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흑발홍안(黑髮紅顔)의 청·장년 시절이 꿈결처럼 흘러가 버리고 나면
갖가지 중년의 징후들이 줄지어 나타나게 마련이다.
검은 머리 사이에서 마구 생겨나는 흰 머리털인 새치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오랜 세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어온 중년 부부가『당신도 이제
늙는구려』라고 나지막하게 말하면서 서로의 새치를 뽑아주는 광경은
누가 봐도 정겹다. 바로 이때 사용되는 도구가 족집게이다.
이미 고대 중국에서부터 주로 흰 머리카락을 뽑는 데 사용된 족집게는
한자어로 「섭」이라고 한다.
-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쓰였는지 확실치 않으나 조선중기 이후
여자들의 화장도구로 사용됐다는 기록과 함께 그 유물도 전해 내려온다.
족집게는 부녀자들의 눈썹이나 이마의 잔털을 뽑아내는 것은 물론
남자들의 코털과 수염을 다듬거나 손발에 박힌 가시를 제거하는 데도
더없이 훌륭한 도구였다.
- 이 족집게의 어의(語義)가 확장된 것은 무속신앙을 통해서였다.
여자무당인 「만신」과 점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장님인 「판수」들이
인간의 길흉화복을 예견하는 무꾸리를 하면서 족집게로 집어내듯 잘
알아맞히는 경우가 있었다.
- 바로 여기에서 「족집게 무당」 「족집게 장님」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대학입시의 열기가 온나라를 뒤덮으면서부터 바야흐로 족집게는
과외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갔다. 입시에 출제될 예상문제를 족집게
무당처럼 알아맞히는 「족집게 과외」가 출현한 것이다.
- 고액 족집게 과외가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한다.
기업형 과외조직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학생들을 이들에게 소개한
서울 강남일대 교사 100여명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 국회의원까지 끼여 있는 지도층·부유층 학부모들은 많게는 자녀 1인당
8천만원의 과외비를 지출했다고 하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나이 지긋한 부부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거나 생활 가운데 긴요하게
쓰였던 족집게가 파행적 교육의 대명사로 악용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경향.98/8/28-
* 엄한 스승과 친구
- 內無賢父兄(내무현부형) 外無嚴師友(외무엄사우) 而能有成者(이능유성자)
鮮矣(선의) 明心寶鑑(명심보감) 訓子篇(훈자편)에 나오는 구절로 안으로
어진 아버지와 형이 없고,밖으로 엄한 스승과 친구가 없이 성공한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는 뜻이다.
- 스스로 불태워 제자를 啓發(계발)하고 자신의 모든 인격과 지식을 걸 수
있는 스승과, 서로 선을 추구하고 격려하며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친구는 또 한사람의 성공을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스승과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 북송학자 司馬光(사마광)은 『經書(경서)를 가르치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사람을 인도하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라고 한탄했다.
- 세계일보.98/8/30 -
* 결식학생 급증
- 교육부는 3일 우리나라 초중고교 학생중 결식학생은 8월말 현재 모두
11만2,848명으로 파악돼 이들에게 중식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결과 결식학생은
초등학생 6만9,088명, 중.고생 4만3,760명이며 이는 전체 810여만
초중고생의 1.4%에 달한다.
- 시.도별로는 경기지역이 2만26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서울
1만7,419명, 부산 1만1,754명, 경북 9,557명, 충북 9,545명, 경남 8,351명,
충남 5,865명, 전북 5,743명, 대구 4,837명, 대전 4,077명, 울산 4,074명,
인천 3,528명, 강원 3,485명, 전남 3,090명, 광주 1,085명, 제주 178명
등이다.
- 이같은 결식학생수는 전국 시.도교육청이 올해초 중식 지원대상
인원으로 추정한 2만7,862명의 4배에 달하며 또한 지난 7월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金玟河)가 파악한 9만8,800여명에서
한달만에 1만4천여명이 늘어난 것이다.
