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2008년 11월 5일 수요일, 가을비. 오바마, 대통령 당선
장진영 씨의 병원 치료 일정 탓에 오늘은 침뜸 치료가 없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서 아침 업무 보고를 마치고 잠시 은행잎이 눈부시게 깔린 광화문 거리로 나왔다. 가을을 앓는 것인지, 나 또한 낙엽 드는 것인지 계절이 예년과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세종문화회관 근처 구둣방 손바닥 만한 라디오에서 이애리수의 <황성 옛터〉가 흘러나온다. 최근 가수 이애리수가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라디오마다 경쟁적으로 이 노래를 틀고 있다. 인터넷에서 아흔여덟 살의 할머니가 된 이애리수의 사진을 보았다. 앳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80년이 지나 온전히 그녀의 노래처럼 ‘폐허’가 되어 있었다. 허물어진 성, 월색 고요한 옛터의 모습이었다. 우리 모두 덧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퇴근 후 장진영 씨 회사 관계자를 만났다. 그들이 무모한 나의 가슴에 대못 박는 소리를 했다. 그러니까 장진영 씨가 구당 선생을 처음 찾아왔을 당시, 즉 38일 전 이미 위장은 물론 임파선에까지 암이 넓게 전이된 상태였단다.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그녀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단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혹시 구당 선생이 장진영 씨의 치료를 거부할까 싶어 그렇게까지 자세히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저 위암 4기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내가 멋도 모르고 구당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은 아닐까? 나는 비운의 기록자가 되고 말 것인가?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귀갓길. 엉터리 기자가 한 발짝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몸에서 낙엽 부서지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알려드려요>
- '영리병원 반대'와 '민중의학 침뜸 보급' 위해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희망이 세상을 고친다>(나무와 숲)를 매일 연재합니다.
- <환자가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오늘> 돈 들이지도 않고도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침뜸의 소중한 진실, 함께 지켜주세요. 읽으시고 공감되시는 분, RT 부탁드립니다.
- 장진영씨에 대한 치료는 2008년 9월28일부터 12월 25일까지 3개월간 매일 이뤄졌습니다. 연재 역시 2011년 9월28일부터 12월25일까지 이어집니다.
- 우리의 오늘은, 3년전 장진영씨에게 그토록 절실했던 하루였답니다. 그녀와 구당의 대화를 통해, 당신의 하루가 더 근사해지길 희망합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