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과 손이 아파요 (koami 2013-12)
하늘땅한의원 원장 장동민
팔과 손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원숭이나 침팬지 고릴라의 경우에도 손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수준에 비하면 손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비해 인류는 직립보행을 하면서 손에 자유를 얻게 되었으며, 아주 정밀한 동작으로 많은 문명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손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심지어 꼭 다치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생기는 경우들까지 있게 되었다. 오늘은 팔과 손의 통증에 대해 알아보자.
직접 손에 이상이 있는 경우
선조 29년 5월 11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선조가 “왼손의 손등에 붓기가 있는 듯하고 손가락을 당기면 아파서 침을 맞으려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비록 통증의 원인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손가락을 당기면 아프고 붓기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 손가락을 움직일 때 사용되는 건초에 직접적인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손은 8개의 수근골과 5개의 중수골, 그리고 14개의 수지골로 이루어져 있다. 왼손과 오른 손을 합치면 무려 54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사람 몸의 전체 뼈 개수가 206개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전체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손의 뼈들은 인대와 건초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종 동작에 사용되는 인대와 건초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통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손을 다치지 않았는데 아픈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수근터널증후군’이다. 손목에는 마치 터널처럼 생긴 곳이 있는데, 목이나 팔에서 내려오는 신경이나 근육 및 인대 등은 대부분 이곳을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손목을 통과하여 손가락에 이르는 신경에 그 주변 조직이 압력을 가하여 생기는 질환이 바로 수근터널증후군이다. 처음에는 마비나 찌르는 듯한 통증 또는 화끈거림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오래되면 쥐는 힘이 약해지게 된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면서 손가락이 저리거나 마비 증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혹 수근터널증후군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수근터널증후군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세가 있는데, 먼저 가슴 앞에 양 손끝을 마주 댄 채, 손끝을 아래로 내려뜨린 후 팔꿈치를 들어 90도로 유지한 상태에서 손목에 저리는 증상이 오면, 수근터널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근터널증후군을 예방하는 올바른 자세는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는 손가락과 손목을 피아노를 치듯 평형을 유지하고, 손목을 높이기 위해 스펀지 같은 것으로 받쳐주는 것이 좋다.
임상적으로는 확실하게 직접 다친 경우가 오히려 치료가 편하다. 다친 부위를 쓰지 않게 아껴주면서 정형외과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금세 좋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목터널증후군처럼 똑같은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피로가 누적이 된 경우는, 예후가 별로 좋지 않은 편이다. 장기간에 걸쳐 증상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치료기간도 길게 잡는 경우가 많은데, 한의원에서도 침구치료나 약침 또는 한약을 병행하여 치료하는 편이다.
직접 손에 이상은 없는 경우
팔과 손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지 않아도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손 대신에 목이나 팔꿈치 등의 다른 분위에 일어난 손상이 손에 나타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 중에서도 ‘테니스엘보우’나 ‘골프엘보우’처럼 팔꿈치의 이상이 손에 나타나는 경우는, 당연히 팔꿈치를 치료하는 것이 근본치료다. 손목을 고정시킨 상태에서 손끝을 힘주어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렸을 때 통증이 생기는 경우는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테니스나 골프를 치지 않아도 생길 수 있는데, 실제 걸레를 힘주어 짤 때 통증이 생겨서 오는 주부들도 있다. 당연히 팔꿈치를 치료해야만 손의 통증도 사라진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서 염좌 못지않게 많이 찾아오는 경우는, 경추를 포함한 목의 이상이 있을 때다. 물론 이 경우도 근육이나 인대 레벨의 경우도 있고, 신경 레벨의 경우도 있다. 그 중에서 팔이나 목을 고정된 위치로 일하거나 반복된 동작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서 나타나는 근육의 피로에 따른 기능적 또는 구조적인 장애를 일컬어 ‘경추상완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직업적으로 컴퓨터를 많이 다루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어깨의 근육이 약하고 지구력이 약한 경우는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어 여자나 고령자일수록 증상은 더욱 빈발하게 된다. 경추상완증후군의 주된 증상은 목과 어깨부위의 결림과 통증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손의 부종감이나 저림, 그리고 고통이 팔과 손으로 내려가는 증상이 흔히 생기는데, 특정 부위를 촉진했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경추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
이렇게 목과 어깨의 근육이 경직되고 척추까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역시 잘못된 자세 때문에 그런 경우가 가장 많다. 만약 평소에 전화를 받거나 가방을 어깨에 멜 때, 어느 한쪽은 편안한 반면에 반대로 어느 한쪽은 불편하다면, 이미 평소 자세가 잘못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자의 경우에는 항상 환자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편안한 쪽의 반대편으로 자세를 취하라고 많이 권유한다. 심지어 직장인의 경우에는 전화기의 위치나 컴퓨터 모니터의 위치를 예전과 반대로 바꾸도록 권고하기도 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쪽으로만 계속 자세를 취하면, 근육이나 척추가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뒷목이나 어깨에 문제가 생기는 두 번째의 경우는 역시 스트레스다. 보통 스트레스가 많거나 정신적인 업무가 과중한 사람들은 ‘어깨에 한 짐을 지고 있는 것 같다.’ 또는 ‘어깨에 벽돌 몇 장을 올려놓은 것 같다.’라는 표현들을 많이 쓴다. 이는 뒷목과 어깨를 연결해주는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잘 뭉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지속되면 당연히 척추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목에서 팔로 가는 신경을 건드려 팔이나 손까지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머리와 몸통 사이에 있는 경추가 아래위로 압력을 받게 되면, 어느 한쪽으로 위치가 변위되는 경우들이 생기게 되는데, 완전히 탈골되지 않은 경우에는 ‘아변위’라고 칭한다. 이렇게 한쪽으로 경추가 휘게 되면 그 쪽의 근육이나 혈관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에, 상부 또는 하부로 통증이 확장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단순 근육경직일 때는 침치료와 교정만으로도 손쉽게 풀리지만, 경추의 아변위가 일어났거나 경추사이의 디스크가 삐져나와 손으로 가는 신경이 눌렸을 경우에는 쉽게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추나와 약침요법 등으로 경추교정을 하면 바로 증세가 호전되지만, 너무 오랫동안 병증이 진행되었거나 근골이 약한 경우에는 교정을 해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반복해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특히 회복력이 너무 떨어지고 기혈이 약한 경우에는 한약을 같이 병행해야만 좋아지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므로 손과 팔이 아픈 경우에도, 증상이 일어나게 된 근본원인을 잘 찾아 치료해야만 한다. 특히 만약 직접적으로 다치지 않았는데도 손과 팔에 통증이 생겼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가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만 한다. 통증의 근본원인을 찾아 치료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낫는 듯 하다가도 오히려 큰 병으로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