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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예가 전용복 영산대 교수 "옻칠의 새로운 발견"
□ 저는 최근 국가에서 기념비적인 선물을 만들라고 하여
1주일째 제대로 잠을 못잤고,
어제는 세계적인 회사의 기술개발하시는 분들과 오늘 만난다는 설레임에 잠을 안잤음.
□ 제 직업이 Artist로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치면 좀 팔리는 작가로 나옴.
그런데 동시에 연구도 하고 이와같이 강의도 함. 제 작품을 소재로만 쓰면
아쉬움이 있어 공유코자 이와같은 자리에 나온 것임.
□ 옻칠하면 옛날 밥상, 옛날 가구를 떠올리고,
옻닭이 정력에 좋다는 것을 생각하게
될 것임. 저의 경우, 공항에서 잠바입고 손 지저분한 것 보고 "옻닭 장사하세요?"라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음. 그런데 옻칠은 정말로 소중한 것임. 국가마다 문화가 있는데,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것의 하나인 팔만대장경의 경우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옻칠을 했기 때문임. 또한 고구려 동굴벽화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바로
옻칠을 했기 때문임.
□ 저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음. 그런데 옻을 가지고 작품을 하겠다고 했더니
부친이 집에서
쫓아냈음. 옛날에도 칠쟁이는 천민으로 천대를 받았었음. 그런데
우리문화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분들의 땀과 노고 덕분임. 일본을
영어로 Japan이라고 하는데 J자를 소문자로 한 japan은 옻칠하다는 뜻임.
China가 도자기 때문에 국명이 된 것과 마찬가지임. 일본이 오늘날 경제대국이
된 것은 바로 옻칠때문이라는 것임.
□ 삼성하면 옛날 별표국수가 생각남. 그러던 삼성이 글로벌 회사가 된 것은 대단한
일임. 제가 일본에 있던 88년에 전자상가를 가면 소니, 샤프, 도시바 하면 최고였고,
삼성제품은 싸구려 취급을 당했음. 그런데 요즈음 미국이나 일본에 가서 전시장
가보면 삼성이 대우받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짐. 이것은 선배들이 각고의 노력끝에
발전시킨
것임.
□ 이와 같이 옻칠도 우리 조상이 남겨놓은 것이며 오늘은 옻 이야기를 하려고 함
"직업의 세계 일인자"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일본에서 최고의 찬사받은 전용복"편이
방송되었음. 전용복의 작품은 화려하고
자유로운 표현기법을 지니고 있으며 옻칠에
대한 통념을 부순 사람이라고 소개되었음.
□ 중국은 옻과 관련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음. 옻을 가구에 국한하여 쓰지 않고 벽에도
활용하는 등
옻을 향유하는 중국인들이었지만, 제가 북경 전시관에서 칠예가
개인전을 최초로 10일간 개최하였음. 취재 열기가 뜨거웠음. 한국적이며 선 하나하나가
중국보다 더 발전했다는
찬사를 받았음. 수많은 인파가 모여 10일간 40만명이
다녀갔음. 단일 개인 작가 작품으로서는 유래가 없는 일이었음. 결론적으로 우리
옻칠은 수준이 중국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입증한 것임.
□ 옻칠이라고 하면 언어학적으로는 말이 안됨. 처가+집, 역전+앞과 같이, 옻은
순 우리말이고 칠은 한문이이어서 같은 말을 두번하고 있는 셈임. '옻을 바르다'라고
하는 것이 맞지만 대중이 사용하니 이미 사전에도 옻칠이라고 씌여있음.
□ 지구상 물질중에서 1만년을 견디는 물질이 있다는 것은 놀아운 일임. 옻이 견딜 수
있는 기간이 1만년임. 옻은 친환경소재이고 심지어 에어컨의 열교환기에서\
살균제로도 활용되고 전자파흡수제로도
뛰어남. 팔만대장경은 정확히 82,700장인데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으며, 저도 복원한 것이 있음. 저는 특히 사업가들이 운에
도움이 된다고 좋아하는 반야심경을 복원하였음. 판이 낡아버렸고, 먹이 쌓여있는
것을 뽑아서 복원한 것임. 먹을 빼내자 다 살아났음. 82,700장 모두 수준은 달랐지만
전부 옻이 발라져
있음. 나무에 옻이 도장재로 사용되어 지금까지 보관되었던 것임.
