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산고등학교는 폐교 위기를 딛고 신흥 명문으로 부상한 기숙형 자율형공립고다. 2003, 2004학년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미달사태를 겪은 이후 2007학년까지는 대구 최하위 입학성적과 대학진학률을 기록했지만, 2013학년에는 신입생 평균내신석차백분율이 상위 1.145%(일반전형)로 급상승했고 5명의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대구 유일의 군 단위 달성군에 위치하고, 학년당 정원이 105명(2014학년 신입생부터는 99명)에 불과한 농촌지역 소규모학교가 거둔 놀라운 성장이다. 혁신의 배경에는 전 교직원이 학교 살리기에 뜻을 두고 교육당국의 각종 교육사업에 적극 뛰어든 과정이 있다. 자율학교(대구광역시교육청/2007년), 농산어촌우수고(교육인적자원부) 등을 유치 및 운영하면서 교육수준을 높여왔다. 기숙형공립고 모델학교(교육과학기술부/2009년)로 교육에서 돌봄까지 책임지는 학교로 모범사례를 창출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자율형공립고로 이전보다 교육과정 운영 전반에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명문고 도약의 밑그림을 뚜렷하게 그렸다. 서울 이남 최고의 교육특구인 대구 수성의 학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나 실적이 미미해 보이지만, 작지만 강한 학교이자 전국의 농산어촌학교의 롤모델로 학교 정체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참이다.
|
|
|
▲ 포산고가 단기간에 우수학생 유치와 알찬 대입실적을 거둔 데엔 전 교직원이 합심해 학교 살리기에 앞장선 과정이 있다. 공립이라도 농촌에 위치해도 혁신 의지가 뚜렷하면 얼마든지 명문고로 발돋움 할 수 있음을 포산고는 증명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
꼴찌학교의 반란
[베리타스알파 = 김유하 기자] 포산고의 학교 혁신의지는 각종 성과가 증명한다. 서울대 합격자는 2012학년(117명 졸업) 2명에서 2013학년(104명) 5명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연세대(1명) 고려대(1명) 성균관대(4명) 중앙대(1명) 경희대(1명) 한국외대(1명) 서울시립대(1명) 등 주요대학에 골고루 합격자를 배출했다. 우수학생 유입도 뚜렷해졌다. 일반전형(대구/경북 고령군 다산면) 합격생의 평균석차백분율은 2012학년 2.695%에서 2013학년 1.145%로, 지역우선전형(달성군)도 31.641%에서 16.408%로 올랐다.
6년 전만해도 폐교 수순을 밟는 듯했다. 암운이 드리운 시기는 2002년. 대구광역시교육청이 2001년 남녀공학에 대한 선호도가 70% 이상이라는 여론조사결과에 따라 단성학교의 남녀공학 개편을 가속화하면서 1968년 현풍여고로 개교했던 학교는 2002년부터 남녀공학 포산고로 운영을 시작했다. 급격한 변화는 인근 사립 남고 현풍고의 남녀공학 전환과 맞물린 공립 기피현상, 병설중학교인 포산중 학생/학부모의 도심 이주 및 위장전출 등을 야기해 신입생 미달사태로 번졌다. 대구 최하위 중학생이 전문계고 진학을 피해 도피성으로 진학하며 학력저하현상도 짙어졌다.
쾌속 성장에는 김호경 교장의 공이 컸다. 2007년 자율학교와 농산어촌우수고 지정 이후 1대 공모교장으로 부임, 기숙사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꼴찌학교를 상위 1%가 모이는 신흥명문으로 탈바꿈시켰다. 운영 능력을 인정 받아 2011년 9월 다시 공모를 거쳐 재취임하면서 소기의 대입실적도 거뒀다. “포산고는 김호경 교장의 열정이 만든 학교”라 설명한 이성희 교감은 “몸소 발로 뛰며 교사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이끌고, 취약점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유를 들어 개선을 요구하는 등 교사 사이에선 ‘교장 등살에 못산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 말했다.
그간 거둔 운영의 성과는 열거하기조차 힘들 지경. 2008년 기숙형공립고 선정(교육과학기술부), 2009년 기숙형고교 부문 국정과제 수행 유공학교 및 2010년 유공학교장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11년 기숙형고교 운영성과평가 최우수학교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12년 자율형공립고 지정(교육과학기술부) 등 매년 굵직한 성과를 배출해왔다. 김호경 교장은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새로운 학교교육모델을 발굴/확산하고자 시행하는 ‘미래학교(시도교육청이 추천한 48개 초중고교 가운데 초교 2곳, 중학교 1곳, 고교 2곳 선정)’에 선정됐다”며 “평가기준이 교육의 창의성/사회성/수월성/형평성인데 4가지 교육적 가치가 포산고 교육이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주목하는 학교
올해 서울대 입학본부가 발간한 웹진 ‘아로리’에는 포산고의 진로교육/멘토링/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실렸다.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학교가 노력하면 창의적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의미가 있었다. 진로 탐색 및 설정,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학습 및 자기주도적 연구를 돕는 교육활동은 2013 서울대 입시의 대표적 특징인 입학사정관 중심 수시체제에서 경쟁력 확보를 도왔다.
