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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2.13) 조카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었다.
의례히 이럴때는 곁다리 여행스케줄을 어김없이 준비하는 옆지기 인지라
이왕 길나서는 김에 하루밤 지내고 오자면서 강원도 속초에 숙소를 예약했다고...
평소 여행길이 멀다 가깝다 하는건 별문제 아니지만 굳이 먼 강원도쪽을 택한 이유는,
시어머님이나 옆지기가 유독 좋아하는 도로묵이 마침 제철이라 님도보고 뽕도따고 할
속셈였다나^^
요즘 신경쓰는 일이 많아서 인지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피곤했지만,
속초에서 대구로 내려오는 코스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고속도로 대신
동해안의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7번국도를 선택함에 있어서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학습효과일까...?
본래 그리 부지런하게 사진을 찍는 편이 아닌 옆지기인데,
요즘은 여행중에 그림일기 땜인지 잠시를 나서도 카메라가 손에 들려 있더라 ㅎ^^
일요일(12.14) 아침 베란다에서 바라 본 영랑호 전경.
전날, 숙소인 영랑호리조트에 밤10시를 넘긴 늦은 시간에 도착하다보니
전망좋은 고층을 기대하는건 무리라서 선택의 여지없이 배정받은 3층 인지라,
눈에 들어오는 영랑호 경치는 객실이 조금 더 높은 위치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었지만...
호수에는 겨울철새와 오리때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었고,
영랑호반 8Km 산책로에는 자전거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생활영역내에 자연친화적인 공간이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
물론 그기에다 다양한 문화요소가 더해진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없겠지^^
유년기때 호수와 저수지는 엄연히 다른걸로 알고 있었다면서 옆지기 하는 말~ ㅎ
호수는 백조같은 우아한 새들과 예쁜 금붕어가 사는 곳이고,
저수지는 미운오리새끼나 못생긴 메기 가물치 들이 살고 있는곳으로~
형태별 용도별로 달리 표현하지만 굳이 다르지 않다는걸 쉬 인정하지 못했음은
아마 동화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했던 소싯적 꿈이 깨지는 게 두려웠나바.
이 호수를 영랑호라 부르게 된 것은 삼국유사의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는데,
신라의 화랑인 영랑이 동료들과 함께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동해안을 따라 서라벌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노을이 수면에 비친 명경같이 잔잔하고 맑은 호수에 웅장한 설악산
울산바위와 범이 웅크리고 앉은 모습의 바위가 그대로 물속에 잠겨있는 것을 보고는,
그 아름다음에 매료당해 서라벌로 돌아가는 것도 잊고 이 호수에 머물면서 풍류를 즐겼다
하며, 그때부터 이 호수를 영랑호라 불렀고, 이후로 영랑호는 화랑들의 수련장으로 이용
되었다 한다.
호 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하늘빛을 닮은 호수는 고요하기만 한데,
그 수면에는 시리도록 파란 겨울하늘뿐만 아니라
온갖 사물과 사안에 대한 그리움 또한 한아름 녹아 들고 있었고,
잔잔한 수면위로 잘게 쪼개진 햇살들이 나딩굴다가
튕겨져 나온 몇조각이 영롱한 빛으로 눈가에 머물며 시야를 간지럽히는 사이,
여기서 몇일 더 쉬고픈 욕심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서 보니 아늑한 집들이 눈에 띄길래,
한바퀴 돌면서 가까이 가보니 별장처럼 독채로 이루어진 영랑호리조트 빌라형콘도.
건물 내부는 오래되고 관리도 잘 안되어서 별로라지만,
주변의 좋은 환경과 조화된 모습은 더할 나위없을 정도로 분위기 있어 보이고,
이용료도 그리 비싸지는 않다기에 몇가족이 오붓하게 즐기기에는 딱~이다 싶더라^^
뒤로 보이는 눈내린 설악모습과 잔잔한 호수가 함께 어울려 그저 평온하게만 보이는 모습이
꽤나 낭만적 이잖니 ?^^
호수 건너편에서 본, 숙소였던 영랑호리조트 타워콘도.
리모델링은 했다는데 내부만 했는 지 유리창 가까이는 바같기온이 숭숭~ 느껴졌으나,
그래도 난방은 잘되어 따신밤 보내기에는 별 지장은 없었고~
아침 역광이라 어렴풋이 보이는데, 타워콘도 바로 오른쪽에 있는 큰바위가 범바위.
범바위 꼭대기에 있는 바위틈새로 보이는 영랑호주변 모습.
