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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4월 29일 토요일 캐나다 서부지역 한글/한국어 학교가 한자리에 모이는 어울림 한마당이 펼쳐졌다. 캐나다 서부지역 한국학교 협회(회장 이주연)가 주최하고 주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재외동포재단, 한인신협이 후원하여 캐나다 서부지역 11개의 한글/한국어 학교가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써리(Surrey) 시에서 큰 공연장 중 하나인 퍼시픽 아카데미 오디토리엄(Pacific Academy Auditorium)의 1,500석 객석 전체가 출연 학생과 학부모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어울림 한마당 행사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제목 아래, 아름다운 별 지구의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한국의 노래를 음악과 무용, 연극 등 다양하게 표현했다. 써리 한국어 학교의 김경일 교감과 모니카 교사가 한국어와 영어로 사회를 맡아 "캐나다 서부 지역 한글학교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고 키워가고자 마련되었다."고 행사의 취지를 알리며 문을 열었다.
주님의 제자 한글학교에서 사전에 애국가 및 캐나다 국가 영상을 편집하여 어울림 행사를 위해 상영했다. 각 학교의 대표 학생들이 무대로 등장하여 애국가와 캐나다 국가인 'Oh Canada'를 제창했다.
이주연 캐나다 서부지역 한국학교 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어울림 한마당은 우리 한국어 학교 학생들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문화적 가치를 더 깊이 체험할 수 있는 행사이며 지역의 많은 한국학교가 한자리에 모여 교제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또한 계속해서 어울림 한마당의 이름으로 더 많은 한국어 학교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견종호 주 밴쿠버 총영사는 코비드로 인해 3년 만에 어울림 한마당을 다시 열어 축하한다며 한글 학교의 중요성은 매우 크며 수고한 학생과 교사진에 감사하다고 격려했다. 또한 워싱턴 DC 지역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자녀들을 한글학교에 보냈던 추억이 있다면서 한글학교에서는 한글을 배울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배우고 공연도 하면서 좋은 기회를 많이 접하게 된다고 나눴다.
첫 순서로 지역적으로 거리가 멀어 함께 하지 못하는 에드먼턴 한국어 학교(안은영 선생님)에서 준비한 '파란마음 하얀마음' 동요 합창 영상을 상영했다. 4학급, 54명의 학생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캐나다 광림 한국어 학교(김병호 선생님)의 발표는 벚꽃 반이 '아기상어' 노래에 맞춰 컵타를 선보였다. 컵의 바닥에는 캐나다 국기의 메이플 잎과 태극 무늬를 새겨 넣었다. 후반부에는 모든 선생님과 보조교사, 학생 전원이 참여한 '꿈꾸지 않으면' 노래를 수화와 함께 공연하여 감동을 전했다.
캐나다 써리 한국어 학교(김현진 선생님)는 초등학교 저학년 구성의 초록반과 고학년의 파랑반 학생들이 국악 동요 '모두 다 꽃이야'를 수화 율동에 맞춰 합창했다. 어디에 피는 꽃이든, 어떻게 생긴 꽃이든 모두 다 꽃이라는 '모두 다 꽃이야'의 노랫말은 캐나다에 살아도, 한국에 살아도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노랫말로 들려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가장 오랜 한글학교 역사를 자랑하는 광역밴쿠버 한국어 학교(신아라 선생님)에서는 코퀴틀람 학교에서 대표로 참여하였다. 고학년 학생들이 각각 마이크를 잡고 "의사가 되어 환자를 살리고 싶다, 영화 제작자가 되어 외로운 친구들을 위로하고 싶다."며 각자가 바라는 꿈에 대해 소개하는 연극 시간은 문득 한국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소중한 꿈 이야기를 발전시켜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로 합창을 이어갔다.
밴쿠버 온누리 한국어학교(위일우 선생님)는 소고와 부채춤 공연을 펼쳐 큰 인기를 끌었다. 오색으로 장식한 고깔을 쓴 소년 풍물패는 수줍음과 어색함이 역력한 표정이었지만 소고와 채를 바쁘게 움직여 농악 장단을 만들어 냈고, 꼬마 무용단의 조막만한 두 손으로 부채를 폈다 접었다 하며 한국의 가장 화려한 민속무용인 부채춤을 뽐냈다. 여러 가지 군무 형태를 보여주면서 꽃과 원을 그릴 때 관객은 환호했다.
