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백색성검 6권 - 제 38장
무서운 비무대결
한밤중의 연회석은 선실 뒤쪽의 고물부근에 차려져 있었다.
그곳엔 이미 잠룡곡의 간부 전원 모여 있었고, 석장형도 어
느새 그곳으로 와 있었다.
백상인이 다가가자 가장 먼저 일어나 반긴 사람은 남궁장천이었다.
"어서오시오, 백형!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 하던 참이었습니다."
뒤따라 종리청우도 일어서서 반기며 말했다.
"무척 오래만입닏. 이렇듯 오늘 보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군요!"
"고맙습니다."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여 그들에게 마주 답례한 후, 시선을
문득 한쪽으로 돌렸다.
그곳은 연회석의 가장 상석,
상석에는 회주 백리유를 비롯하여 남궁려려, 제갈청하와 그
녀들을 둘러싼 사군자화 및 몇 명의 소녀들이 보였다.
백상인은 백리유를 향해 정중히 예의를 차렸다.
"폐를 끼치겠습니다."
백리유는 고요한 시선으로 미소하며 말했다.
"폐가 되지는 않아요! 우리가 함께 부담없이 즐겨주셨으면 고맙겠어요."
"고맙습니다."
백상인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보인 후, 그 좌우의 남궁려
려와 제갈청하에게 시선을 보냈다.
"..........."
그녀들은 백상인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이에 백상인은 시선을 돌려 이광리 호중산과 함께 한쪽의 자
리에 앉았다.
여몽청은 얼른 백상인의 좌측에 앉아서는 계속해서 묵묵히
백상인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연회석의 곳곳에는 굵은 황촛불이 타오르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은은하 그 불빛아래, 마련한 음식들은 제법 먹음직스러웠고
풍성한 양이었다.
언제 구했는지, 연회석, 군데군데에는 커다란 술통이 무려
다섯 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일행이 좌정하고 나자, 이광리는 그 술통 중 하나를 집어들
어 백사인에게 잔을 권하며 말했다.
"오늘은 제가 형님을 모신 아주 기쁜 날입니다. 자, 이한잔
을 받으시고 차후에 훌륭한 영웅이 되어주십시오!"
"하하.......... 고맙소!"
백상인이 잔을 내밀자, 이광리는 그의 술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콸콸콸콸.........
술은 푸른 빛깔이 은은히 감도는 죽엽청이었다.
금세 주위로 향긋한 술냄새가 진동했다.
백상인은 술쩍 미소한 뒤, 그 술을 한꺼번에 남김없이 마셔 버렸다.
(크윽!)
순간 불길같은 것이 뱃속에서 일며 전신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좋군!)
백상인에게는 마셔보는 술이었자만 괴로움은 없고, 오히려
입에 쩍쩍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이거 내가 타고난 술꾼이 아닌까?)
백상인은 내심 미소하는데, 이광리가 웃으며 말했다.
"역시 형님은 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
이때,
옆에 있던 여몽청은 얼른 닭다리 하나를 뜯어 들고 말했다.
"어서 이 안주를 드세요!"
헌데, 이광리는 그 안주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장부는 최소한 석 잔은 거푸 마셔야 하는 것,
안주는 그 다음입니다!"
이어 그는 다시 백상인의 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랐다.
콸콸콸............
죽엽청은 본래가 독하기로 소문난 술이고, 지금 백상인이 들
고 있는 잔은 큰 사발과도 같은 것이었다.
웬만한 사람이면 그것 하나만 마셔도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
기 쉬운데, 백상인은 두 잔을 거푸 마시면서도 숨한번 흐트리
지 않았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백상인의 눈빛은 더욱 막아지는 듯 했다.
"하하! 영웅은 호색이요, 호주라, 형님은 과연 영웅의 기질
이 있는 분입니다!"
이광리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잔의 술을 따랐다.
백상인은 미소하며 거뜬하게 다음 한잔을 마셨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여몽청이 얼른 그의 입속으로 안주를 가져갔다.
허나 그것은 또 가라막히고 말았다.
이번엔 호중산이 술통 하나를 들고 웃으며 나섰던 것이다.
"군자는 태산과도 같다 라고 했으니, 형님께선 과연 대인이
십니다. 소제의 술도 한잔 받으십시오!"
