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셉L,맨키위즈
출연: 엘리자베스 테일러,리차드 버튼
위대한 이집트가 시저(Julius Caesar: 렉스 해리슨 분)의 손에 들어가고 그곳의 여왕 클레오파트(Cleopatra: 엘리자베스 테일러 분)라는 시저와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호탕한 성격에 치밀한 두뇌를 지닌 시저는 이집트를 통치하며 문제없이 잘 이끌어 가던 중, 그를 시기하던 지하 세력에 의해 조종된 자신의 아들 부르터스(Brutus: 케네스 헤이 분)의 칼에 맞아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이런 혼란을 틈타 지하세력은 이집트를 삼키려 하지만 안토니우스의 재치와 용기로 다시 이집트는 평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신임과 사랑을 얻게 된다. 그러나 적국의 공격과 계속되는 간신들의 모반 속에 안토니우스 역시 혼란에 빠지고 클레오파트라는 자결을 결심한다.
'세기의 미인'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한 시대극. 테일러는 오만하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모로 클레오파트라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윌리엄 와일러의 <벤허>가 안팎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래 할리우드는 제작비 상승에 둔감해졌다. <벤허>가 나온 지 4년 만에 나온 <클레오파트라>는 <벤허> 제작비의 3배인 4400만달러가 투자됐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1999년 화폐가치로 따졌을 때 2억7천만달러에 해당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몇 가지 흥미로운 기록을 남겼다. 애초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기로 한 배우는 조안 콜린스. 그녀는 1955년 <파라오의 땅>이라는 서사극에 출연, 영화사의 신임을 얻었으나 <클레오파트라> 제작이 자꾸 미뤄지자 출연이 불가능해졌다. 제작진은 대타로 오드리 헵번을 고려했으나 다시 마음을 바꿔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의 남편이던 가수 에디 피셔가 전화를 받았고 그녀는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좋아요. 100만달러를 주면 하겠다고 전하세요." 그러나 농담은 곧 현실이 됐다. 1959년 10월, 테일러는 영화 한편 출연료로 100만달러를 받는 최초의 할리우드 스타가 돼 출연 계약을 맺었다. 처음 촬영은 영국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테일러의 건강이 나빠져 촬영이 지연됐다. 1961년 1월 원래 감독이던 루벤 마물리안이 사의를 표했고 <이브의 모든 것>을 연출한 조셉 L.맨키비츠가 대타로 들어섰다. 그러는 동안에도 영국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테일러의 병세는 더 악화됐다. 적어도 6달 동안 제작진은 테일러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촬영지를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으나 말썽은 그치지 않았다. 제작진은 이곳에서 몇 백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도난당했고, 클레오파트라의 시종으로 나오는 여자 엑스트라들은 집적대는 이탈리아 엑스트라들로부터 보호해달라며 파업을 했다. 곧이어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의 열애가 타블로이드 신문을 도배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기혼자였기에 파문은 오래 지속됐고 사람들은 영화보다 둘이 어떻게 될지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테일러의 패션도 화제였다. 그녀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60년대 말까지 유행했는데 테일러는 <클레오파트라>에서 65번 의상을 갈아입고 나와 이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 기록은 클레오파트라가 될 뻔했던 조안 콜린스가 1988년 출연한 TV영화 <죄악들>에서 85번 옷을 갈아입었을 때 비로소 깨졌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입은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의상비로서는 최고 액수인 19만 4천 달러가 든 기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