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괘 산택손_덜어 내고 비움
뇌수해괘가 위험에서 풀려나고 느슨해지는 것이라면, 산택손괘는 느슨해져서 잃는 것이 있는 때입니다. 손(損)은 '덜어 내는 것'이고 '손실'인데, 늘어지고 느슨해지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게 되므로 이런 순서로 연결된 것입니다. (228쪽)
산을 상징하는 간괘가 위에 있고 못을 상징하는 태괘가 아래에 있는데, 산은 높고 연못은 깊은 상이 되고, 아래가 깊어질수록 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어서 아래를 덜어서 위에 보태는 것이 됩니다. 연못이 산 아래 있어서 그 기운이 서로 통하여 윤택함이 초목과 만물에 미치니, 이것 역시 아래를 덜어서 위에 보태는 것이 됩니다. 또 태괘가 기쁨을 의미하는데 세 효가 모두 위에 있는 효들과 호응하니 기쁨으로 윗사람을 받드는 것이 되어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래에서 취하여 위를 높게 올리면 위태롭게 되어 추락할 수 있으니, 결국은 손실이 발생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28쪽)
* 아래를 덜어서 위에 보태는 것=손하익상(損下益上). (제41괘 단전)
덜어 냄을 의미하는 산택손의 때에 군자는 자신에게서 분노를 없애고 욕심을 틀어막아야 합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남을 해칠 수 있고, 욕심이 일어나면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이 두 가지를 덜어 내는 데 힘쓰는 것이 자신을 닦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229쪽)
제42괘 풍뢰익_보태 주고 채움
산택손괘가 덜어 내는 것이라면, 풍뢰익괘는 더하고 보태게 되는 때입니다. 흥성과 쇠퇴, 덜어 냄과 보태 줌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덜어 냄이 지극하면 반드시 보태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231쪽)
* 산택손괘의 도전괘임. (박희택)
바람을 상징하는 손괘가 위에 있고 우레를 상징하는 진괘가 아래에 있어 우레가 진동하는데 바람이 불어 와 서로 상승작용(相乘作用)을 일으키는 상입니다. 바람이 세차면 우레가 빨라지고 우레가 몰아치면 바람이 크게 일어나니 두 가지가 서로 돕고 보태는 모습이지요. 또 풍뢰익괘는 건괘에 있던 맨 아래 양효가 곤괘 맨 아래 있는 음효와 자리를 바꿔서 손괘와 진괘가 되었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양이 변해 음이 되는 것은 덜어 냄이고, 음이 변해 양이 되는 것은 보태 줌이라고 봅니다. 건괘의 양효가 음효가 되어 덜어 냄이고 곤 괘의 음효가 양효가 되어 보태 줌이니, 위에서 덜어서 아래를 보태 주는 상황이지요. 이렇게 아래가 두터워지면 위가 편안해지기에 결국 유익하게 되는 때입니다. (231-232쪽)
* 위에서 덜어서 아래를 보내 주는 상황=손상익하(損上益下). (제42괘 단전)
풍뢰익의 때에 군자는 자신에게 유익한 일을 해야 하니 선을 보면 옮겨 가고 허물이 있으면 고쳐 나가야 합니다. 선으로 옮겨 가는 것은 다른 이의 선함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으로 바람처럼 신속하게 해야 하고, 자신의 허물을 고치는 것은 머뭇거리지 말고 우레처럼 맹렬하게 해야 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232쪽)
제43괘 택천쾌_과감한 결단
풍뢰익괘가 보태고 더하는 것이라면, 택천쾌괘는 더하여 그치지 않아서 터져 나가는 때입니다. '쾌(夬)'는 '터짐'이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제거한다'는 의미입니다. 못을 상징하는 태괘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가 아래에 있어 물을 모아 둔 연못이 지극히 높은 곳에 올라가서 터지는 상이 됩니다. 또 양효 다섯이 아래에서 자라나서 나아가려 하고 음효 하나가 위에 있어 사라지려고 하니, 여러 양이 위로 올라가 하나 남은 음을 결단하고 제거하는 때입니다. 군자의 도가 자라나고 소인이 사라지고 다하려는 때라고 볼 수 있지요. (234쪽)
택천쾌괘의 때에 군자는 연못이 위에서 터져 아래에 물을 대주는 것처럼 자신의 덕을 기르고 좋은 정책을 베풀어 혜택이 아래에 미치게 하고 사회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막고 금하는 것을 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군자의 도는 사회제도와 법을 통해 공적으로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34쪽)
제44괘 천풍구_우연한 만남
택천쾌괘가 결단하고 제거하는 것이라면, 천풍구괘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때입니다. 제거한다는 것은 헤어진다는 것인데, 헤어짐이 있으면 새로운 만남이 있게 되니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지요.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가 위에 있고 바람을 상징하는 손괘가 아래에 있어 바람이 하늘 아래로 불어오는 것이니, 바람이 하늘 아래 있는 만물을 지나가며 만나는 상이 됩니다. 또 음효 하나가 아래에서 처음 생겨나 음이 여러 양효들과 만나기 때문에 만남의 때가 됩니다. (236쪽)
* 택천쾌괘의 도전괘임. (박희택)
천풍구의 시대에는 군주가 움직여야 합니다. 바람이 온 천하를 다니며 만물을 만나듯이 이치와 상황에 맞는 명령을 내려야 하고, 그것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때입니다. (236쪽)