"고맙소!"
백상인은 미소하며 잔을 내밀었다.
호중상은 즉시 석 잔으 술을 연달아 따랐고, 백상인은 사양없이 마셨다.
무려 연거푸 여섯 잔의 술을 마셨는데도 백상인은 안색은 그
저 말고 평온하기만 했다.
여몽청은 그 눈부신 용모를 취한 듯 바라보다가, 얼른 준비
했던 안주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백상인이 손을 저었다.
"내 혼자 머기만 해서 되겠소?"
백상인은 이어 술통을 하나 집어들고 이광리와 호중산의 잔
에 철철 넘치도록 붓기 시작했다.
콸콸콸............!
술이 넘치도록 차오르니 마음도 절로 풍요로워지고, 진하게
감도는 주향은 정신을 황홀하게 했다.
"이 잔은 이 술은 몸과 마음이오! 지금 이후로 그대들과 고
락을 함께 할 것이니, 결코 오늘의 이 의리는 변치 맙시다!"
"예, 형님!"
호중산과 이광리는 내심 감격해하며 술잔을 연속해서 기울였다.
그들의 주량도 보토은 넘는 것이라 석 잔의 술을 거푸 마셔
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들이 석 잔의 술을 모두 마시고 나서야 여몽청은 백상인에
게 안주를 건네줄 수 있었다.
그녀는 이어 호중산과 이광리에게 안주를 가져다 주었다.
안주를 받으며 이광리는 흥겨워서 말했다.
"형수님은 참으로 마음이 좋으신 분입니다. 앞으로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호중산이 옆에서 짐짓 강짜를 놨다.
"이놈아! 너만 그런 마음이 있는 줄 아느냐? 나도 그렇다 임마!"
그말에 그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핫핫핫.........!"
"두 분의 말씀 고마워요!"
여몽청은 그들에게 깍듯이 말한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즈음,
이들의 분위기가 하도 호쾌하고 흥겨운 바람에 좌충의 전체
시선은 모두 이곳으로 쏠려 있었다.
백상인이 다소 무안한 표정을 짓자, 남궁장천이 일어서며 그
에게 술을 한 잔 따랐다.
"알고 보니 저 두 분과 결의형제가 되셨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소제의 술도 한 잔 받으십시오!"
"고맙습니다."
백상인은 얼른 받아 마시고는 자신도 그의 잔에 술을 그득히
따랐다.
콸쾈롸.........
넘쳐 흐르는 술잔을 받으며 남궁장천은 문득 옆에 앉은 남궁
방천에게 물었다.
"방천아! 너도 백형께 술 한잔 올리거라."
"예, 형님!"
남궁방천은 그 전과 태도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항상 오만함에 들떠 잇다가 이번에 팔대신룡에도 들짐 못한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남궁방천은 안색을 다소 붉히며 일어서서 정중히 말했다.
"제가 전번엔 백형께 매우 무례했었습니다. 이 한 잔은 사죄
의 뜻이니 받아 주십시오!"
"원, 별 말씀을........"
남궁방천이 술을 따르자 백상인은 미소하며 그 술을 단숨에
받아 마셨다.
이어 그는 남궁방천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 당신은 대기만성형의 인물입니다. 꾸준히 노력
하시면 차후 반드시 빛을 보실겁니다."
"감사합니다."
남궁방천이 술을 마시고 자리에 앉자, 이번엔 종리청우가 자
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미 백형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백형을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종리청우가 술을 따르며 그 같이 말하자, 백상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너무 과분한 말씀이로군요?"
이어 그가 그 술잔을 비우고 마악 종리청우에게 다시 건네려고 할 때다.
돌연, 그의 앞에 아름다운 그림자 네 개가 나타났다.
스슷슷............!
(............!)
백상인은 잠시 행동을 멈칫했다.
사군자화,
그들은 천상사뫄에 다음 간다는 네 명의 절세미녀들이었다.
그녀들은 어느새 수중에 하나씩의 술자을 들고 있었다.
그녀들이 나타나자, 여몽청은 순간 눈살을 다소 찌푸렸으나
달리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이미 백상인을 믿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군자화는 백상인의 앞에 나타나자 그중 옥소하가 대표해서 말했다.
