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산행기
산 행 일 : 2008. 8. 29. 22:00 - 8. 30. 19:25(무박2일)
산행코스 : 한계령-끝청-중청-대청-소청-천불동계곡-비선대-설악동
인 원 : 자은, 자은 친구, 자은 동생, 도봉 산토끼, 사색, 명광철, 피닉스, 레이싱, 오음산, 푸른솔, 차도인(‘존칭’ 생략)
산행거리 : 18.8 KM
산행시간 : 총 12시간 30분
들어가는 말
개인만의 산행기를 올리는 오선생 카페를 무례하게 침범하여 뻔뻔스럽게 드나들던 레, 푸, 알, 차(이번 산행에 알프스는 고기 잡으러 떠나는 바람에 불참)는 의기투합 되어 함께 산행하면서 어설픈 산행기와 사진을 올리며 분탕질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카페에서 눈팅만 하고 함께 산행 하지 못하는 다른 회원들(특히 괜찮은 여자, 고진감래, 날라리)에게 항상 죄지은 기분이 들어 언젠가 함께 산행하기를 학수고대 하던 중 오선생이 2008. 8. 29 - 30.(무박2일) 설악산 산행하기로 하였다는 이야기에 갈등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미리 선약이 있었던 터라 연기하고 같이 갈까 아니면 불참 할까 한 동안 고민하다 자칭 회장이 불참하면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아 참석키로 결정한 후 분주하게 준비를 하였으나 처음 주관하는 산행이라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을 느꼈지만 어설픈 맛으로 밀고 나가기로 한 후 솔총무가 오, 푸, 레, 차에게 각자 준비물을 분담하고 산행준비를 하였습니다.
산 행 기
2008. 8. 29. 22:00 창동역에서 차량 2대에 자은, 자은 친구, 자은 동생, 도봉 산토끼, 사색, 명광철, 피닉스, 오선생이 승차하고, 22:20경 양정역에서 솔총무, 22:45 하남 에니메이션고교 앞에서 레, 차를 만나 각자 인사 및 소개한 후 꿈과 희망 그리고 조망을 그리며 설악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선두 차는 오선생이 여성 회원들만 태우고 운전하였으나 여성 회원들 앞에서 운전 솜씨를 뽐내고 싶었던지 벼락 같이 사라져 아마 몇일 후면 속도위반 딱지가 오지 않을까 하는 피곤한 생각을 해보고 우리 남자 회원만 탄 차는 사색이 새색시처럼 도로가 꺼질까봐 얌전하게 운전하며 마냥 기어갔습니다. 적정속도 80㎞ ± 20㎞ 내외로 최상의 안전운행을 하였으나 덕분에 한 잠 못자고, 솔총무와 계속 떠들어 떠드는데 적응이 전혀 안된 사색, 명광철, 피닉스는 귀가 꽤 아팠을 것으로 유추해 보고 멀어져 간 선두 차를 못 잡고 00:20경 내설악 휴게소에서 겨우 오선생과 여성 회원들 만났습니다.
휴게소에서 각자 싸온 음식을 먹은 후 시답지 않은 농담하던 중 요들산악회 대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한 후 01:30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으나 관광객들 상대로 하는 식당답게 음식이 형편없었지만 우선 배를 채워야 산행할 수가 있어 억지로 식사를 마친 후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02:20 한계령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약간 걱정이 앞서기 시작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레, 오, 푸는 수 없이 같이 산행하여 척 보면 알고 있을 정도로 속속히 알고 있어 걱정이 안 되는데 새로 온 회원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선두는 오선생, 중간은 솔총무, 후미는 레, 차가 하기로 한 후 각자 산행준비를 마친 후 02:35 한계령을 출발 하였습니다.