옻은 살균력이 대단히 좋아서 대장균과 포도상균을 모두 죽임. 이러한 살균력
때문에 삼성의 선행개발팀과 공동연구도 하고 있음.
□ 이 세상에 1만년간 빛을 잃지 않고 가는 것은 신비로운 일임. 옻은 고가이고
작품의 완성까지 가는 과정이 복잡함. 옻나무를 채취하는 과정은 산에서 옻나무를
20년 키운후 6월쯤에 지름이 15cm가 되면 나무에 일부러 상처를 내게 됨. 그러면
상처 낸 곳에서 순간적
보호제로 옻을 내는 것임. 이것이 상처를 봉합하는 액체인
것임. 이렇게 한 후 1주일 있다가 다시 상처를 내어 채취하는 식으로 해서 20번을
반복하여 10월에 채취를 끝내게 됨. 그러면 1개 나무에서 약 150g(작은 맥주컵
반컵 정도)을 채취할 수 있음. 그리고는 더이상 채취가 안되어 나무를 베게 됨.
그러면 신소재 개발이 어렵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양적 공급이 가능한 방법이 있음.
옻을 채취했으면 이를 정제하게 됨. 정제 과정을 통해 Color도 만들 수 있고,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검은칠로도 구현할 수 있음. 검은칠 구현은 옻중에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녹슬지는 않지만 살균력은 없음. 옻액에 열을 가해서 3시간
정도 저어주면 투명하게 만들 수 있음. 맥주병보다 약간 더 투명한 정도가 되는
것임. 액제를 상온에서 경화시키는 것인데 온도(10도)와 습도(50~80%)를 적당히
해 주어야 함. 건조는 1주일씩 걸림. 그런데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여 고온(100~
300도) 경화시키는 방식을
통해 5분이면 만들 수도 있음. 이렇게 만든 옻도 살균력이
있고 전자파 흡수도 가능하며 내구성도 뛰어남. 저온일수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최근의 고온기술로 만든 것도 성능은 동일함.
□ 일본에서는 도자기를 발달시키기가 어려움. 왜냐하면 지진때문임. 저는 일본에서
진도 6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초상난다는 생각을 갖게 될
정도로 무서웠음. 제가 있었던 곳이 최근 쓰나미가 덮친 지역인데 파도가 50m로
들이쳤음. 저는 그 쓰나미가 있기 전에 나왔던 것임. 이렇게 지진이 잦은 곳이기
때문에 도자기가 발달할 수가 없었던 것임. 결론적으로 일본의 도자기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이 맞음.
따라서, 일본에는 도자기를 대신할 수 있는 목조 문화가 발달한 것이었음. 그런데
나무에
도장(코팅)을 안 바르면 한번 쓰고 못쓰게 됨. 이에따라 도장하는 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임. 현존하는 일본 국보1호는 도후쿠지방에 1129년에 설립된
<주손지>임. 이 절은 도후쿠 지방을 평정한 후지와라 장군 4대가 미라로 보존되어
있는데 60년전 공사하니 1000년전의 얼굴이 그대로 옻이 칠해진 관속에 보관되어
있었음. 생전모습 대비 피부만 마른 상태였음. 그런데 이 주손지는 한국의 장인이
자개로 만든 것임. 고려시대의 옻칠 기법이 동원되었음. 나무 위에 삼베와 옻을
황토와 섞고 금을 넣어서 만든 것임. 16세기에 이러한 기술이 유럽으로 넘어가
카메라 라이카, 벤츠자동차, 몽블랑 펜 등에 모두 활용되었음. 심지어 성당건물에도
옻칠 기술이 활용되었음. 그런데 주손지의 후지와라 가문이 800년말에 망했고 적을
숨겨 목이 잘렸다고 함. 그렇게 목이 없는 곳에 연꽃씨가 있었는데 이것을 연꽃밭에
심자 800년말에 발아했음. 이것도 모두 옻칠한 곳 안에서 보존되었던 것임.
