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완공된지가 몇년이 지났지만 무에 그리 바쁜지 사물놀이공연이 있어 좀 작은 규모인 앙상블홀에만 한번 가보곤 제일 큰 아트홀엔 한번도 가보질 못하고 살아왔으니 얼마나 문화에 접근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는지 한심한 지경이다.
그런데 가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생겼다.
바로 앞집에 사는 부부의 아들이 이탈리아에 가서 성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잠간 귀국해서 오페라를 공연한다고 한다.
거의 매일 만나는 이웃집의 아들이 모처럼 귀국해서 공연한다는데 안가볼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주연인 카바라도시역을 한다고 하니.
그래서 공연관람을 위해 공연 전 10여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표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티켓예매업체에 회원가입부터 해야하고 날짜와 좌석을 지정해서 계좌이채로 송금해서 겨우 관람권예약을 마치고 예약번호를 지정받았다. 입장권은 당일 매표창구에서 지급해준다고 한다. 공연관람을 위한 예약문화가 많이 발전되어 있어서 앉을 좌석까지 지정해서 예약이 되니 참 편리한 제도이다. 공연날 창구에 가서 구입하느라 법석을 떨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대전예술의 전당 입구
오페라라는 공연을 처음보는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오페라토스카의 구성과 전체적인 음악은 잘 모르지만 그 유명한 '별은 빛나건만' 이란 곡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저미는 파괴력이있는 곡이라서 익히 알고있어 더 관심이 간다.
오페라토스카는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고양문화재단 공동기획작품인데 스페인 출신 지휘자 에드몬 콜로메르가 예술감독을 하고 이탈리아 명 연출가인 조셉 프랑코니 리가 연출,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인 파스콸레 그로시가 무대 의상 디자인을 맡는데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던 무대 장치들을 그대로 공수해왔다고 한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오케스트라 반주를 했으며 대전시립합창단 KBS대전어린이합창단인 함께 출연한다.
출연진은 토스카역에 소프라노 이네서 살라자르, 김향란, 카바라도시에 테너 빅토르 아파나센코,박성규, 스카르피아에 바리톤 미하엘 칼만디, 최종우 등 세계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성악가들이다. 출연진이 두명씩인 것은 하루씩 공연을 건너서 하기 때문이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아트홀 전경
설레는 마음으로 아트홀 안으로 들어가 입장권을 받았는데 입장권 교부해주는 창구가 많아서 복잡하지 않아 좋았다.
입장권을 받고 지정석에 앉아 난생 처음으로 오페라를 관람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콜로메르의 정열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음악이 가까이 들려서 좋았다.
출연성악가들의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비해 좀 작아서 묻히는 점이 있었으나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기대했던 이웃집 아들인 박성규가 출연하는데 그렇게 멋져보인다.
동네에서 대할 때는 좀 살이 많아서 걱정스럽게 보이기도 했는데 무대에 서니까 오히려 무대를 힘있게 채우는 중량감이 느껴져서 오히려 좋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스토리를 대충 읽고 갔기에 흐르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앞줄쪽에 앉았더니 맨 위에 나오는 자막과 아래에 나오는 출연자를 함께 보기가 좀 힘이 들었다.
마지막 3막의 클라이막스인 카바라도시가 사형을 당하기 전 토스카를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그 '별은 빛나건만'이 불려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 절정에 이르는 멜로디의 느낌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역시 카바라도시 역의 박성규는 좋은 성악가라고 여겨졌다.
같이간 집사람은 사실 음악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서 깊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관중들의 박수세례로 출연진들이 서너번 나와서 인사를 했다.
집에 돌아온 다음날 아침 박성규가 집에서 나가고 있기에 유명한 성악가의 사진이라도 찍으려고 불러세워서 찍어보았다.
성악가 박성규님 집앞에서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가 이런 평범한 골목의 주택에 부모님들이 산다는게 신기했고 더구나 앞뒷집에 산다는게 나에게 특별한 인연이라 생각되었다.
앞으로 더욱 좋은 활동을 펼쳐서 세계적으로 더 많은 진출을 해주길 바란다.
Tenor 박성규(Park Sung-kyu)
대전출생
삼육대학교 음악과 졸
이탈리아 유학 2003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졸업
2001년 이탈리아 레온카발로 국제콩쿠르 1위, 이탈리아 토리노 비오디 국제콩쿠르 3위
2004년 라보 국제콩쿠르 1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콩쿠르 1위
2005년 마르세유 오페라 국제콩쿠르 1위
2007년 이탈리아 푸치니탄생 15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
2008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극장의 오페라 <투란도트>, 스페인 빌바오극장의 <이리스>, 이탈리아 노우보 조반니극장의 <일 타볼로>, 리미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오페라 <아이다>
등의 출연으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정상급 테너로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