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 2023《한강문학》가을호(34호)신인상 당선작 시 부문 / <보름 일기> 외 3편
보름 일기
이 영 수
정월 대보름
집 안을 청소하고
단아한 마음을 갖는다
땅콩, 호두, 잣, 밤 준비해 놓고
보리, 수수, 좁쌀, 콩, 팥을 불려 오곡밥 짓고
고사리, 도라지, 시래기, 말린 호박고지 푹 삶아
정갈하게 볶아 놓는다
온 식구 모여 앉으면
아이들의 정겨운 웃음소리
꽃처럼 피어난다
둥그런 달빛 아래
정한수 떠 놓고
손이 닳도록 자식들 복을 빌고 계신 어머니
화목하고 건강 하라고 축원 하신다
평생 자식을 위해 빌어오신 당신의 모습이
고운 달빛에 젖어 드는 마리아의 미소처럼
인자하고 아름다워
젖어드는 눈시울에 두 손을 모은다.
친구에게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자
햇빛은 보석처럼 빛나고
나뭇잎 위에 앉은 한줄기 무지개
물방울 속 세상처럼
맑고 고운 친구야
평화로운 허드슨강 건너
너를 만나러 가던 그 날
하늘 저편에 동심원을 그리며
찬연한 무지개로 떠서
나를 마중해 주었지
그윽한 향기를 품고 사는 너를 만나면
그 고운 향기에 취해 기쁨이 넘치고
오랜 시간 마주 앉아 나눈 이야기들은
지금쯤 강을 지나 바다에서 만나고 있을까
잊을 수 없는 그 날
다시 만날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언제나 우리가 함께하기에
오늘도 나는 너를 그린다
소중한 나의 오랜 친구야.
가을 바다
일렁이는 물이랑 따라 은빛으로 파도치는 바다
하얗게 밀려오는 포말은 부딪치며 달려오고
다시 밀려오며 백사장을 지운다
낮달의 미소 품은 가을 바다
고요한 여운으로 붉게 물드는데
아직도 못다 한 사연이 그리 많기에
끝없이 밀려 와 부서지는가
쓰다듬듯 밀려가는 잔잔한 물결이
속삭인다
사랑하라고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라고
모두가 떠난 가을 바다에서
기억의 조각들을 연결하며
아직 우리의 겨울은 멀리 있다고
지난여름 뜨거웠던 사랑이 다시 오지 않아도
가을은 다시 사랑을 시작해도 좋은 계절이라고
파도는 밀려오며 계속 속살거린다
가자 떠나자 저 가을 바다가 일러주는 곳으로
낙조 지는 바닷가에서
마음의 평화가 붉게 물들어 간다.
첫 눈
첫눈이 내린다
천지가 하얀 옷으로 갈아입고
나무와 공원 강물 위에 소복히 쌓인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던 사람
그는 조지아에 온다고 말 했었지
버스에 몸을 싣고
먼 곳에서 도착한 그 사람
눈송이처럼 말긋말긋한 눈 반짝거리네
낯선 이국의 거리를 함께 걸었네
온 세상은 나의 것
램프 불빛이 흐르는 카페에서
빵을 사고 와인을 고르고
우리의 푸른 꿈 시작되었네
오랜 세월 함께한 추억이 눈처럼 쌓였을 때
그는 다시 조지아로 떠났다
첫눈 내리는 오늘
혼자서 공원을 거닐며 그를 생각하네
순백의 사랑 사륵사륵 내리고 있는데.
《한강문학》34호 (2024, 신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작 심사평-이영수
수채화 같은 느낌의 시
시작은 어떤 것이든 감동이고 설램이다. 시 쓰기란 시인이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이다. 그것은 또한 자연과 인간, 공간과 시간, 사랑과 증오,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고 온 시인의 노력과 그 결과로 얻어진 생명 의식의 소중한 일면 임을 증명하기도 한다.
시는 생명이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개체들이 쓰고 싶은 사랑의 대상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다. 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시의 소재로 해도 좋다.
이영수 시인은 시편을 통해 사적이며 소소한 개인적인 문제를 잘 다루었다. 앞으로는 좀 더 시야를 넓혀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시속에서 미적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창작 과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정성을 토대로 자기 고백적인 내면의 사유를 진솔하게 들어낸 시들이 순수한 느낌을 주었고 앞으로 대성할 수 있는 시인이라고 생각해 뽑았다.
앞으로는 더 깊은 사유를 통해 더 좋은 창작 활동에 매진하여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시인이 되길 기대해 본다.
《한강문학》 신인상 심사위원 한강문학회 상임고문 김 중 위 신 인 상 심 사 평 노 금 선 신 인 상 추 천 인 이 강 철 |
《한강문학》34호 (2024, 신년호) 시부문 신인상 당선소감-이영수
시냇물이 흘러 강물이 되듯이
평소 끄적거렸던 졸작이 한 순간 인정을 받아 《한강 문학》 34호 시 부분 신인상에 당선되었다는 통보를 받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심사위원 선생님께서 심사평을 통하여 격려해 주셔서, 시를 통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열어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깊이 간직합니다.
앞으로는 시야를 더욱 넓혀,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들은 미적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창작 과정을 시도해 보며, 한발 한발 나아가겠습니다.
이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게 될 시를 발표하게 되어 독자들에게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저에게 소중한 선물 축복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저를 뽑아 주신 문학박사 노금선 시인님과 추천해 주신 이강철 시인님 그리고 지면을 할애해 주신 《한강문학》 발행인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하며,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수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이사, 제1회 한국다선예술제 〈평화의 소녀〉, 전국시낭송경연대회-입상, 시낭송가 자격증, 서울대간호대학 최고간호관리자 과정, 연세대 생활환경 대학원 TMP, U.S.A. R.N 8년 경력(수간호사), 기업체 영어강사 (현대, L.G, 정보통신부 외), 제7회 UN평화모델 선발대회(동상), 다산한복모델선발대회(장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