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카페지기 서봉석(소선)의 블로그
"소선의 음악이야기" blog.naver.com/bongarr 에서 옮긴 것입니다.
앤디 윌리엄스- Moon River - 세종문화회관 (1981.05.06) 가페지기 섭외 참여
1981년 한국일보 사업부에서 연락이 왔다. 내용은 미국 가수 앤디 윌리엄스( Andy Williams 1927~2012 가수,
영화배우)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오는데 요구사항이 많다고 하면서 수고 좀 해 달라고------
1960년대 중반부터 KBS관현악단 김강섭단장은 한국일보 사주 장기영회장과의 친분으로 한국일보의 미스코리아 행사를 비롯해
서 모든 연예행사는 김강섭악단과 함께 했었다.
열흘 후인 5월6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일보사 초청 앤디 윌리엄스의 콘서트를 여는데 미국에서 악단이 오는데 보충해야 할
현악기 연주자와 악기 임대 등을 필요로 하니 그 일을 맡아달란다. 그시절 카페지기는 악단총무였었다.
미국에서 오는 악단 편성은
색소폰 1, 트럼펫 2, 트롬본 2,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신디사이저, Arp스트링사운드,지휘자 등 12명이고
스트링 섹션(1st Violin 6, 2nd Violin 4, Viola 3, Cello 3) 16명과 타악기 1명 등 17명을 섭외해 달라는 것과
리듬섹션(Guitar, Bass, Drum, Percussion set, Synthesizer, Elec,Piano)의 앰프스피커 등 과 건반악기와 드럼세트, 팀파니를 포함
한 라틴타악기세트 등과 무대배치,악단석의 높이와 넓이,음향기기, 마이크 위치, 마이크스탠드,모니터스피커 위치 등등을 요구하
는데 그 요구사항이 무척이나 디테일한데 놀랐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악단이 참여하는 공연의 경우 이런 저런 요구사항이 공통적으로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 시절에는
공연자측과 주최측간에 요구사항 관계로 다투기 일수였던 경우가 많았다. 하긴 공연계의 발전이란 것이 쌍방이 서로 그러면서 하
나하나 개선되어 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현재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악단의 경우 대부분 연주만 담당했기에 이런 저런 준비과정은 무관심하게 지냈지만 이번에 국제적인 공연행사에 악기 등의 섭외
를 맡아 해보면서 힘은 들었지만 문화선진국의 공연 준비 과정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대형 악기 렌트사업체가 많이 있어서 대부분의 악기세트들이 다양성있게 국제수준으로 준비되어 있지만 그때
에는 렌트사업이 구상단계였기에 악기점에서 대여해 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그 악기세트들을 입맛대로 준비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스트링섹션은 KBS관현악단의 일부 단원을 포함 국내 일류급으로 섭외를 했다. KBS에는 오후에 정규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외부
연주자를 섭외하게 되었다.
당일 오전 9시30분에 모여서 음악 리허설을 가졌다. 보통 국내의 대형 공연의 경우 전날 오후에 음악연습을 하고
당일 오후에 무대연습을 하게 되는데 이들이 일정을 타이트하게 배정한 관계로 오전에 음악리허설(반주 연습후에
앤디 윌리엄스와 함께 연습)을 하고 오후에 무대리허설 그리고 저녁에 공연하는 스케쥴로 계획되었다.
미국에서 온 연주자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들도 한국의 스트링섹션의 합주능력이 생각보다 우수하다면서 만족
해 했다. 아마도 그들은 해외공연을 다닐때에는 기본적인 멤버만 구성하고 현지에서 나머지 멤버를 지원받는 형식으로 순회하다
보니 외국 여러 나라의 객원 연주자에게서 부족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았다.
앤디 윌리엄스는 리허설 도중에도 특히 자신의 마이크와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무대 앞과 옆의 여러개의 모니터 위치, 조명
등에 대해 자세하게 체크를 해 가며 주문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날은 오후부터 밤까지 카페지기가 담당하던 TV프로의 녹화가 있어서 본 공연을 못 본 것이 안타까웠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요구사항으로 보내 온 것중 맨 마지막에 있는 출연자 대기실에 관한 것이다.
요구사항 그대로 적어보면
1. Dressing Room I (Andy Williams)
다음과 같은 다과가 아티스트 도착 이전에 드레싱 룸에 준비되어야 한다.
4인분의 유리잔 및 얼음, 몇가지의 소프트 드링크
4인분의 몇가지 과일과 치즈가 담긴 접시
2. Dressing Room II (오케스트라 멤버-미국측)
다음과 같은 다과가 아티스트 도착 이전에 드레싱 룸에 준비되어야 한다.
뜨거운 음료와 찬 음료, 종이컵, 12인분의 몇가지 과일 및 치즈가 담긴 접시, 뜨거운 커피. 뜨거운 물, 봉지차,
설탕, 레던, 맥주 1상자, 4쿼트의 몇가지 과일 쥬스 (1쿼트=0.95리터)
※ 여기에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측 연주자의 대기실에도 위의 내용처럼 한국일보측에서 준비해 주었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그런 것들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니까 당일 연습때에 준비 불충분으로 인한 연습시간 지연이 안 생기
기에 서로가 굉장히 효율적이란 결과를 얻게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연때에는 출연진과 모든 스탭들이 연습때 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짜증나는 일이 없어야 좋은 공연이 될수 있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알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연 선진국의 연예인들과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문화가 빠르게 변화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아래 영상은 Moon River의 작곡자인 핸리 멘시니가 직접 지휘하는 그의 오케스트라에서 노래하는 앤디 윌리엄스
https://youtu.be/grgn8z96FzM
이 곡의 작곡가인 핸리 맨시니(Henry Mancini 1924~1994 작곡가,편곡자,지휘자, 재즈피아노,플루트)는 영화음악의 대가로서 많
은 영화의 주제곡을 히트시켰다. 수많은 악단 연주곡과 유명 가수들과의 레코딩이 있으며 자신의 악단으로 재즈에서 팝에 이르기
까지 많은 공연활동도 활발하게 했었다.
Peter Gunn (1959 TV드라마 탐정극 "피터 건"의 테마곡)
Moon River (1961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의 테마곡)
Baby Elephant Walk (1962 영화 "하타리"의 테마곡)
The Pink Panther (1963 코미디영화 "핑크 팬더"의 테마곡)
Charade (1963 코믹 미스테리 영화 "샤레이드"의 테마곡)
The Thorn Bird (1983 TV드라마 "가시나무 새"의 테마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