- 교육부는 이들 결식학생의 올해 중식지원을 위해 필요한
230억1천4백만원 가운데 207억6천7백만원을 확보한 상태이며 부족한
22억4천7백만원은 교육부 특별교부금과 민간 성금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IMF사태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이번 여름수해의 여파로
결식학생이 계속 늘고 있다. 학교에서만은 굶는 학생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98/9/3-
* 등교 거부
- 대전 유성구 H아파트 학부모들이 1일 개교한 보덕초등학교
학구조정에 불만을 품고 학생을 이틀째 등교시키지 않았다.
대전 서부교육청과 학교측에 따르면 총 재학생수 55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40명이 1일 등교하지 않은데 이어 2일에도 242명이 등교하지
않아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
-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은 모두 H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이다.
학부모들은
『통학거리가 멀고 큰 도로를 여러번 건너야 하므로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
고 등교 거부 이유를 밝히고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 설치와
셔틀버스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그러나 학교 관계자는
『실질적인 등교거부 이유는 현재 S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인근
영구임대아파트 학생들을 정원이 넘친다고 해서 보덕초등학교에서
받아주지 말 것을 약속받으려는 것』
이라고 말했다.
- 서부교육청과 유성구청은 이날 학부모들에게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송강초등학교를 증축, 이 학교 학생들을 보덕초등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3일부터는 정상적인 등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어려운 임대아파트 주민 자녀들과는 함께
공부시키지 않겠다며 집단행동을 한 사례가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다』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관이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98/9/3 -
* 공부 않는 대학생도 퇴출
- `공부 안하는 대학생도 이젠 퇴출'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학사제적 제도를부활시키는 등
학사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는 향후 무시험 전형 등 새로운 입시제도를 정착시키고 연구중심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2일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서강대는 최근 1학기 성적사정 결과 재학생
51명을성적미달로 제적시켰으며 2학기에도 엄정한 성적평가를 통해
공부 안하는 학생들을퇴출시킬 방침이다.
연세대는 학사경고 3회 이상을 받아 제적된 학생이 재시험을 통해
다시 등록할수 있도록 돼 있으나 재시험 절차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며
고려대는 3회 연속 학사경고를 받으면 자동 제적되는 제도를 최근
부활시켰다.
- 이화여대는 학생들의 성적을 철저한 상대평가 위주로 해 A학점의
경우 수강인원의 25%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교양영어는 반드시
수강인원의 10%에 F학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 또 한양대는 각 과목별로 일정 비율로 나눠 A학점에서 F학점까지
상대평가제를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경희대는 B+ 이상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학점표준화제를 실시중이다.
- 서울대도 최근 4회 이상 학사경고(학점 2.0이하)를 받은 학생을 영구
제적하는것을 주요내용으로 한 `학생성적관리 엄정화' 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대학은 또 교양과목에 학점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 A학점은 상위
25%, B학점은 35%, 나머지에 대해서는 C학점 이하를 주며, 4회 이상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은제적키로 했다.
- 대학 관계자는
"면학분위기 조성과 경쟁력있는 학생배출을 위해 엄격한 학사관리는
당연한 것이다. 각 대학들이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어 앞으로 학생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 학생에게 졸업의 문은
결코 쉽게 열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98/9/2-
* 과외사기 변한게 없다 - 선 대인
-“어허, 이 사람이 결국 또..........”
이모변호사(60)는 지난달말 신문을 보다 혀를 끌끌 찼다. 그는 91년 초
요즘 고액과외사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김영은(金榮殷·57)씨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
당시에도 김씨는 89년경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에서
‘영재학원’‘수도학원’‘새수도외국어학원’ 등으로 간판만
바꿔가며 무등록학원에서 사기성 고액과외 ‘영업’을 해온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기소된 상태였다.
- 김씨측은 ‘재판에서 힘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는지
당시 고위직 검사생활을 막 끝낸 이변호사에게 변론을 의뢰했다.
이변호사는 김씨가 이전에도 비슷한 전과가 있고 죄질이 나빠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객’인 김씨의 변론요구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4개월여의 지루한 재판 끝에 결국 김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젠 나이도 있고 하니 성실하게 사세요. 지금처럼 돈을 버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 재판이 끝난 뒤 이변호사는 김씨를 몇번이나 타일렀다. 김씨도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는 안하겠다”며 몇번이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7년. 까맣게 잊고 지냈던 김씨의 ‘근황’을 언론을 통해 다시
전해듣게 된 이변호사는 서글픈 마음과 함께 배신감마저 들었다.
