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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본기경』 - 시예품(試藝品) |
이에 태자는 여러 관속들과 함께 즉시 궁전으로 돌아왔는데,
나이 열일곱이 되자 갖가지 기묘한 재주가 더욱 나타났다.
그러나 밤낮으로 기뻐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없이
마음 속으로 늘 출가만을 생각하였다.
왕은 그의 시자에게 묻기를 `태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라고 하면,
그 시자가 대답하기를 `태자는 날마다 근심하고 여위기만 하며
기뻐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없나이다'라고 하므로,
왕은 또 근심하며 여러 신하들을 불러놓고 `태자가 깊은 근심에 잠겨있다 하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라고 하였다.
한 신하가 말하기를 `병법과 기마술을 익히게 하시옵소서'라고 하였고,
어떤 이는 `권법과 활쏘기며 말타기를 익혀야 하옵니다'라고 하기도 하였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나라 지경을 순행하게 하면서 유람하고 보시하게 하여
출가하려는 뜻을 흩어지게 하여야 합니다'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어느 대신은 `태자는 이미 장대하셨으니,
혼인을 시켜서 그 뜻을 돌려야 하옵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신하의 뜻을 받아들여 태자를 위하여
덕망있는 가문의 정숙한 여인을 맞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러나 마땅한 이가 없었는데, 이웃 작은 나라의 선각(善覺=須波佛) 왕에게
야쇼다라라는 딸이 있어 단정하고 맑으며
깨끗하기가 천하에서 짝할 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웃한 여덟 나라의 왕들이 모두 아들을 위하여
구혼하였지만 모두에게 허락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정반왕은 곧 선각왕에게 말하기를
`나는 태자를 당신의 따님에게 장가 들이려 하오'라고 하였더니,
선각은 대답하기를 `공주에게는
어머니가 있고 여러 신하들과 국사 범지가 있으므로 마땅한가를 물어야 하겠으니,
따로 아뢰겠습니다'라고 한 후 왕은 근심하고 걱정하며 음식조차 먹지 못하였다.
공주가 곧 선각왕에게 묻기를 `몸이 불편하십니까.
무엇 때문에 걱정하십니까'라고 하자, 부왕이 말하기를
`공주 때문에 내가 근심을 하느니라' 하므로,
또 묻기를 `어찌하여 저 때문이라 하십니까'라고 하였다.
부왕은 말하기를 `여러 국왕들이 와서 너에게 청혼하였지만
나는 모두 허락하지 아니하였는데,
이제 정반왕이 태자를 위하여 너에게 청혼을 하였다.
만약 허락하게 되면 여러 나라와 원한이 맺힐 것이다.
그 때문에 나는 근심하고 있느니라'고 하였다.
다 듣고난 딸이 말하기를 `아버님께서는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쉽습니다.
제가 칠일 후에 스스로 결정하러 문(門)으로 나가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선각왕은 딸의 뜻을 정반왕에게 알리기를
`딸이 칠일 후에 직접 나가서 무용과 기술이 가장 뛰어난
이로 배필을 결정하겠다 하니, 그렇게 하여야 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정반왕은 생각하기를 `태자는 궁중에 있으면서 일찍이 무예를 익혀 본 일이 없었거늘,
이제 재주를 시험하려 하니 어떻게 해야 할까' 심히 걱정하였다.
마침내 그 날이 다가오자 야쇼다라는 오백의 시녀들을 데리고 성문 위로 나아갔다.
여러 나라의 재주 있는 선비들이 구름처럼 모였는데 야쇼다라가 둘러보고
`가장 미묘한 재주와 예법을 갖춘 이를 보고서 나는 비로소 응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정반왕은 신하들에게 명하기를, `경기장에 나가서 여러 기술을 관전하리라' 하고,
우다아인[優陀]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태자에게 말하라.
너를 혼인시키려고 하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 재주를 겨루라'고 말하라'
우다인은 분부를 받고 태자에게 말하기를
`왕께서 태자를 혼인시키고자 예법과 무예를 시합하게 한 것이니,
경기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고 하였다 태자는 곧
우다아인과 난타(難陀)와 데바닷타[謂達] 아난다 등
오백 인과 함께 예법음악활쏘기 등 재주 겨루는 도구를 가지고 성문을 나가는데,
마침 한 마리 코끼리가 문을 막고 있었는지라 힘이 세다고
뽑내는 데바닷타가 먼저 성문에 당도하여
코끼리를 한 주먹으로 내질러서 즉사시켰다."
앞서 가던 난타가 성 앞에 당도해서는 죽은 코끼리를 길 옆으로 끌어다 놓았다.
태자가 뒤에 오다가 그 수종에게 묻기를
`누가 코끼리를 죽였는냐'라고 하자 수종이 대답하기를
`데바닷타가 죽였나이다'라고 하였다.
태자가 `누가 또 옮겼느냐'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난타이옵니다'라고 하였다.
태자는 코끼를 인자하게 어루만지다가 들어서 성 밖으로 내던졌는데
코끼리는 곧 소생하여 본래와 같아졌다."
데바닷타는 경기장에 이르러 많은 역사(力士)들과 씨름을 하였는데,
당해 낼 수 있는 이가 없어서 이름 있고 힘이 용감한 이들이 모두 참패를 당하였다.
왕은 사자에게 `누가 이겼느냐'라고 물었다.
사자가 대답하기를 `데바닷타이옵니다'라고 하자,
왕은 난타에게 `너와 데바닷타 두 사람이 씨름을 해보라'고 분부했다.