작년 11월 무박으로 한계령에서 설악동을 산행할 당시에는 03:30경 철문을 개방하지 않아 철문을 월담하여 출발하였는데 이번에는 02:35에 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동절기에는 04:00 개방, 하절기에는 03:00에 개방하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이번 산행에서는 철문을 미리 개방하여 철문을 월담하지 않고 수월하게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한계령에서 출발할 때는 항상 숨 막히는 계단에 질리지만 어차피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에 편한 마음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갈 때마다 모든 회원들의 거친 숨소리를 토해 내면서 올라가는데 산토끼가 조금 힘들어 하고, 명광철이 다리에 쥐가 난다면서 힘들어 하여 솔총무가 근육이완제와 파스를 뿌려주면서 04:05 서북능삼거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신기한 것은 사색과 피닉스가 상상 예외로 잘하고 있어 역시 막강 강북의 지킴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한편 산행 속도가 너무 늦어 일출은 고사하고 공룡능선은 포기를 하여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마음은 착잡하였으나 레이싱은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묵묵히 뒤에서 쫓아오는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첫 산행하는 회원 중 폭탄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산행하는데 하늘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듯 한 착시 현상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고, 예쁘고, 이름 모르는 별, 이름을 아는 별 등 수많은 별들이 은하수를 이루어 총총히 박혀 있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사실 도회지에서 생활을 하면은 하늘을 쳐다 볼 여유도 없이 정신 없이 바쁘게 살아가지만 산에서 만큼은 아름다운 별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가 있어 무박산행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집사람에게 이렇게 멋있는 별자리 구경을 같이 못하여 미안한 생각이 문득 들어 나중에 같이 구경할 기회를 만들기로 하고 05:08 전망대에 도착하여 오선생이 비자금으로 새로 장만한 수천만 화소의 디카로 사진을 담고 출발하는데 일출을 보지 못하겠다는 불안감이 들었지만 이왕 봉사하기로 한터라 편하게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설악산을 수 없이 오면서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제대로 일출을 구경 못했는데 오늘처럼 날씨가 좋으면 일출은 꼭 구경하겠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산행 속도가 나지 않아 일출은 틀린 것 같은데 회원들은 넓은 장소만 있으면 퍼질러 앉아 막걸리로 속을 채워 증말 열 받았지만 참고 또 참으며 06:12 끝청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일출은 쫑이 났지만 대신에 기가 막힌 운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넋을 놓고 운해를 감상하는데 정말 몇 년만에 보는 운해인가 싶을 정도로 장관을 이루어 보는이로 하여금 모든 피로를 한방에 날려 버렸습니다.
그러나 끝청에서 또 또 막걸리 파티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찾는 통에 너무 추워 혼자 갈 생각을 하였지만 지금까지 후미에서 고생한 게 너무 억울해 꾹 참고 또 참으며 추위에 떨었는데 서서히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중청까지는 졸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근만근 같이 무거운 발자국을 남기며 가던 중 방금 야생 도야지들이 파 놓은 듯한 흙무덤이 있어 곧 설악산도 벌거숭이산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07:22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자 졸음이 싹 가시고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 공룡능선을 탈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07:43 드디어 대청봉에 도착하였습니다.
대청봉에서 운해를 본게 몇 년된 것 같은데 산 허리마다, 산 계곡마다 휘감고 펼쳐진 운해는 우리 모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오선생, 사색 그리고 명광철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나머지 회원들은 조망을 감상하느라 정신없고, 모든 산꾼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모습에 고귀하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자연스럽고, 천연스러운 인간다움을 느꼈습니다. 설악의 바위들은 조물주가?, 자연이?, 위대한 산이?, 인간이? 아무튼 기가 막힌 조망에 같이 산행한 모든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증표를 남기느라 정신없었는데 또 막걸리 및 양주 파티하면서 세월의 끈을 놓고 있었지만 그래도 날씨가 좋다는 점에 위안을 삼으며 중청으로 내려와 레이싱에게 공룡능선을 포기하자고 한 후 08:30 소청을 통과 하였습니다.
설악산을 산행하면서 가장 힘든 구간 중 하나인 희운각을 향해 내려가는데 강북 지킴이와 여성회원이 너무 힘들게 하산을 하였습니다. 사실 산행은 오르막 보다 내리막이 힘이 들어 대다수 산꾼들은 내리막에서 무릎이 아작 나 스틱을 사용하거나 무릎보호대를 착용한 체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우리 회원들도 조심스럽게 하산을 하였으나 전혀 속도가 나지 않아 후미에서 계속 독려하면서 09:00 희운각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미 희운각에 도착한 오,레,푸는 김치찌개를 끊이고 있었고, 오선생 옆지기인 자은이 준비한 오징어 두루치기를 하고 있었고, 뒤 늦게 합류한 우리는 준비해간 버섯 불고기를 볶아서 소주, 막걸리, 양주, 복분자, 매실 등을 곁들여 식사와 술을 맛있게 먹고, 마시는데 국공파 직원이 빨리 식사를 마치라고 채근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희운각 대피소 공사를 하면서 자재 및 폐자재를 헬리콥터가 공급 및 공수를 하기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날린다고 하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식사 도중 헬리콥터가 다가와 먹던 음식을 덮고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으나 그래도 가장 재미있고, 맛있게 먹고, 즐겼던 식사시간은 틀림이 없었습니다.(다음 산행할 때는 강북 지킴이가 음식 꼭 준비할 것)
식사 후 강북 지킴이, 여성 회원, 기존 회원간의 서먹함이 없어져 부담감을 떨쳐 버리고 서로 농담도 하면서 천혜의 비경인 천불동쪽으로 하산 길을 택해서 내려오는데 공룡능선쪽으로 눈이 갔으나 차후로 기약하고 10:35 무너미고개를 지나 천불동 계곡에 산재한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으면서 11:37 양폭산장을 지나 13:28 비선대에 도착하였고, 15:05 설악동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종료를 하였습니다. 사색과 명광철은 계속 사진을 담았는데 나중에 CD를 부탁합니다.