자신의 변론으로 풀려난 김씨가 세포분열하듯 더 많은 교사 학생
학부모들을 끌어들여 사기를 치고 있었을 줄이야......
“지금처럼 조직적이진 않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김씨의 수법도, 돈이 얼마나 들든 내 자식만은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상류층 학부모의 이기적인 자식사랑도. 그러나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건 이런 사건이 계속 되풀이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학벌
만능주의입니다.”- 동아일보.98/9/2 -
* 비밀 과외
- J교사(35)는 떨고 있었다. 함께 불려온 다섯명의 교사와 강남 경찰서
입구에서 줄담배를 피워 댄 것이 벌써 네시간. 시계는 어느새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고액 족집게 과외사건으로 31일 출두하라는 연락을 받은 J교사는 이날
오후 8시경 강남경찰서에 도착했다.
‘잠적한 주범 김영은(金榮殷·57)씨와 한두차례 밥을 먹은 것이
고작인데….’
머릿속은 온통 후회로 가득했다.
- 앞서 불려간 선생님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다 불어버린 건
아닐까.’ J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끝까지 오리발이다. 나중에 증거가 나와 꼼짝 못하게 되더라도
일단은 우겨야 산다.’
그러나 불이 훤히 켜진 경찰서 건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수첩에 이름이 있다던데, 추궁하면 어쩌나….’
‘있는 사실마저 부인하면 경찰이 심하게 대한다던데…, 괜히 험한
꼴이나 당하는건 아닌지….’
‘약속한 다른 선생님들을 믿을 수 있을까, 서로 떨어져 조사를
받는데 한 명이라도 불면 끝장인데….’
‘우기다가 괘씸죄에 걸리느니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을까….’
‘불었다가 나중에 나만 배신한 것이 드러나면 다른 선생님 얼굴을
어떻게 보나….’
- 경찰서 앞마당을 배회하던 J교사는 공중전화 부스로 발길을 돌렸다.
조사받을 때의 ‘행동 요령’에 대해 지침을 내린 주임 선생님과 다시
한번 통화를 하고 싶었다.
전화 부스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기를 반복하던 J교사는
한참만에 수화기를 내려놓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으래요. 솔직히 털어놓은 선생님은 입건되고
힘들어도 우긴 선생님은 혐의없이 풀려났다나요…. 아이들에게 정직을
가르치는 제가…참 한심하죠….”-동아일보.98/09/03 -
* 고액 과외수사
- 경찰의 서울 강남지역 고액과외 사기사건 수사는 서울대총장이 물러나고
교사 1백38명이 소환되는 등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을 보면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경찰은 우선 피의자 감시에 소홀해 주범 한신학원 원장 김모씨(57)의
도주를 방치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은 그가 잠적한지 이틀뒤인 지난달 28일(98/8) 부랴부랴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등 법석을 떨었으나, 이미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이로 인한 수사지연과 수사력의 낭비는 엄청난 것이었다.
- 학부모들 조사는 더욱 가관이다.
경찰은 이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며 전전긍긍해하다 「방문-전화조사」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도 고액과외 사실을 함구한 학부모들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찾아간 경찰관에게 순순히 털어놓을리 만무했고
결국 경찰은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참고인일 뿐이므로 강도 높는 조사를 할 수 없었다』
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소환된 학부모들 조사도 엉성하긴 마찬가지. 경찰은 학부모 진술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했을 뿐 진술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가 나간 뒤에야
경찰은 그 부인이 조사과정에서 남편 직업을 「사업」으로 진술한 탓에
서울대총장인 줄 몰랐다고 변명했다.
-경찰 수사가 엉성했다는 점은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경찰은 수사 초기 김원장 등 3명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의 질책만
받고 보강수사를 벌였고 실장 김모씨에 대해 지난 2일 영장을 신청했으나 다시
기각돼 망신을 샀다. 담당검사는 『수사기록이 매우 부실해 보강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사지휘 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경찰은 7명의 수사계 인력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다 여론에 떼밀려 수사대상이 대폭 늘자 정신을 못차리고 우왕좌왕했다.
