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토리-정옥임 그림동화
1
덤불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알밤을 찾았어.
“어! 밤톨이네! 참 이쁘다.” 아이가 토리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신이 난 아이는 나무로 뛰어가 폴짝 걸터앉았어.
그 바람에 아이 호주머니에서 토리가 퐁 튀어나왔지.
공중에 반 원을 그리며 냅다 곤두박질쳐 구르기 시작했어.
2
구르다가 지렁이가 사는 구멍에 빠졌지 뭐야.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나무를 잘 크게 하는 영양제를 얻어 발랐어.
개미굴을 지나면서 방금 바른 영양제 때문에 끈적이는 온몸에
포슬 흙 분칠을 하고 말았지.
그러다 삐죽삐죽 이 자국이 나 있는 쥐구멍으로 때 굴 다시 굴렀어.
3
쥐구멍은 굴처럼 길어서 몇 번을 더 굴러 판판한 곳에 떨어졌지 뭐야.
덥지도 춥지도 않고 알맞았어.
오소리가 왔다가 못 찾고 그냥 가고 다람쥐도 킁킁대다 그냥 갔어.
다람쥐는 진짜 잘 잊어버려서 숨겨 둔 곳을 못 찾는 거야. 토리에겐 다행이지!
4
토리 눈까풀이 자꾸 감겨 눈을 감고 있는데 어느새 깊이 잠들고 말았어.
얼마나 잤을까! 계속 꿈을 꾸었어.
그런데 온몸에서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쳤어.
“영차! 영차!” 지렁이와 개미들도 바삐 움직였어.
도토리 친구 잣 친구도 기지개를 켰어.
“아! 잘 잤다.” 토리도 팔을 쭉 뻗었어.
5
그때 흙이 토리를 안고 있던 팔을 스르르 풀어주었지.
그 틈에 토리는 흙을 들치고 밖으로 나왔단다.
흙 덮개 사이로 햇볕이 따뜻하게 온몸을 비췄어.
팔을 쭉 뻗어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어 해님을 덥석 안았어.
“나는 이제 알밤이 아니고 밤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