설악동 주차장에서 7-1 버스를 타고 약 10분간 시체놀이 할 찰나 15:45 해맞이공원에 도착하여 용궁횟집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으로 요기를 달래면서 산행 후일담을 나누던 중 오선생과 운전할 강북 지킴이는 시체놀이에 들어갔고, 나머지 회원들은 바닷가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며 무박산행으로 인한 피로를 풀었고, 18:15 해맞이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하여 19:10 한계령에 도착하여 어제 주차한 차에 각각 탑승하여 19:25 서울로 출발하여 오던 중 오선생은 홍천에 문상 간다고 중간 하차하였으나 아마 죽었다 살아남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다음 산행을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에필로그 :
이번 산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차량 2대로 이동하므로 운전한 회원의 피로감, 과다한 경비 지출 그리고 초행인 회원들의 능력에 걸맞게 산행을 했어야 했는데 과욕을 부리며 무박으로 택하는 바람에 힘들어 하는 회원이 속출하여 차후에는 초심자 능력에 맞는 산행지를 택하여 모두 즐겁게 산행할 수 있는 산행지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이만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차도인님 감동의 소설 감사합니다. 레이싱님과 차도인님의 평소 산행습관과 성격상 맨 뒤에서 챙기면서 산행하신것 정말로 감동입니다. 지금까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후미에서 산행한 것은 아미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레이싱님은 이번산행에서 공룡까지 가려고 작정했던 산행이었는데 계획대로 하지 못해서 엄청 미안합니다. 여러가지 부족하고 어려웠던 산행이었지만 모처럼 감상한 환희의 풍광과, 무엇보다도 열 한 명 모두가 안전하게 산행을 마친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 아래 계속
산행의 이모저모를 속속들이 파헤쳐서 열거하면서 써주신 산행기 정말 잘 읽었습니다. 끝까지 읽으면서 몇번을 웃었는지 배꼽이 배 밖으로 나왔습니다. 도인님이 책임을 져 주셔야 할 듯~~ PS: 레이싱님의 돼지고기김치찌게, 도인님의 버섯불고기, 푸른솔과 오음산의 코펠 버너 지원 감사하구요, 오징어불고기는 자은님이 하신것이라네요 ^^
수정하겠습니다.
오징어불고기 자은님? 도봉 산토끼가 아닌가요?
죄송 요리만 제가....다음회에 제가 오삼불고기에 홍어회까지 대접할께요 도봉산으로오세요
산행기 잘보고갑니다 다들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도인님 산행기는 웃음을 주시는군요 잘읽었습니다
회원님들은 글도 쓰네요. 저도 산행후기를 한번 쓰고 싶은데,백두대간 산행후기는 몇번다닌분들이 쓰더라고요. 처음 빅두대간하는사람은 산행하기 바빠서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글 잘 읽었습니다.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음 산행때도 쭈욱 이대로 하시자구요 화채능선 함께 하시지요 오음산님 부탁해요 ㅎㅎㅎ
당신 혼자 갔다와.
화채능선 함 해야지요...
ㅎㅎㅎ 힘들면서도 재미있게 산행을했는지 재미있게 쓰신것인지 못간 나도 승질나네, 좋았겠네요... 부러버라!
도인님의 산행기는 소설이야요, 안가본사람이 보면 간겨처럼..... 너무좋았겠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한계령에서 그 시간에 오름이 가능하군요.... 참고 하여담에 사부작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만인을 웃음으로 가득채워주셔 복많이 받으셔야 되겠지요. 산행기 읽고있으니 머리속에 산행하는모습이하나 하나 영상이 떠오르네요. 맛갈스러운 산행기 감사허구요 화채능선 기획있을때 놓치지 않고 꼬옥 동참하렵니다 . 산행기 감사합니다 .도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