뒤늦게 각 경찰서에서 20명을 지원받았으나 대부분 방문조사에 투입,시간만
허비했을 뿐 체계적인 수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 수뇌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연 수사권 독립을 주장할 만큼 수사능력을
갖췄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 같다. - 세계일보 -
* 교수라는 직업
-서울대 교수 한분이 공개구직을 선언한 적이 임었다.
이유인즉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에 쫓겨 연구와 저술에 투입할 시간이 부족하고
도서관의 장서가 형편엾이 부족해 교수가 직법 세계를 돌아다니며
책을 구입해야 할 형편』
이라는 것.
- 따라서 서울대교수 수준의 월급과 연간 책구입비 1천만원, 수만권에
이르는 책을 보관할 공간과 연구실만 주어지면 어디든지 가겠다는 간절한
호소였다. 또 무엇보다도 대학교육의 구조적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뒤 몇개의 대학에서 영입할 뜻을 비췄으나 서로간의 입장차이를 해소하지
못해 공개구직은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다만 얻은 것 잇다면 「잘못된 풍토로
서울대에서 학문하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세상에 알렸다」라는 씁쓸한
뒷얘기가 있다. 최근 서울대에서 젊은 교수 두분이 교수직을 버리고 떠났다.
대학측의 과도한 규제와 박봉을 이유로 교수직을 사퇴했다는 후문이다. 그 가운데는
교수들의 해외출장과 교환교수의 파견등을 일률적으로 규제한 대학내규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대에서는 『대학의 열악한 조건
때문에 인재들을 놓치고 있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여론이다.
-서울대교수의 봉급이 일반 사립대교수의 절반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 교수가 한 학기에 1주일이상 해외출장을 가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신분증 역시 공무원증이어서 교수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그만큼 폭이 좁아진다.
물론 젊은 교수의 사퇴에 대해서 『너무 현실에 민감하다』는 지적도 나올 수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은 자유가 그 본질이요 지도이념이다. 어떤 도그마나
사회적 전제로부터 벗어날 때 대학은 자유로와지고 학문은 발전할 수가 있다.
비단 서울대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교수는 기존의 고정된 내용을 전달하는
강의를 고수하고 학교는 교수들에게 족쇄를 채워놓기만 할뿜 연구분위기 조성에는
인색하다. 학생들이 교수보다 오히려 강사의 강의에 더 만족하고 있다는 엊그제 한
대학의 여론조사는 대학의 면학분위기가 어느 수준인가를 말해준다.
교수가 공부할 수 없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일보 -
* 대학교육개혁의 방향 - 윤형원 〈충남대 총장〉
- 지금 한국을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는 거시적으로 보면 공업화된 한국사회가
첨단학문과 기술을 기반으로 탈공업사회로의 전환에서 구조적 개선과 기능의
활성화를 도모하지 못한데서 연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첨단학문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산업 전체의 구조개선이 안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경제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교육 등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악순환적 반응을
일으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이런 문화사적 변화의 정곡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선도해야 하는 역할을
구상하기 위해 자체개혁을 시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 그러나 현재 많은 대학인들은 교육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개념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개혁 보고서에는 분명히 「열린교육 사회」의 교육적 융통성을 강조해 왔지만
「열린 교육」이라고 와전시켜 무분별한 공개강좌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 무슨 기업체인지 「경영 마인드」 운운하면서 교육의 질보다는 상업성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또 교육자적 체통과 양심을 버린채 학생구걸 행각을 계속하는
것이 마치 대학개혁인양 동분서주하고 있다.