이와 같은 것이 우리나라의 경남 창원에도 있음. 2000년전 가야문화의 다호리
고분에서 밤톨이 옻이 발라진 제기안에서 발견되었는데 쪼글쪼글은 해졌어도
보존이 되어 있었음.
□ 결과적으로 옻칠은 살균력과 물질보호력이 대단한 것임. 20년된 나무에서 100일
동안에 150g
정도 채취하여 만드는 보물인 것임. 몇개원내 채취후 나무를 베면
또 20년후에나 다시 나오는 귀한 물질임. 일본은 지진으로 목조문화가 발달하였고,
옻이 없었으면 생활이 안되었을 것임. 일본은 이와관련된 세련된 디자인을
발전시켰고 테크닉을 발전시켰음. 도쿄예술대학은 옻칠을 120년이나 가르친 역사가
있는 학교임. 이 학교의 선발과정은 악질적이라고 함. 첫 시험은 무조건 떨어지고
2수에서 4수가 보통이라고 함.
□ 옻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음. 레이더를 피하는 Stealth기술도 옻칠 기술에서
비롯한 도장기술로 구현한 것이며, 유명한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이우스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유가 산에서 채취한 도장재를 이용했기 때문임. 1691년에
만들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옻칠을 한 것이었음.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청명한
소리를 유지하는 것은 도장도 한 몫을
함. 만약 도장을 안하면 비온 바로 다음날
습도 때문에 다 터지게 됨. 옻은 나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나무와 만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임. 저는 그랜드 피아노에 옻칠을 하여 이와대현에 기증한
적도 있고, 마늘에 삼베를 두르고 옻칠을 한 작품을 만들어서 일본에서 대상을
받은 적도 있음. 박물관에 보관된 각종 도끼 등도 옻칠을 안했으면 다 녹슬었을 것임.
□ 저는 고구려 벽화에서 영감을 얻었음. 고구려 벽화에는 Color가 구현되어 있음.
사람들은 옻칠하면 자개를 떠올리고 검은색이라고만 생각하지만 다양한 Color를
구현할 수 있음. 그런데 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은 일본 냄새가 난다고 비판을 함.
저는 일본 도쿄의 메구로가조엔이라는 최고급 정원내 실내 장식 5천점을 23년간
연인원 10만명을 동원하여 복원한 사람임. 여기에 있는 각종 장식은 우리나라
장인들이 만든 것이었음. 제가 복원한 작품들은 장엄한 Color, 역동적인 Color라고
극찬을 받았음. 이렇듯 우리의 옻칠은 단순히 자개가 아닌 것임. 고구려에는 옻으로
수많은 Color를 구현하는 기술이 있었음. 팔만대장경 복원시 KBS 대구 방송
60주년을 기념하여 해인사를 8월에 방문했었음. 그런데 이 건물내부가 매우
시원했음. 위창과 밑창을 내어 찬바람이 자동적으로 머물게 만들었음. 그리고 옻을
발라 살균이나 경판보호를 했던
것임.
□ 일본 나라의 호류지(법륭사)에 가면 백제 보살 불상이 있는데 아름다운 곡선으로
유명하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음. 일본의 국보는 모두 한국기술이 100%
적용되어 있는 것임.
□ 도쿄의 메구로가조엔은 결혼식이 하루종일 열리는 정원인데 동시에 33쌍이 결혼할
수 있는 곳임.
한마디로 영빈관으로도 활용되었고, 맥아더 장군이 집무실로도
썼던 곳임. 그런데 이 유서깊은 정원이 샛강 범람으로 강을 넓히기 위해 뜯어내게
되었음. 이런 이야기를 저는 32세에 듣게 되었음. 이곳에 갔을때 복도를 보니 모두
옻칠을 한 온통 송학도였음.
