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강남병원 앞인데 어디로 가면 돼" 하는 조금은 어눌하지만, 정겨운 이성환형의 목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
시계는 4시30분을 가리킨다. 올 첫 대회, 울산대회가 시작되었다.
"혹시, 벗꽃 구경가는 관광객들 때문에 길이 막힐지도 모르니, 좀 일찍 길을 떠납시다, 하고 참가 선수들에게
당부 전화를 했는데, 정작 내가 형보다 늦게 일어났다. 그 만큼 첫 대회는 잠을 뒤척이게 했다.
급히 서둘러,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린다, 상큼한 공기를 마시며.
12시 비 올 확률 60% 확인 후, 오늘 제발 비가 조금이라도 늦게 오기를 빌면서~~
드디어 울산구장이 보이는데, 아! 벌써 도로를 점령하고 있는 차들이여~ 얼마나 시합에 목말랐으면.
올해부터는 중앙협회에서 개인 포인트를 인정하는 대회로 승격되었다는 김광성회장의 격려사를 대독한
중앙협회 신명식이사의 인사 후 샷건 방식으로 첫 대회 스타트.
여기저기서 화이팅 소리와, 홀인원이라도 했는지, 함성 소리와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A9번홀의 목발 짚는 심판으로 올해 정규시즌을 시작하는데, 묘하게도 이성환형이 나의 첫 선수가 되어 티 박스 위에 있다.
형이 잘해야 할 텐데 걱정하며 보는 순간 너무 급하게 친다 .아이고~OB다.
연습하면서 그토록 신신당부를 했는데, 아직 경기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조금은 피로가 쌓일 즈음, 부산 김재필선수의 홀인원이 피로를 말끔히 날린다.
이상하다. 홀인원 할 공은 들어가기 10미터 앞에서도 느낌이 오는 것은...비는 올 듯 말 듯 마음을 쫄게 만든다.
점심 식사 후 기다리던 5인조단체전, C팀의 일원으로 목발을 짚고 한손골프로 올해 첫 경기에 임한다.
번외 경기이지만, 제발 OB하지 말기를 빌면서, 그런데 우리 C팀이 참 잘한다. 화이팅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순서도 잘 정한 것 같다. 장선자. 이옥연선수의 이구동성 왈 (전무님! 단체전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헐~이 팀을 A팀으로 할 걸, 그런데,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티 박스였건만, 하필이면 86미터짜리에 걸렸다.
모르겠다. 티 박스에 섰다. 목발에 몸을 의지하고, 두 번의 빈 스윙으로 거리를 조절하고, 끝까지 공을 보자고 다짐하고,
눈 질끔 감고(?) 쳤다. 감이 좋은 것 같다. 잠시 후 함성소리다, 어~ 1미터에 붙었다.
골프 참 묘하다. 마음을 비우니까, 홀이 공을 받아들인다. (SHOT OF DAY) 끝났다~~~
경기가 끝이 나니까~~ 드디어 비가 내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비는 본격적으로 내리고, 뒤풀이하는 횟집의 활기가 가득하다.
주최도시 울산주회장이 도착해서 일부를 찬조하겠다는 소리에 박수가 터진다.
주회장의 찬조덕분에 30만원으로 자연산회를 실컷 먹고
비오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집으로~ 집으로~
또 한 해의 긴 여정을 구상하며.....
첫댓글 수고가 많으셨네요.골프도 잘 치시지만 글쓰는 솜씨가 작가하셔도 되겠어요.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때 연애편지 한 번쯤 다 썼자나요....
진쌤~~멋지세요 항상 웃음띤 모습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