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에서 나와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데 눈도 많이 오고 길도 미끄러워 차가 게걸음이다.
폭설로 결항이 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일이라 급하게 인터넷 검색해서 공항이 가까운 제주시에 있는 '너븐팡'게스트하우스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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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밖 풍경...제주도임을 입증하는 돌담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세로로 내려야 할 눈이 가로로 내리고 있다.
뒤에 앉은 사람은 편하게 가지만 운전하는 사람, 옆자석에 앉은 사람은 사고날까 긴장이 되 간식을 줘도 못먹는다.
시간이 지체되니 슬슬 배도 고파오고는데 먼저간 일행들이 자기네는 식당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다.
게스트하우스 가는 길목에 있는 흙돼지 집인가보다.
비자림에서 1시 반쯤 출발했는데 5시 반이 넘어 식당에 도착이다.(정현갈비)
고맙게도 오느라고 고생했다며 먼저간 이들이 고기를 먹기 좋게 구워놓고 있다.
▲ 먼저 도착한 일행이 우리를 위해 고기를 구워놓고 있다...
배가 고팠던 터라 급하게 밥을 먹고 다시 숙소로 향하는데 도로가 주차장이다.
차가 밀려 꼼짝을 안해 우리는 가던 도중 차를 되돌려 우여곡절 속에 밤 늦게 숙소에 도착했는데
남자 세명이 탄 차는 길이 너무 미끄러워 운전을 못하겠다며 아예 중간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오고 있다고 연락이 온다.
일행이 다 도착한 후 오늘 하루 눈 때문에 다들 너무 고생했고, 그냥 자기 아쉬워 게스트하우스 근처 족발집에서 간단하게 뒤풀이를 한다.
이런것들이 나중엔 더 큰 추억으로 남겠지...!!??
★★★ 24일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는데 32년만의 제주 폭설... 25일 까지 활주로 폐쇄...등등 TV가 시끄럽다.
전날 오후 8시 기준 공항 체류객이 6,000명이란다.
아예 하루 이틀 더 묶겠구나 하고 당장 서울 올라갈 것은 포기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라면과 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어찌 되는 것인지 공항으로 나가보는데 아비규환, 아수라장이다.
박스를 깔고 누워 밤을 지샌 사람들,,, 구절양장으로 줄을 늘어선 사람들...
저가 항공사는 대기표를 주는데 여기는 왜 안주냐며 또 한쪽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난리 난리다.
6.25 때 난리는 난리가 아니라며 우왕좌왕... 공항이 발디딜 틈이 없다.
저가 항공사를 타고 온 몇 사람은 한참을 기다려 대기표를 받고,
대한항공을 타고 온 나는 메일을 보내주겠다며 숙소에서 기다리라는 소리를 듣고 차에 오른다.
대기표를 받은 후 오늘은 함덕서우봉해변 근처에 있는 대명콘도로 이동이다.
일행 중 몇 사람이 제주에서 이틀 더 머무르기로 해 예약해 둔 콘도가 있으니 우리는 숙박할 걱정은 던 셈이다.
여행중에 먹고 자는 것 해결되면 다 해결된거지 뭐... 좋게 좋게 생각하자...^&^
공항에서 이렇게 고생하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우리는 큰 호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난리법석인 공항...
▲ 숙소에 도착해 찍은 창문너머의 나무...
세차게 부는 바람에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버티며 힘에 겹다며 윙윙 울고있다.
숙소에 도착 해 돈까스와 성계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로 올라가 짐을 푼 후 함덕 서우봉해변으로 간다.
서우봉해변은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하며 수심이 얕고 물이 맑고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단위 피서지로 인기가 좋은 해변이다.