그런데 살펴보니 모두 조선의 기술이었음. 식민지 시대에
건너간 기라성같은 조선인들이 만들었던 것임. 전복껍질로 천마도를 만든 것도
대단한 작품이었음. 그런데 처음에는 반강제로 끌려가 무엇이 좋다고 이런 것을
만들었나 한심하게 생각도 했지만 민족의 Pride로 만들었겠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었음. 가조엔은 매우 비싸고 일본인들도 가고 싶어하는 곳임. 저는 32세에 복원
소식을 듣고 이 복원을 제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음.
먼저 일본 말을 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하여 외국어대학 일문과에 들어갔음. 그후
방학이면 건너가
이곳에 가서 조각을 조금 빼내와 연구도 하였음. 그런데 그중에는
일본식 기술도 많아 이를 배워서 터득해야 했음. 일본은 47개의 현/부가 모두 다
다를 정도로 기술이 다양함. 가조엔의 350m 복도에 이들 모두가 망라되어 있음.
이것들은 잘 안가르쳐 줌. 나전기술은 세계 최고 였지만 일본기술중 금을 실오라기
보다 가늘게 집어넣는 기술 등은
배워야 했음. 그래서 방학때면 건너가 일본 장인을
불러 술을 먹이면서 배웠음. 그런데 이들은 자기가 습득할때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안 가르켜 주었고, 사람마다 방법도 다 달랐음. 아무튼 이 사람들에게 어렵게 배워
나갔음. 그리고는 돈이 없어 우에노 벤치에서 잤음. 그런데 Homeless10여명이
찾아와 시비를 걸었음. 그때 '나는 일하기 싫어하는 너희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해병대 출신의 깡으로 목숨을 건 싸움을 하여 이들의 오야붕이
되었음. 한가지 비법은 10여명하고 싸울 때에는 벽에 붙어서 뒤에서 공격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함.
이렇게 3년을 하자 제가 가조엔 연구를 한다는 소문이 나게 되었고, 가조엔쪽에서
만나자고 정식
초청을 받게 됨. 이때에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 롤스로이스로 모셨고,
Prince호텔의 스위트룸을 주었음. 경쟁자 3천명중 1명을 선발하는데 제가 선정되었음.
힘든 일이었지만 집념을 가지고
달려들었더니 세상에 불가능은 없었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렇게 해서 됴쿄 메구로가조엔은
23년간 연인원 10만명이 동원되어 5천점을 복원하게 된 것임. 목숨걸고 도전하면
못할게 없는 것임.
□ 3년전에 한국으로 나와 교수가 되었음. 옻칠을 하면 옻이 오르는데 다 극복했음.
가조엔에 세계 최초의 옻칠 엘리베이터도 만들었음. 이것을 만든다고 했을때
소방서에서 소방법에 규정이 없다고 반대하여 라이터를 갔다대어 안탄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하였음. 이때 일본의 미쓰비스에서 엘리베이터를 만들때 옻칠을 하고
고온경화 공정을 할때 문을 열지말라고 지시하고 나갔다 오니 몇명이 벌개 있었음.
옻이 올랐던 것임. 열이 올랐을때 문을 열면 옻에 걸리는 것임. 아무튼 옻칠은
400도까지 견딜 수 있고 염산/초산에 반응하지 않음.
□ 이외에도 옻칠로 나전칠기도 만들고, 공작도 만들었으며, 18m의 거대한 '혼'이라는
작품도 만들어
가져왔는데 지금 걸데가 없음. 불란서에서는 <망가진 생명의 합창>
이라는 작품으로 디자인상도 받았는데 이 작품에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Color를 다 동원하였음. UNESCO본부에 기증한 작품도 만들었음. 연어떼를 작품으로
구현한 것은 23년만의
귀향을 기억하여 만든 것이었음. '08년에는 8억짜리 옻칠한
시계도 만들었는데 3개월만에 팔렸고, 3천만엔짜리 시계도
요미우리 회장에게
팔았음.
□ 우리 문화를 사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선진기술도 매우 소중함. 그런데 자기 집앞
샛강에 미꾸리가 우글거리는데 차타고 몇시간 가서 잡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음.
우리 주변에도 좋은게 많음. 옻칠은 우리 조상님들은 천대를 받으면서도 맥을
이었음. 옻은 활용법이 무궁무진함. 가능성있는 물질임. 우리것 가지고 개발하더라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