"당신은 영웅의 그릇, 우리 네 사람이 술 한잔씩 더 올려도
상관은 없겠지요?"
".........."
백상인은 문득 천상삼화를 바라보았다.
백리유 등은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허나 이 일이 그녀들의 수긍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임을 어
렵잖게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맙소!"
백상인은 시선을 돌리며 그녀들의 잔을 차례로 받았다.
하나같이 절색의 미녀들이 고운 옥수로 따라주는 술이라 그
맛은 특별히 별미일 것이다.
그런데,
그때 돌연 좌중에서 짤막한 냉소소리가 터졌다.
"흥!"
그 소리는 분명 백상인의 행동을 비꼬아서 내는 것이었다.
좌중의 인원들은 일순 흠칫 놀랐으나, 백상인은 개의치 안혹
그 네 잔의 술을 다 받아 마셨다.
이어 사군자화가 ㄷ로아가고, 여몽청이 백상인에게 안주를집
어주는 순간에 그 냉소소리는 또다시 터졌다.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비양거리는 말소리까지 뒤를 이었다.
"흥! 이거야 눈꼴시여워서 어디 볼 수가 있나? 세상이 온통
자기 것인 듯 날뛰는 꼴이란........."
"맞아! 그말은, 저녀석 그때처럼 한 번 맛을 보여줄까?"
"아냐! 아서 아서, 저 녀석의 무예는 허풍일지 몰라도 제기
랄!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
좌중의 시선은 일제히 그 사람들에게 쏠렸다.
그 시선은 모두 어이없는 표정들이었다.
백상인 역시 그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는 고요히 눈빛을 빛냈다.
그들은 유달리 그와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바로 내겸, 임방, 강소평 등 세 사람이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좌중의 시선이 집중되자 다소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어, 이봐! 모두들 죽일 듯이 쳐다보잖아! 우리가 그 녀석을
욕한게 그렇게 잘못이란 말인가?"
임방의 말에 강소평이 대꾸했다.
"욕좀 했다고 저지경이라면 세상에 죽을 놈들은 허다하지!
더구나 그 녀석은 우리 잠룡회의 일원도 아니잖아, 녀석을 그
렇게 환대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이에 냉겸이 그들에게 손을 저어 만류하며 신형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중앙으로 한 발자국 나서며 백상인을 향해 말했다.
"이봐 백가자식! 불만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어디 나와 한 번
붙어보자! 난 네놈의 허풍을 반드시 벗겨 버리고 말테니까 말이야!"
좌중의 사람들은 처음엔 그들이 술에 위해서 그러는 줄로 알았다.
"............"
백상인은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냄겸은 한 발자국 나서며 다시 소리쳤다.
"야! 이 자식, 너 겁난단 말이냐? 하긴 그렇지, 호로자식같
은 놈이 그새 별 수 있을..............."
냄겸은 말 채 다 잇지 못했다.
그 순간 장내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번쩍 했다.
그 그림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으며 그 후엔 짤막한
격타음이 일었다.
철썩!
소리와 함께 냉겸의 안면이 맹렬하게 좌측으로 돌아가면서
붉은 혈흔이 생겨났다.
"이, 이런.........."
냉겸이 순간 이빨을 깨물고 화를 버럭 내려고 고개를 돌리는 때였다.
순간 그는 안색이 대변했다.
검,
폭이 매우 가늘어 보이는 끝이 뾰족한 장검 하나가 어느새
그의 목젖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그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 버리고 목젖에
검을 들이댄 것은 지극히 짧은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냉겸은 대경했다.
그리고 그는 곧 검을 쥔 한 사람의 얼구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그는 바로 다름아닌 이광리였다.
"다, 당신이........."
냉겸이 엉겁결에 소리치자, 이광리는 살벌한 어조로 말했다.
"냉겸! 너 죽고 싶으나?"
냉겸은 일순 경악과 두려움에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는 잠룡회의 이뤈도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당신이 왜..........?"
"왜냐구? 그는 바로 나의 형님이다! 따라서 그분을 욕보이는
것은 곧 나에게 죽고 싶다는 말고도 같은 것이다. 알겠느냐?"
