 대사관에 이라크 말을 잘 하는 직원이 한 사람이란다. 이라크 대사나 대사관 직원 반 이상이 그 나라 문화와 말에 능통한 사람이어야 당연하다. 이라크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무부 직원들은 이라크 국민과 한국 국민을 가장 잘 알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한국 공무원이지만 한국인과 한국보다 미국과 미국인을 더 위해 일한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날 누군가가 "한국에서 공무원 집단이 가장 문제가 많은 집단이다. 난 공무원이나 그 출신을 가장 싫어하고 믿지 않는다. 공무원이 바로 서야 이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하는 걸보고 공감한 일이 있다. 지난날 공무원들은 월급이 적어 국민을 돈을 뜯기 위해 국민을 괴롭히는 일이 많아 국민의 원성을 사는 일이 많았다. 요즘엔 월급을 많이 주는데도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적당히 세월이나 보내고 편안하게 근무하려는 이가 많은 거 같다.
이번 에이피통신과 우리 외무부 말싸움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그 결과를 뻔하게 내다보았다. 그런데 공무원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거드름만 떨었다. 그러니 국민은 공무원을 불신한다. 미국말과 외세라면 꼼짝 못하면서 제 국민에겐 목에 힘만 주는 태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나는 데는 나라가 힘이 없고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말에 무게를 둔 공무원 뽑는 방법과 기준도 바꾸어야겠다. 우리말글로 우리 힘을 키우고 우리말글 사랑 정신으로 국민정신을 무장하고 공무원과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나라와 겨레를 일으키고 빛내겠다는 다짐을 해야겠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이라크 추가 파병을 그만두고 미국도 이라크에서 손을 떼게 해야겠다. 우리 겨레가 살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다.
(4) 한국 공무원은 국민 위해 일하지 않는다?:사람일보 - 사람 사는 세상 (saram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