자세히 보면 짙은 녹색부분이 보이는데...
주변에 퍼블릭코스 9홀인 영랑호 C.C 에서 혹시 날아올 지 모르는 골프공을 막아주는 그물막.
범바위 상단부에 있는 영랑정.
일반적으로 정자는 전망이 좋을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영랑정은 바위와 나무에 가려 설악산도 영랑호도 시원히 뵈지 않으니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며,
오히려 영랑정 위에 있는 범바위 정상에 오르니 멋지게 펼쳐진 설악산의 경관을 볼 수 있더라.
영랑정서 바라본 영랑호 동쪽모습.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다리가 바다와 호수를 잇는 부분을 지나는 영랑교.
물론 멀리 보이는건 동해바다.
이곳 영랑호의 아름다움을 다 알기도 전에 또 다른 곳이 궁금하여
언젠가 다시 영랑호에 와서 고요하게 잠긴 설악과 붉게 지는 노을을 보리라 마음먹고,
도로묵을 사러 속초시내 중앙시장으로 출발했다.
도치, 오징어, 털게.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런 고기도 먹습니까 ?" 라는 말을 듣는다는 그 고기.
배에 빨판이 있는 게 생김새가 요상해서 그렇지 맛만은 일품이라는 사진왼쪽편에 보이는 도치.
특히 알탕이 좋고 찜이나 매운탕으로도 그만이라고~
털게는 큰거는 대게처럼 쪄서 먹으면 되고, 작은건 된장 끓일때 넣으면 맛이 그만 이래나^^
오늘 도로묵 선도와 시세가 어떤지... 어물전 여기저기 기웃기웃~ 해봤지만...
올해 도로묵 조황이 작년처럼 풍어가 아녔는지,
예상가격을 훨씬 웃돌아서 푸짐하게 몇박스 사갖고 가려했던 생각은 말짱 도로묵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태어나서 제일 비싼 도로묵을 샀는데...
사진에 보이는 도로묵 한마리가 자그마치 1,400원 뜨악~
암튼 필요한 만큼의 도로묵과 양미리를 드렁크에 싣고
다음 행선지인 동해시 추암마을로 부르릉~
말나온 김에 도로묵을 읊은 옛시 한편 옮겨본다.
還目魚 환목어(도로묵)
이 식(李 植) : 1584(선조17)~ 1647(인조25)
有魚名曰目 유어명왈목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海族題品卑 해족제품비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지.
膏腴不自潤 고유부자윤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形質本非奇 형질본비기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終然風味淡 종연풍미담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亦足佐冬釃 역족좌동시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대로 괜찮았지.
國君昔播越 국군석파월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艱荒此海陲 간황차해수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目也適登盤 목야적등반 목어가 마침 수랏상에 올라서
頓頓療晩飢 돈돈료만기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勅賜銀魚號 칙사은어호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永充壤奠儀 영충양전의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金輿旣旋反 금여기선반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玉饌競珍脂 옥찬경진지 수랏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嗟汝厠其間 차여측기간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詎敢當一匙 거감당일시 맛보시는 은총을 한번도 못 받았지.
削號還爲目 삭호환위목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斯須忽如遺 사수홀여유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賢愚不在己 현우부재기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貴賤各乘時 귀천각승시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名稱是外飾 명칭시외식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委棄非汝疵 위기비여자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은 아니라네.
洋洋碧海底 양양벽해저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自適乃其宜 자적내기의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강릉시와 동해시 사이에 있는 동해휴게소에서~
휴게소 규모는 작아도 넓은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어서 경치 감상하기가 아주 좋아요^^
뒤편으로 보이는 해변이 망상해수욕장인데,
내눈이 감기라도 걸렸는 지 보이는 모습이 꼭 외국풍경처럼 이국적으로 보이더라.
특이한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망상해수욕장 캠핑카를 많이 찾는다고...
요즘은 안봐서 모르겠지만 예전 애국가 영상에 일출모습으로 나오는 촛대바위.
조선시대 한명회가 이 곳을 둘러보고서,
강릉 경포대와 통천 총석정과는 그 경치가 난형난제이며 기이한 점은 이 곳이 더 좋다면서,
속되게 추암이라 하지말고 능파대(凌波臺)라고 그 이름을 고치라 했단다.
추암해수욕장에서 여름내내 뭇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을성 싶은 바위들.
백사장 길이 약 150m 정도인 아담한 추암해수욕장.
마을 규모에 비해 엄청 많은 횟집들이 바닷가를 가득 채우고 있음은,
그만큼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몰려 든다는 것인데...