진로교육은 진로활동 실적을 쌓는 ‘Career Portfolio’와 희망 대학 및 학과의 전형요소를 분석하고 정리한 ‘학생자기목표 관리카드’를 중심으로 한다. 이순희 교무기획부장은 “학생 스스로 진로 및 진학 정보를 수집하고 관심사와 향후 전공 관련 활동을 관리하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직업인과의 만남, 대학 학과 탐색 및 방문 체험, 인생 로드맵 및 미래명함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활동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평가하면서 진로진학에 대한 이해와 능동적 준비를 이끈다.
올해부터는 진로교육을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진학지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강화할 계획. 김 교장은 “올해 졸업생은 상위 1%대 학생(일반전형)이 처음으로 유입된 2010학년 입학생(2009학년 합격선 17.47%, 2008학년 72.9%)으로 학력에 대한 자부심이 큰 편이었고, 막연히 의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Learning by Teaching’을 지향한다. 졸업생과 재학생간/선후배간/또래간/사제간 멘토-멘티를 맺어 교과학습, 입시준비, 기숙사생활 전반에 걸친 소통과 정보공유가 이뤄진다. 학급 단위 또래멘토링은 특정 과목이 우수한 학생과 취약한 학생을 엮어 하루에 한 번 5분 이상 가르침과 배움을 나누는 게 원칙이다. 모든 멘토링의 결과는 그때그때 ‘멘토-멘티 활동 확인서’에 담아 교사의 확인을 받는다. 정기적인 멘토링 만족도 조사, 멘토-멘티 참가 소감문 작성, 멘토링 평가회, 우수활동 시상 등으로 형식적 활동을 넘어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김 교장은 “전교생이 300명 남짓이고 3년 간 6인1실 기숙사에서 생활하기에 선후배 또래간 관계가 끈끈해 실질적인 멘토링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졸업생 멘토링도 활발하다. 졸업식에서 ‘20년 후 약속 선포식’을 실시해 20년 후 미래 모습에 대한 서약을 적어 캡슐에 담아 20년 간 학교 역사관에 보관하는데, 졸업해도 찾아오고 싶은 학교라는 인상을 주지 않았나 싶다.”
R&E는 심화학습과 전공적합성 강화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과고에서 주로 실시하는 수월성 교육이라 일반고에서는 전문지도인력 확충과 연구활동 지원 전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접근이 까다롭지만 포산고는 시행하기 좋은 환경이다. 이 교감은 “인근 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MOU를 체결, DGIST의 젊고 유능한 교수 및 박사급 연구 인력의 전문적 지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DGIST 측에서 노벨상 수상자 특강을 할 때마다 학생들을 초청하기에 세계적 석학의 강의도 듣는다”고 덧붙였다.
희망자에 한해 4~5명이 한 팀을 이뤄 생물/화학/수학/융합공학을 비롯해 인문분야의 연구활동을 10개월 간 실시한다. 관심분야에 대한 연구계획서 작성 및 평가로 팀과 연구과제를 선정해 정기적으로 DGIST를 방문하여 기초지식 및 배경이론 습득, 실험 및 연구활동 수행, 결과보고서 작성을 수행한다. 최근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정기학술대회에 참가한 R&E팀이 ‘케라틴 단백질의 진화와 질병’이라는 주제로 우수 포스터상을 받았다. 이 교감은 “총 1300여 개 팀이 참가했는데, 포산고 학생들이 고교팀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했다”며 교육성과를 강조했다.
교육활동 실적 저작물로 펴내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포산고를 찾아오는 고교 및 대학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목련관이다. 목련관은 학생들의 교육실적을 모아 엮은 저작물을 전시해둔 학교홍보의 장. 2010년에는 8권 2011년에는 11권 2012년에는 23권을 펴냈다. ‘진로진학통신’ ‘수학영재학급 수학산출물논문집’ ‘원더풀 디베이트’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김 교장은 “실제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규수업 결과물도 책으로 엮는다. 3인1조 문학작품발표수업에서는 교과서 수록 작품을 조별로 분석해 발표하는데, 줄거리를 현대판으로 각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영화비평수업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그때그때의 느낌과 비평을 프리노트에 적으며 감상 후 각자의 비평을 나눈다. 교사는 중요한 장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여 교과연계학습효과를 높인다.
학생 저작물이 시중에 정식 출판되기도 했다. 책 쓰기 동아리 ‘꿈꾸는 아이들’이 출판기획자 광고기획자 등 각자의 꿈을 주제로 발간한 ‘Dream(매일신문사)’이 대구광역시교육청 주최 공모전에서 우수 학생 저작물로 채택된 것. 이 교감은 “책 쓰기는 창의력과 종합적 사고능력을 길러주면서 대입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기록을 중시하는 학풍이 잡힌 특성상 글쓰기 기반 활동이 활발하다. 전교생이 개인별 논문을 작성한다. 경제/역사/행정/수학/물리/의학 등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의 주제를 선택해 1학년은 주제 보고서를, 2학년은 소논문을 쓴다. 우수 논문은 시상하며, ‘포산논고’도 발행한다. 이 부장은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연구활동으로 진로의식을 함양하고 전공적합성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