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에는 사울이 왕으로 전쟁에 참여해서 첫 승리를 거두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암몬족속이 길르앗 야베스 지역으로 침략해 들어와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이럴 경우, 예전 같으면 침략을 당한 지파가 홀로 싸우거나 주변의 형제 지파 몇몇이 같이 싸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왕이 있습니다. 보고를 받은 사울은 전국에 소집령을 내립니다. 5~8절을 보겠습니다.
5 마침 사울이 밭에서 소를 몰고 오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백성이 울고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야베스에서 온 전령들이 한 말을 그에게 일러주었다.
6 이 말을 듣고 있을 때에, 사울에게 하나님의 영이 세차게 내리니, 그가 무섭게 분노를 터뜨렸다.
7 사울은 겨릿소 두 마리를 잡아서 여러 토막으로 자른 다음에, 그것을 전령들에게 나누어 주고, 이스라엘 모든 지역으로 말을 전하라고 보냈다. "누구든지 사울과 사무엘을 따라나서지 않으면, 그 집의 소들도 이런 꼴을 당할 것이다." 주께서 온 백성을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시니, 모두 하나같이 그를 따라나섰다.
8 사울이 그들을 베섹에 모으고 수를 세어 보니, 이스라엘에서 삼십만 명이 왔고 유다에서 삼만 명이 왔다.
왕이 되었지만 사울은 여전히 밭에서 소를 몰고 있었답니다. 왕정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기 전, 초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름은 왕이지만, 마치 한 부족의 추장 같은 모습입니다. 그래도 왕은 왕입니다. 왕명이 하달되자 전국에서 병사들이 징집되었습니다. 총 33만 대군이 편성되었다고 본문은 말하는데, 이전 같으면 ‘지파별로 몇 명이 모집되었다’ 라고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파별 단위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스라엘은 왕이 다스리는 중앙집권적인 체제로 들어섰으니까요.
그런데 이스라엘군이 30만 유다군이 3만이라고, 이스라엘과 유다로 구분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본문의 기록이, 적어도 사울의 시대를 지나고,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도 지나서,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로 갈라진 분열왕국시대 이후에 쓰여졌음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33만 대군이 편성되었다는 것인데, 이 숫자는 과장되었을 것입니다. 전성기 로마제국의 군대가 전시에 최대 규모로 동원되었을 때가 60만 정도였고, 보통 때의 상비군은 30만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어쨌든 사울이 이끈 첫 전쟁은 이스라엘의 대승으로 끝났습니다. 사울이 스스로 왕의 자격이 있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12장에는 사무엘이 사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백성들에게 훈계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3~15절을 보겠습니다.
13 이제 너희가 뽑은 왕, 너희가 요구한 왕이 여기에 있다. 주께서 주신 왕이 여기에 있다.
14 만일 너희가 주를 두려워하여 그분만을 섬기며, 그분에게 순종하여 주의 명령을 거역하지 않으며, 너희나 너희를 다스리는 왕이 다 같이 주 하나님을 따라 산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15 그러나 주께 순종하지 않고 주의 명령을 거역한다면, 주께서 손을 들어 조상들을 치신 것처럼, 너희를 쳐서 멸망시키실 것이다.
이어서 24~25절도 보겠습니다.
24 너희는 주님만을 두려워하며, 마음을 다 바쳐서 진실하게 그분만을 섬겨라. 주께서 너희를 생각하시고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하셨는가를 기억하여라.
25 만일 너희가 여전히 악한 행동을 한다면, 너희도 망하고 왕도 망할 것이다."
왕을 세우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이제부터 제도상으로는 왕정국가지만, 실제적으로는 여전히 왕과 백성이 함께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신권국가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