그레이스 한글 문화학교(이광지 선생님)는 어림잡아도 60~70명이 가까이 되는 대규모의 출연진과 화려한 색색의 의상과 소도구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여름 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아이들의 한글 시화 작품들이 스크린 위에 펼쳐졌고, 무대 위에는 여름 합창단의 유쾌 발랄한 율동으로 가득 채웠다.
주님의 제자 한글학교(한미영 선생님)는 1990년대 추억의 피아노 연주곡인 '학교 가는 길'을 리코더로 연주하고 '나무의 노래'를 합창했다. 악기 연주와 한국어 합창 수준이 이번 공연만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닌 평소에 갈고닦은 실력임을 느끼게 하는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이어지는 찬조 출연의 순서로 초등학교 4학년 우서인 양과, 초등학교 5학년 김이안 군이 '섬 집 아이'와 '도라지 타령'을 가야금으로 연주했다. 지난해 캐나다 비씨주 한인문화축제의 '국악의 향기' 국악 앙상블을 이끈 윤옥주 가야금 연주가가 지도하는 밴 가야금의 특별 순서였다. 어린 연주자들의 진지한 표정도 인상적이었지만, 캐나다 땅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국의 가야금 줄을 뜯는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 전통문화 체험을 특화한 한글학교 수업으로 유명한 캔남사당 한글 문화학교(조경자 선생님)는 아이들이 연주할 수 있는 크기의 앙증맞은 장구와 북, 꽹과리와 소고로 사물놀이를 보여주었다. 아리랑과 군밤타령의 민요를 천연덕스럽게 꺾어 부르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신명이 느껴졌다. 자신이 연주한 악기를 옆구리에 끼고 태연하게 등장하고 퇴장하는 모습이 의젓하였다.
프레이저 밸리 한국어학교(선하미 선생님)는 가장 많은 출연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사계절 중 가을을 주제로 '윙윙윙 고추잠자리'와 '가을 빛깔 무지개'를 합창으로 불렀다. 잠자리와 허수아비로 분장을 한 보조교사들의 출연도 재밌었지만 다문화 가정의 한인 자녀들이 다수 섞여 있어 눈에 띄었고, 합창석 사이에 자리한 파란 눈의 선생님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순서에서 빠졌다면 섭섭했을 태권도 품새를 선보이며 기합 소리를 드높였다.
효주 아네스 한국어학교(강인선 선생님)는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즐거움을 '수박 파티'와 '푸른 산이 좋아'로 표현했다. 한 명 한 명이 머리 위에 아기자기한 수박 머리띠를 써서 귀엽기도 했지만 저마다 한글 이름표를 가슴에 단 모습이 옛날 한국 초등학교 조회 시간이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이날의 행사를 위해 노래와 율동을 반복 연습하면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나누고 모르던 사이에서 친구가 되었을 것을 상상하니 더 자주 이러한 어울림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로 대건한국학교(박지혜 선생님)의 순서가 이어졌다. 무대 뒤에 스크린에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풍속화 작품들이 학생들의 손에 의해 재해석되어 펼쳐졌다. 무대 위에는 고학년 학생들이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와 서양 악기인 첼로, 피아노로 반주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아름다운 나라'를 합창했다. 태극기와 캐나다 국기를 들고 힘차게 흔드는 모습 또한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모든 한국어 학교가 준비한 것을 마치면서 모든 객석에 앉아있던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가 한마음으로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마무리했다.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로 캐나다 지역의 한국어 학교 협회가 서부와 동부로 나누어 협력한다. 어울림 한마당의 대면 행사에 모든 학교가 참여하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데 캐나다 내륙에 위치한 에드먼턴 한국어 학교에서 영상으로 참여하여 모두에게 큰 격려를 해주었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의사소통의 큰 변화를 꼽는다면 기존의 대면 회의를 진행하지 않아도 온라인 화상 회의가 가능하고, 인터넷으로 개설된 회의방을 통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어울림 한마당 행사는 수개월 전부터 각 학교장 및 담당 교사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의견을 나누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협업을 진행했다. 각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분야별 봉사직을 지원하여 빠르게 진척되었다. 행사 당일 리허설과 공연에 이르기까지 총 5시간 동안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도 있어서 대규모의 인원이 참석하는 가운데 안전하고 즐겁게 진행되었다.
