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에서는 사순절 주일 감사성찬례를 시작하며 대연도를 바치는 전통이 있습니다.
성공회 성가 90장 [대연도] 곡조에 대한 기구한 역사를 나눠볼까 합니다.
대연도(The Great Litany)
1. 연도(連禱,Litany)는 선창자의 기도에 회중들이 같은 문구로 화답하는 기도형식 입니다.
구약성경 시편 136편이 최초의 연도형식이고 고대 유대교의 참회 연도에서 유래되었죠.
현대 개신교에서는 생소하지만 천주교와 정교회, 성공회에선 보편적인 기도형식입니다.
2. 4세기경 안티오키아(안디옥) 지역에서 시작되어 콘스탄티노플을 거쳐 로마와 동방교회로 전파되었고,
10세기까지 여러 가지 연도가 전례중에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3. 천주교에서는 호칭기도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가장 오래된 성인호칭기도(Litaniae Omnium Sanctorum)와 성모호칭기도(Litaniae Lauretanae)가 있고,
19세기에 예수이름, 예수성심, 성 요셉 등 다양한 호칭기도가 생겨났습니다.
특별히 성인호칭기도는 성직 서품식 미사 때 노래됩니다. (가톨릭 성가 295번)
4. 성공회의 대연도는 토마스 크랜머 대주교가 영국 남서부 솔즈버리 교구의 사룸 전례(Sarum rite)와 그리스 정교회,
마르틴 루터 등 교파를 초월한 여러 기도문들을 종합하여 작성되었고, Cranmer’s first Litany(1544)로 처음으로 소개되며
최초의 성공회 기도서인 Book of Common Prayer(1549)에 수록되었습니다.
5. 우리 성공회 성가 90장에 있는 대연도 곡조는 1550년 합창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존 머벡(John Merbecke)이
크랜머 주교의 의뢰를 받아 그레고리오 성가를 영어 문구와 어법에 맞게 새롭게 조정하여
공동기도서 악보본(B.C.P Noted)에 수록하여 1553년까지 사용된 것입니다.
6. 1553년 가톨릭 신자인 메리 1세 여왕에 의해 성공회의 예배와 신앙이 금지되면서 대연도 노래 역시 폐지됩니다.
하지만 1558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즉위 후에도 가톨릭 풍의 전례음악은 여전히 터부시되었고,
공동기도서 악보본과 대연도 노래는 이후 300여년동안 영국 성공회에서 완전히 잊혀게 된답니다.
7. 세월이 흘러 1833년, 전례 회복운동인 옥스퍼드 운동(Oxford Movement)에 의해
고교회적인 전통 전례가 부활하게 되고, 중세 이전 전례음악 또한 재조명되어 연구되기 시작합니다.
대연도 노래도 이 때부터 다시 불려지게 됨.
8. 한국에는 1890년 영국 선교사가 들어오면서 “총도문”으로 번역되어 소개되는데
한국민요의 5음계와 중국에서 들어온 찬미책의 선율을 차용하여 불렀다고하나
어떤 방법으로 불렀는지는 현재 알 길이 없습니다.
대연도의 현대악보는 1965년 성가에 첫 등장합니다. (아래사진참조)
간구도문의 악보도 따로 있었는데 1990년 성가에서는 삭제되었습니다.
9. 대한성공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순절 주일 감사성찬례를 시작할 때 부르는 관례가 있죠.
1960~70년대에는 사계재일(四季齋日,Ember days)과 공도재일(公禱齋日,Logation days)에
미사 전 순행을 하며 노래했다고 합니다. 성공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신 분들은 어렴풋이 기억나실꺼예요.
참고로 공도재일은 주님승천 전 3일(월,화,수)로 대한성공회에서는 1990년 폐지됩니다.
10.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전수된 기도문인만큼 신령과 진정으로 노래하며 은혜받으시는 사순절 되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 지휘자 김민 예레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