난타가 분부를 받고 즉시 데바닷타와 씨름하였더니,
데바닷타가 단번에 넘어지면서 기절하였다.
사람들이 찬물을 끼얹은 다음에야 데바닷타는 깨어났다.
왕이 다시 묻기를 `누가 이겼느냐'하므로,
그 수종은 `난타가 이겼나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왕은 난타에게 말하기를 `네가 태자와 결판하여 보아라'고 하였다.
난타는 왕에게 아뢰기를 `형님이야말로 마치 수미산과 같고 저는 겨자씨와 같기
때문에 감히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하옵니다'라고 하면서 사양하고는 물러갔다.
다시 활쏘기로써 재능을 결정하는데,
먼저 쇠북을 십리마다 하나씩을 놓아 모두 일곱 개의 북을 놓고 쏘기로 하였다.
참여한 사수들이 모두 이름난 사람들이라
그 재주가 대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쇠북을 맞추지는 못하였다.
데바닷타가 화살을 쏘자 북 하나를 뚫고 두 개를 맞추었으며,
난타는 세개의 북을 꿰뚫었으며,
그 나머지 사수들은 미치는 이가 없었다.
태자가 나아가 쏘려 하였지만 활을 당기기만하면 모두 꺾어져 손에 맞는 것이 없었다.
태자가 수종에게 말하였다. `우리 선조에게 활이 있었는데, 지금은 천묘(天廟)에 있다.
속히 가지고 오너라'. 수종이 달려가 활을 가져 오는데 여러 사람들이 들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이렇듯 대중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활을 태자가 잡아 당기자
소리가 사십리까지 들렸으며 일곱 개의 북을 꿰뚫어 지나갔고,
재차 쏘자 북을 뚫고 땅으로 들어가서 샘물이 솟아 나왔으며
세 번째 쏘자 북을 꿰뚫고 철위산에 닿았다.
전에 없던 기이하고 놀라운 변고에 재주를 겨루고자 모인 이들은
모두가 놀라 부끄러워 하면서 떠나갔다.
마지막으로 한 장사가 나왔다.
그는 씩씩하고 건장하며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용맹함이 세상에서 뛰어나 말하자면 데바닷타와 난타는
감히 겨룰 상대도 못 되었고 태자와 함께 재주를 겨룰만 하였다.
참패를 당하고 떠나가던 이들은 건장한 사람을 자세히 보고서
`보복할 수 있겠다'고 하며 기뻐하였다.
그들은 힘센 사람에게 말하기를, `
그대의 뛰어난 용맹은 세상에서 당할 만한 이가 없소.
힘대로 하면 이기게 되리다.
반드시 뜻대로 되면 모두가 당신을 따르겠소'라고 하였다.
그들은 은근히 건장한 사내를 부추겼다.
힘센 사내는 앞으로 나아가 태자와 승부를 결정하려고 하였다.
데바닷다와 난타는 그 위엄과 용맹을 떨치면서 힘센 사내를 치려고 하였다.
태자가 제지하면서 말하기를 `이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센 악마 왕이니라.
너희들로서는 제압할 수 없으리니, 내가 당해 내겠다'고 하였다.
부왕은 이를 보고 `태자가 어린지라 심히 근심되고 두렵구나'라며 염려하였다.
갑자기 힘센 사람이 땅을 차며 날쌔게 일어나 팔로 태자를 거머잡았다.
그와 동시에 태자는 힘센 사람을 붙잡으면서 냅다 땅으로 거꾸러뜨리매 땅이 진동하였다.
태자가 마침내 승리한지라 종을 치고 북을 두드리며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수레를 타고 궁중으로 돌아갔다.
우다아인이 선각왕에게 `태자의 재주야말로 누구보다 출중하였는데,
따님 야쇼다라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말하자,
선각왕은 대답하기를 `오백의 시녀들을 데리고 성문 위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우다아인은 태자에게 말하기를 `변재를 나타내셔야 합니다'라고 하자,
태자는 몸의 영락(珞쫴)을 벗어 멀리서 던지려 하였다.
그때 우다아인이 말하기를 `여인이 저렇게 많거늘 누구에게 던져 주려고 하십니까 하자,
태자가 말하기를 `영락이 목에 걸리는 여인이 바로 그 사람이리라'하면서,
구슬을 던졌는데 바로 야쇼다라의 목에 걸리는 것이었다.
여인들은 환희하면서 말하길 `미묘하구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라고 하였다.
이에 선각왕은 딸로 하여금 엄숙하게 궁전에 나아가게 하였는데,
뭇 수종들이 이만 인이나 되었다.
궁전에는 밤낮으로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있었고 세상에서 뛰어난 음악이 있었다.
그러나 태자는 전혀 기쁘게 여기지 않고 언제나 고요히 도업을 닦으며
중생들을 제도할 방법만을 생각하였다.
어느날 왕이 그 수종에게 묻기를 `
태자가 비(妃)를 맞이한 이래로 뜻이 어떻더냐'라고 하자,
수종은 왕에게 대답하기를 날마다 근심하고 수심에 차 있는지라
몸이 여위어서 전보다 못하옵니다'라고 하였다.
왕은 걱정하면서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 `태자가 기뻐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소'라고 하자,
신하들이 의논하며 말하기를 `밖으로 내보내어 곳곳을 유람하며
나라의 정사를 자세히 살피게 하면서
도의 뜻을 버리도록 해야 하오리다'라 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