- 이런 상황에서 대학정원 자율화와 준칙주의라는 이름아래 내년도에는 서울지역의
학생정원을 매년 1,000명씩 증원하고 기타 지역 사립대학은 무제한 증원을
자율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전 국민의 대학입학」이라는 명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 대학졸업자의 저질화, 대학설치 운영상의 막대한 국가적 재정손실, 고급 실직군의
양상, 산업현장의 기능인력의 고갈 등은 결국 대학교육 망국론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교육부는 분명히 국가의 인력요청을 직업분야별(직업 종류별), 그리고 직업계층별로
분류하고 여기에 맞는 학생정원을 책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 위에서 언급한 대학개혁의 초점은 교육의 질적 고도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첨단학문과
기술 개발에 두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대학의 개혁과 평가는 얼마나
대학이 대학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
즉, 대학이 얼마나 수준높은 연구를 하고 연구된 내용을 충실히 가르치며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대학의 첨단학문과 기술을 통해 해결해 주며 궁극적으로 이상적
민주사회를 창조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대학사명 완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 그러나 우리의 대학은 그 고유기능 수행을 위한 역할분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주도의 지시명령적 입법장치에 의해 대학의 행정체계가 형성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국립대학은 통치기구가 없는 격이고 사립대학은 전문적 행정조직이
취약한 실정에 있다. 그러므로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히 시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 그리고 학술연구의 일류화나 대학교육의 국제화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첨단학문의 육성을 위해서 연구 또는 대학원중심 대학과 학부중심 대학, 특성화
대학과 비특성화 대학, 직업대학과 학문중심 대학 등의 분류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과 현실감각 부재의 모순이 내재하고 있다.
- 현재의 특성화정책은 모든 학과를 특성화시켜 그 속에서 자율경쟁의 원칙에 의한
우생학적 진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최상의 직업교육은 최상의
인문교육 또는 기초교육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 유의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1998/09/03 -
* 독서의 달
-「독서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책읽는 국민이 많아야 나라가 번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지난 93년 「책의 해」에 경향신문이 처음으로 내세운 표어다. 이후
출판협회와 일부 대형서점가로 번지고 요즈음에도 독서를 강조하는 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이 표어는 독창적이라기보다는 「체력은 국력」을 빗대서 만든
말이다.
- 군사정권이 등장하고나서 강조된 것이 체력이다. 60년대 초만 해도 우리가 경제발전을
위해 가진 것은 노동력뿐이었고 그래서 체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이 구호는 서울올림픽을 전후해서도 이어졌다. 체력과 지력(知力)은
저울처럼 균형을 이뤄야 하고 더구나 단순노동력보다는 기술우위가 강조되는 사회로
바뀌었는데도 허구한날 같은 노래만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 책과 관련해 세계에 뒤질 것이 없는 게 우리나라다. BC 3000년쯤에 파피루스 종이로
책을 만든 이집트나 BC 200년쯤 동물의 털로 붓을 만들어 글을 썼던 중국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목판인쇄본 대다라니경이나 구텐베르크보다 80여년 앞선 금속활자본
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 이런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 연간 발행부수 2억부가 넘는 세계 10대 출판국이 됐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독서량이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1인당
연간독서량은 대체로 10권이 넘지 못한다. 1년에 단 한권도 읽지 않은 국민이 무려
20%가 넘는다. 이래가지고서야 정보화시대의 국제경쟁에서 이기긴 어려울 듯하다.
-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전국에서 1,000개가 넘는 독서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그러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참여는 저조한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변호사협회, 의사협회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독서력이 국력인 시대, 그리고 때마침
책을 좋아하는 대통령이 재직중인 만큼 이번 독서행사장에서 많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향. 98/9/3-
* 교사 부패
- 고액과외에 관한 독자의견(1일치)을 읽고 교사의 한사람으로서 그 감회가 남다르다.
교육계 비리에 대한 여론과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도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교육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촌지문제,
일부지역·특권층 인사들의 고액 족집게 과외사건, 정실인사, 참고서·기자재 등
업자들과의 부정 등 부패를 낳았고,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을 세계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로봇인간으로 만든 결과가 되었다.
-도덕성과 품위를 망각한 부정부패 교사는 마땅히 교육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건으로 교사 전체가 매도되어서는 안되며 이런
풍토가 만연되는 것은 2세 교육과 국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농어촌이나 소도시에서 교육자로서 가치관과 교육애를 가지고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있다는 사실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길
바란다.
또한 한없이 허약하게 된 교단 교사들을 포용하고 조용한 개혁을 밀고
나갈 때, 이 나라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고 국가의 장래는 흔들리지
않고 더욱 건강하고 튼튼해지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