동쪽에는 나지막하고 완만한 서우산(犀牛山:111 m)이 있고, 검은 현무암 위에 가로 놓여진 아치형 구름다리, 빨간 등대 등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옷은 두껍게 입어 몸은 그닥 춥지 않은데 눈보라가 엄청 휘몰아쳐 얼굴을 따갑게 때리니 고개를 제재로 쳐들 수가 없다.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은 저절로 두둥실 떠밀려다니고, 주변 경치도, 에메랄드빛 바다색도 쏟아지는 눈발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 불과 몇 발자국 앞에 있는 사람도 실루엣만 살짝 보일 뿐이다.
바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 혼자 신났다.. 가만히 있어도 몸은 바람에 떠밀려 휘청휘청...
눈보라때문에 해변에 오래 머물수도 없어 바다가 가까운 카페로 들어간다.(델문도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달콤한 커피 내음이 코 속으로 훅 들어오니 우리를 절로 커피부터 주문하게 만든다.
▲ 까만 현무암 사이에 놓인 아치형 다리... 걸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 서우봉
▲ 테라스에서 본 숙소방향
▲ 잠깐씩 테라스로 나가 바람을 쏘이기도 하고...바람이 너무 불어 고개를 제대로 들 수가 없다.
▲ 카페 실내... 커피향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걱정이 많은 우리 대장은 내일은 어찌될까... 어디를 데려가야 좋아할까...surfing 삼매경이다.
사진 찍으랴, 일행들 챙기랴, 일정 챙기랴... 너무 바쁜 우리 대장님...
남을 이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일이 아니다... 또 한번 감사를 표해본다...
▲ 창문을 통해 바깥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바다 구경을 하고 싶은 햇님이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나오려 안간힘 쓰는데 얄미운 구름은 허락치 않고
그래도 굴하지 않고 햇님은 잠깐씩 손, 발을 뻗어 갖가지 모양을 연출하니
넒은 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카페에 앉아있어도 지루하지가 않다.
▲ 실내에서 창문을 통해 찍은 사진...
그렇게 오랜 시간을 카페에 앉아있다 서우봉 해변을 나와 숙소로 향하는데
한번씩 눈보라가 세차게 불라치면 온세상이 뽀얗게 변해 한치앞도 분간할 수가 없다.
▲ 또 한번 화이팅~~!!!
저녁은 숙소에 붙어있는 식당에서 흙돼지 구이로...
수천명이 공항에서 박스깔고 자면서 제데로 먹지도 못하며 고생들 하는데 우리들은 너무 잘 먹고 잘 지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숙소에 올라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는 오늘밤을 위하여 음악감상을 하면서 밤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폭설로 발 묶인 사람들 맞는겨~~?
★★★ 25일
어제 마트에서 장봐 온 일회용 식사와 누룽지탕으로 아침... 제주공항, 오늘 낮 12시 운항재개한다는 속보가 날라온다.
이제 서울에 갈수있는건가~?
식사 후 잠깐 주변을 산책하고, 휴식을 취한 뒤 동복리 해녀촌식당으로 가서 회국수와 성계국수, 밥을 좋아하는 나는 회덮밥을 시켜 점심...
대장이 제주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라며 이 집을 안내하셨는데 음식이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오는 집이라 그런지 사람도 꽤 많다.
▲ 새콤달콤한 회국수화 국물이 단백한 성계국수...
▲ 식당 뒷편에서 바라보는 바다... 맑은 옥색을 띄는 바닷빛이 너무 곱다.
마음같아선 바다 한바퀴 쭉~ 둘러보고 싶은데 공항에 나가봐야해서,,,
▲ 얄밉게도 공항으로 향하는데 비로소 하늘이 파란 색을 드러낸다. 마치 우리를 놀리 듯...
숙소로 되돌아 와 만약에 서울로 바로 올라갈 것을 대비해 짐을 다 챙긴 후 공항으로 이동...
공항은 아직도 아수라장이다.
그래도 공항에 오후 3시 정도에 도착해 8시 행 티켓을 받는다.
그리고 30분이 지연된 비행기에 탑승... 서울로 ...
이렇게 아름답고 인상적인 나흘간.(게스트하우스 1박은 빼고,,,)의 제주 여행이 끝났다.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