제45괘 택지췌_사람들이 모여듦
천풍구가 만나는 것이라면, 택지췌괘는 만나서 무리를 이루며 모여드는 때입니다. 서로 만나면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지요. 못을 상징하는 태괘가 위에 있고 땅을 상징하는 곤괘가 아래 있어 땅 위에 물이 모여들어 연못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입니다. (238쪽)
택지췌괘의 때에 군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때 생길 수밖에 없는 분란을 염두에 두고 병장기를 수리하여 예기치 못한 사달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혼란과 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38쪽)
제46괘 지풍승_위로 올라감
택지췌가 모여드는 것이라면, 지풍승괘는 모여서 올라가는 때입니다. 만물이 모이고 쌓이면 높아지고 커져서 올라가게 되므로 택지췌괘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지요. 땅을 상징하는 곤괘가 위에 있고 나무를 상징하는 손괘가 아래 있어 땅 속에서 나무가 자라나서 더욱 커지는 상이 됩니다. (240쪽)
* 택지췌괘의 도전괘임. (박희택)
지풍승괘의 때에 군자는 거침없이 나아가기 위해 이치를 따르고 작은 것을 쌓아서 높고 크게 이루어 냅니다.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 나가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치에 맞지 않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으니 이치를 따르는 것이고, 나무가 날마다 자라나듯이 조금씩 쌓으면 크게 이룰 수 있으니 잠시도 배움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240쪽)
제47괘 택수곤_곤경에 처함
지풍승괘가 올라가는 것이라면, 택수곤괘는 올라감을 그치지 않아서 막히고 곤경에 처하는 때입니다. 못을 상징하는 태괘가 위에 있고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아래에 있는데, 물이 못 아래에 있어 못이 말라 물이 없는 상이 됩니다. 또 상육효가 두 양효 위에 있고 구이효가 두 음효 사이에 빠져 있으니, 모두 부드러운 음이 굳센 양을 가린 것이 되어 어렵고 곤란한 상황입니다. 군자가 소인에게 가림을 당하는 모습이라 곤궁한 때가 되지요. (242쪽)
택수곤괘의 시기에 군자는 평소에 미리 어려움에 대비하고 올바르게 살아왔음에도 곤궁함을 당하게 되는 때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뜻을 지켜 나가야 합니다. (242쪽)
제48괘 수풍정_마르지 않는 우물의 덕
택수곤이 막히고 곤경에 처하는 것이라면, 수풍정괘는 위에서 막히고 어려워져서 아래로 돌아오는 때입니다. '정(井)'은 '우물'이고 아래에서 솟아나는 것이어서 택수곤괘 다음이 된 것입니다.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위에 있고 나무와 들어감을 상징하는 손괘가 아래에 있어 나무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리는 상이 됩니다. (244쪽)
* 택수곤괘의 도전괘임. (박희택)
수풍정의 때에 군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골고루 베풀어지는 우물의 덕을 본받아 백성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서로에게 마르지 않는 우물이 되어 줄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244쪽)
제49괘 택화혁_혁명, 크게 바꿈
수풍정괘가 우물의 덕을 베푸는 것이라면, 택화혁괘는 오래된 우물을 완전히 바꾸는 때입니다. 우물은 오래 방치해 두면 더러워지고 썩기 때문에 속까지 뒤집어서 파내야 맑고 깨끗해지니, 변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풍정괘 다음에 택화혁괘가 이어지는 것이지요. (246쪽)
못을 상징하는 태괘가 위에 있고 불을 상징하는 리괘가 아래에 있어 못 속에 불이 있는 것인데 물과 불은 서로 없애기에 물은 불을 끄고 불은 물을 말려서 서로 변혁하는 것입니다. 불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에 내려가니, 만일 불이 위에 있고 물이 아래 있어 서로 흩어진다면 화택규괘(제38괘)가 됩니다. 여기서는 불이 아래에 있고 물이 위에 있어 서로 만나는데 상대를 없애고 완전히 바꾸기에 '혁(革)'이 되는 것입니다. (246쪽)
* 구오효 : 대인호변(大人虎變)
상육효 :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
택화혁의 때에 군자는 천지가 상생-상극의 리듬으로 변혁되어 감을 깨달아 달력을 만들어 사시의 변화를 밝히고백성들이 천지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246-247쪽)
제50괘 화풍정_변혁의 가마솥
택화혁괘가 변혁이 일어나는 것이라면, 화풍정괘는 큰 변화를 계속해서 날것을 익혀 내고 단단한 것을 무르게 만드는 솥을 쓰는 때입니다. '정(鼎)'은 '세 발 달린 솥'으로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쓰는 큰 가마솥을 가리킵니다. 불을 상징하는 리괘가 위에 있고 나무와 들어감을 상징하는 손괘가 아래 있어 나무가 불 속에 들어가 불이 타오르는 상이 됩니다. 나무를 때서 불을 피우는 것은 음식을 삶고 굽기 위한 것으로 삶아 익히기 솥을 쓰는 때가 됩니다. (248쪽)
* 택화혁괘의 도전괘임. (박희택)
화풍정괘의 때에 군자는 세 발 달린 가마솥처럼 안정되고 묵직하게 처신해야 하므로, 자신의 자리를 반듯하게 지켜 나가면서 명령을 엄중하게 해야 합니다.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