촛대바위의 명성과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듯~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것을 보니 늦은 오후시간이라,
이제부터 집에 갈때 까지는 마음내키는 대로 발걸음하자며 스케줄 없이 움직이기로...
대게로 유명한 울진군 죽변항 모습.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혹시나 대게 경매하고 짜투리라도 남아 있을까 싶어 들렀는데,
수협공판장은 쥐죽은듯 조용하고 죽변항에 정박중인 오징어잡이 채낚기어선 사이로 갈매기
한마리가 한가로이 노닐면서 하는 말 "지금 시간이 몇신데, 경매 운운... 하냐고~"
대게를 쪄주는 집.
러시아인으로 보이는 여인네가 대게 찌는 모습을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저 여인 머리쪽으로 보이는 수족관내 게가 러시아산였으니
한글을 안다면 자국산인걸 알고 무척 반가웠을텐데~ ㅎ
울진군에 있는 월송정에 도착하니 초겨울 짧은해가 서쪽산으로 거의 지는 때라,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부서지며 넘어가는 햇살은 고즈넉하게 솔밭에 내려앉고~
월송정 올라가는 길은, 떨어진 마른 솔잎이 마치 양탄자처럼 푹신한 숲길이었는데,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옆지기 하는말이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산에 나무하러 다니던 생각이
난다고... 그 시절 소나무갈비는 아주 좋은 불쏘시개였고 땔감였단다.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에 위치한 곳인 월송정.
越國에서 松苗를 가져다 심었다 하여 越松亭 이라 불리는 이곳은
신라시대 화랑들이 달밤에 송림에서 놀았을 정도로 풍취가 좋다 해서 月松亭 으로 불리기도...
다른곳과는 달리 높은곳이나 절벽위에 세워져 있지 않고,
바닷가 나즈막한 언덕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울창한 해송과 어울려 아름다운 정취를
풍긴다.
월송정에서 바닷가로 나가면 고운 모래사장이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아직 통제지역인지 철조망이 있는걸로 봐서 출입이 자유롭지는 않은 듯~
백사장에서 해보는 "나 잡아봐라" 는 옆지기 카메라에 잡혔고^^
아주 오래전 얘기지만,
결혼전에 옆지기랑 친구들이랑 함께 여름휴가길에 들렀던 곳이 칠포해수욕장.
그때 민박집 자전거를 둘이 함께 타고 해변언덕길을 달렸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 올랐는데,
때마침 둘이 같은 생각을 동시에 했기에 한참동안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더라^^
영화 한장면같은 지난 일들을 아름답게 공유한다는 건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지금 함께 하는 이 여행도 세월이 흐른뒤에 역시 소중하게 기억될 추억이 되겠지.
바다, 파도, 백사장...
오랜 세월 함께 하였기에 이제는 너무나 서로에게 익숙해진 사람들은
간혹 부족한 신선함을 채우고 싶은 그런날에는 같이 파도치는 백사장을 찾으면 어떨까 ?
한곳을 향하여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발자욱도 남겨보고
어쩌면 유치한 유희가 될지언정 고운모래위에 하고픈 말들을 손가락으로 써보자.
그런 마음을 열어서 펼쳐 보이고픈 심정이 하나의 핑계가 되더라도 함께 길 떠나서,
보는 관점과 가는 방향이 행여 상이해도, 서로 다를 수 있는 걸 인정하면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그래도 함께 있음에 더 고마워하고 더 사랑해야 함을 실천하고 증명해 보자.
힘차게 밀려오는 파도는 이내 하얀 물보라로 부서져 백사장의 여백으로 젖어들고,
더 어두워 지기전에 왔던 길로 되돌아 가라고 그렇게 파도는 우리를 재촉하고 있었다.
흐르는 음악은 George Winston 의 "Queen's Jubilee"
첫댓글 관순아 너따라 여행 잘 했다...고마우이
참 재미있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관순이의 그림일기 연재를 보고있다.
인생의 여유를 아는 멋진 칭구야~~~부러버~~~
잔잔한 음악이 넘 맘을 이끌어 더욱더 멋진 여행을 했네. 늘 행복하길...
그림만 봐도 시원하고 기분 짱이닷.
부럽고 또 부럽고 또또 부럽고 또또또....
좋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시시때대로 여행이네. 관순아 이대로 쭈~~~욱 건강할 때 좋은거 많이보고 많이 먹자~~~
몸은 묶여 있어도 맘은 관순따라 ... 즐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