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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배냇저고리 높새바람17 강정연, 김려령, 김영혜, 김혜연, 류마리, 백승연, 선자은, 장희정, 정승희, 최은영, 하은경 지음 신국판 변형/ 값 7,800원 / 바람의 아이들 펴냄 |
※ 출판사 서평
바람단편집, 그 네 번째 이야기
바람의 아이들에서 작가의 저변 확대와 단편 동화의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펴내고 있는 바람단편집, 그 네 번째 책이 나왔다. 고학년을 위한『달려라, 바퀴!』, 초등 저학년을 위한『귀신이 곡할 집』, 청소년을 위한『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에 이은 네 번째 바람단편집『공주의 배냇저고리』는 중학년 이상이 읽을 수 있는 단편 동화 열한 편을 담고 있다. 이번 바람단편집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들은 표제작「공주의 배냇저고리」를 비롯해 등장인물에 따라 혹은 이야깃감에 따라서 유쾌하거나 발랄하기도 하고 찡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번 단편들은 사람은 사람에게 최고의 약이 된다고 말한다.
사랑은 다정하게, 위로는 담담하게, 상상은 자유롭게!
살빼라는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빈 물통을 짊어지고 약수터에 가는 ‘뚱공주’「공주의 배냇저고리」, 자신을 달달 볶는 누나에게 ‘까탈마녀’라는 별명을 붙여준 가훈이「까탈마녀에게 무슨 일이?」, 걸핏하면 손주 녀석의 고추를 따겠다고 엄포를 놓는 할머니「고추 따 간다」, 로또가 맞아 번 돈을 주식으로 날린 할아버지「바다로 간 로또할아버지」등 등장인물이나 이야깃감 자체가 유쾌하고 발랄하다.
한결같이 가족 내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작품들은 가장 친밀하고 다정해야 할 가족들이 실은 불꽃이 튀기는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거나 억압받고 소외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꽤나 생글거리는 얼굴로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까슬거리고 찔러 댄다고 해도, 울을 터뜨리거나 망신을 당한다고 해도 가족은 가족이다. 그래서 어쨌든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은 이 모두가 가족 이야기라는 점 때문에 참말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입양 간 동생을 만나기 위해 축구 선수로 이름을 떨치겠다는 꿈을 가진 태양이가 주인공인「난 꼭 유명해져야 돼」나 서울에서 따돌림을 당하다가 시골로 전한 간 아이가 나오는「개구리」에서는 아이들이 마음속에 지닌 상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들에 비한다면 가족들과 부대끼느라 힘들다고 투덜대는 인물들은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 하지만 이들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방법 역시 옆 친구와 조금씩 틈을 줄여나가며 가까워지는 것이다. 가족이든 가족이 아니든 사람은 사람에게 최고의 약이 되는 모양.「장구 소리」의 민지가 바보라고 무시하던 사촌언니와 함께 엉망이 된 고추밭을 빙빙 돌고,「싱싱 지구 환경 고물상」의 혁이가 고물상에서 곤욕을 당하는 아버지 앞에 나서서 “우리 아빠는 사장님이라고요!” 하고 소리칠 수 있는 힘 역시 그런 소통과 나눔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찡하고 서글픈 이야기들에는 나름의 힘과 에너지가 담겨 있다.
한편, 이 단편집에는 판타지 형식의 동화들도 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아이고야’라는 말을 자주 쓰는 곰 인형 뭉치의 장례식을 다룬「곰 인형의 장례식」에서는 돼지저금통은 짤랑거리고 걸레는 물기를 닦는 등 저마다의 성질은 유지하면서도 까다롭거나 엉뚱하거나 너그럽거나 하는 식의 독특한 개성을 부여받는 사물들이 꽤 많이 등장해 읽는 재미를 준다. 더욱이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나름의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 단순한 의인화 동화 이상을 보여준다. 또 평소 도깨비에 관심 많은 작가가 컴퓨터의 휴지통에 둥지를 튼 최첨단 도깨비들 이야기를 들려주는「얍! 컴지 통지 나가신다」는 기발한 착상과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며, 도깨비들이 매일 혼자 먹는 밥과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 이야기 짓기에 지친 상우를 위로해 주는 건 친절한 덤이다. 그런가 하면「바람나라에 떠도는 소문의 진상」은 너무나 일찍 엄마 곁을 떠나 아기가 바람이 되어 떠돌다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 새 아기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로 잔잔하게 슬픔을 어루만져주는 작품이다.
동화란 어린이들의 생활과 사고와 세계를 다룬다지만 반드시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즐겁고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문제가 해결되거나 기쁜 결말을 맞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동화가 동화인 것은 다름 아닌 동화에서만 다룰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게 아닐까. 이 열한 편의 동화들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작가 소개
강정연 : 1975년 경기도에서 태어났다. 성균관 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200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누렁이 자살하다가」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제 18회 계몽아동 문학상과 2005년 안데르센 그림자상을 받았고, 2007년 제 13회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장편동화 『바빠가족』, 『건방진 도도군』 등이 있다.
김려령 :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증조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 『기억을 가져 온 아이』『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등이 있다.
김영혜 : 1982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지만, 대학에서 기억나는 건 동아리 활동뿐. ‘메르헨 졸업’이란 표현이 맞겠다. 2007년 단편 동화『수선된 아이』(공저)로 제1회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고, 지금은 상도동에 거주하며 동화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김혜연 :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다. 한겨레 아동문학 작가 학교에서 공부하다 동화책에 재미 들려 동화를 써 보기로 했다. 2004년 한국안데르센 그림자 상을 수상했다.
백승연 :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방송국, 영화사, 신문, 잡지, 인터넷 서점을 오가며 잡다한 글쓰기를 계속하다 본격적으로 문학에 입문한 지는 얼마 안 됐다. 2005년 '마로니에 전국 여성 백일장'에서 아동문학 부문 장원을 했다. 지은 책으로 어린이 희곡 동화『한눈팔기 대장 지우』가 있다.
선자은 :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공부했고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꿈을 키웠다. 지은 책으로는 『영원한 황금지킴이 그리핀』, 『잘하면 살판』, 『단골손님』 등이 있으며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 열심히 상상 중이다.
류마리 : 1971년 경기도에서 태어났습니다. 따로 동화를 공부하진 않았지만 동화 읽는 걸 너무 좋아하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2006년 샘터 동화공모전에 당선되었고, 2007년엔 기독신춘문예에 당선되었습니다.
장희정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공부했으며 ‘어린이 책 만드는 놀이터’에서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승희 : 1967년 지구에서 태어났다. 2005년 새벗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2006년 전국마로니에 여성백일장에서 동화로 우수상도 받았다. 내 안의 상처 받은 아이에게, 그리고 다른 많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최은영 :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15년 동안 방송 글을 쓰며 살다가 2006년「할아버지의 수세미밭」으로 푸른문학상을, 「상여꼭두의 달빛 춤」으로 황금펜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동화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떼었다.
하은경 :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카톨릭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2002년 샘터사 주관 '샘터상' 동화 부문에「행복한 청바지」가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 『달려라, 바퀴』(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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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엇, 제가 쬐끔 아는 분의 이름이 있네요. 저랑 이름이 같은^^ㅎㅎ
아, 손은영님, 반갑습니다. 이곳에서 이렇게 또 뵙네요. ㅎㅎ / 저 최은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