장르가 겹치지 않는 다양한 프로그램 구성과 11개 학교의 수백 명의 출연자의 신속한 무대 동선 등 이번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총괄 연출한 남소연 대건한국학교 선생님께 기획과 진행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무엇보다도 각 학교 담당 선생님들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게 된 점이 힘들기는 했습니다. 이런 행사를 처음으로 맡아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고 대부분 선생님이 각자 직장을 다니시고 코로나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기에 11개의 학교 선생님이 모두 충분히 의견을 논하기가 매우 어색했어요. 하지만 각 학교 선생님이 정말 많이 노력하고 협조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 큰 무리 없이 진행된 거 같아요. 또한 학부모님들의 따뜻한 관심과 각 학교 교장선생님의 그동안의 많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신 덕에 좀 더 원활히 진행되어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 생각했고 오랜 시간 기다리고 연습하며 공연 관람이 지루하거나 하지 않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며 어른의 잔치가 아니라 아이들의 잔치로 최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순서에 많은 고민을 했으며 작은학교 큰학교(출연하는 학생 수로 인한)가 모두 돋보이고 가능하면 대기로 인해 다른 팀의 공연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최소한의 동선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서부지역 여러 한국어 학교가 어울림이란 취지에 맞게 경쟁이 아니라 협동하여 서로 노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인의 긍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문화를 익히는 행사가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공연을 마치고 퇴장하면서 계단을 내려올 때 제가 무대끝에서 양팔을 벌려 아이들의 안전 지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제 손을 꼬옥 잡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갔어요. 또 어떤 아이는 하이 파이브로 손뼉을 쳐주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무한한 응원에 저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학생들 공연을 지도하는 남수연 선생님, 사진: 통신원
모든 공연 순서에 가장 앞자리에 앉으신 어르신들의 표정이 푸근해서 어떻게 공연장을 찾아오셨는지와 관람 소감을 여쭸다. 민완기 프레이져 밸리 한국어학교 이사장이셨다. "극장안에 들어서자, 객석을 가득히 메운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관람객들의 열기가 뜨거워서 놀랐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밴쿠버에 사는 모든 한국 어린학생이 총집결한 듯 느껴졌습니다. 색동 저고리가 알록달록 물결을 이루다가 때로는 북과 소고 소리가 우리 가락을 타고 울려 퍼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객석과 무대가 하나 되어 함께 부른 '아리랑'은 온전히 한국의 얼과 정취에 빠져 하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어린 학생들과 그리고 섬김을 실천하는 멋진 봉사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모두 혼연일체가 되는 진정한 '어울림 한마당'의 자리가 된 것 같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며칠 후 한 학부모님께 어울림 한마당의 참여 소감을 물었다.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아이가 한국어를 접하고 배워 오는 것도 물론 좋지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또래 친구들과 함께 느끼고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한국어 학교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 같아요. 2023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통해 그 큰 강당을 한국인들이 모두 메꿨다는게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님의 제자 한글 학교 김수연 교장 선생님이 행사가 끝나고 장문의 후기를 작성해 보내주셨다. "지난 3개월 동안 연습하면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고 지휘자 선생님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각자의 자유의지를 우선하기 보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는 학생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조국의 언어를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의 얼을 이어주기 위해 마련한 이 행사는 비단 한국의 정체성만을 고취한 것은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줄 단 5분을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고 함께 이루어 가는 성취감을 우리 학생들에게 심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024년에는 또 어떤 흥미진진한 주제로 더 많은 한국학교가 함께 하게 될 지 기대된다.
● 각 학교에서 준비로 수고해주신 담당 선생님들의 성함을 학교 순서에서 소개했습니다. 이 밖에도 김경일 선생님과 모니카 선생님이 사회로 수고해주셨고, 조수현 선생님이 음향을, 라종천, 김수연 선생님이 영상을, 이주연 협회장님이 포스터와 홍보를, 김병호 선생님이 행사 영상 촬영을, 남소연 선생님께서 총괄 진행을 맡아 주셨습니다. 준비기간과 행사 당일에 자원봉사로 참여해주신 모든 학부모님과 학교장 및 선생님, 보조 선생님의 수고에 감사합니다.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 2023.5월 기고문
글번호 328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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