이광리는 살벌한게 대답하며 검끝을 조금 밀었다.
그러자 예리한 검끝이 목젖을 조금 파고 들며 한줄기 붉은
선혈이 흘러나왔다.
이에 냉겸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
이때,
상석에 앉아 있던 제갈청하가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신룡께선 즉시 검을 거두세요. 회주님의 앞에서 그런 행
동은 신선모독임을 잊었나요?"
"..........."
그러자 이광리는 백리유를돌아보더니 할 수 없이 검을 거두
었다.
그가 검을 거두는 동작은 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기척도
없었고, 빨랐으며 또한 능숙했다.
목에서 검이 빠져나가자, 냉겸은 훌쩍 뒤로 물러나며 악에
바친 듯 소리쳤다.
"이신룡께선 너무하오! 저번엔 저 백가를 해치우라 해놓고
이제와선 그를 하늘같이 두둔하다니, 남자로서 어찌 그럴 수가 있소?"
"뭐라고?"
이광리는 눈을 부릅떴다.
"내가 언제 그를 해치우라 했단 말이냐?"
그는 소리치며 화가 나 냉겸을 쫓아가려 했으나, 그 순간 그
의 앞에 한 사람이 막아섰다.
(............!)
그는 바로 동방세기였다.
동방세기는 여태 한쪽에서 묵묵히 술을 마시다가 느닷없이
이 일에 개입한 것이다.
"넌 뭐야!"
이광리는 화가 치솟은 터라, 동방세기에게 버럭 소리쳤다.
동방세기는 모집이 크고 무거운만큼 말이 없고 강한 사람이다.
그를 알려면 종리청우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된다.
동방세기는 묵묵히 이광리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만 두시오! 그의 말은 그리 틀린데가 없는 것 같소!"
"뭐야?"
이광리는 두 눈에 예리한 광채를 뿜었다.
그것은 그가 이미 너무 노한 나머지 살념을 품었다는 증거였다.
허나 동방세기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그는 우리 잠룡회로 볼 때 외인이오! 그를 두둔하고
우리의 인원을 닥달한다면 장차 사기에 큰 지장이 있을 것이오!"
그의 말은 얼핏 느끼기에 사리에 맞는 말이었다.
이광리는 그만 무턱대로 화만 낼 수 없이 냉래하게 소리쳤다.
"그럼 너는 저 녀석의 말이 전부 옳단 말이냐?"
동방세기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 내용에 대해선 나도 모르겠소! 허나 그는 내가 보기에
다소 욕이 지나친 듯 하던데, 그런 것은 사내로서 능히 할 수
도 있는거요. 나는 이형의 전체의 사기를 위해 좀더 좌중하길 바라오!"
"뭐라구?"
이광리는 내심 이를 갈았으나 달리 반바할말이 금방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스스,
한 가닥 미풍이 일어나며 그의 옆에 호중산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동방세기! 너는 전체의 사기는 중요하고, 한탄 간사한 놈이
우리를 이간질하는 것은 그냥 둬도 좋단 말이냐?"
동방세기는 호중산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말을 한적이 없소! 다만 이런 일은 힘으로 누르
기 보다 좀더 공평을 기하자는 것일 뿐이오!"
"공평이라고 했느냐?"
동방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미 당신들의 애기는 들었으니 이제는 저들의 말
을 들어봐야겠소!"
이어 그는 나란히 자리한 냉겸 등 삼인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말해보아라!"
이에 냉겸은 만면에 희색을 띄며 입을 열었다.
"아까, 저의 말은 사실입니다! 이년 전, 그때 저 두분은 우
리 삼인에게 저 백가를 쳐치할 것을 은밀히 지시했었지요. 그
건 이 두 사람에게 물어보면 잘 압니다."
동방세기의 시선이 옮겨지기도 전엔 강소평이 발작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은 맞습니다! 저 두 분 신룡께서는 과거 우리에게 은
밀히 일을 처리하라고 했었지요.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만 그
후로도 그는 오랫동안 백가 놈을 제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건
우리가 그들을 따르던 사람들인 누구보다도 잘 알지요."
이광리와 호중산은 말으 잊고 살벌한 안색으로 그들을 노려보기만 했다.
동방세기는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너희들은 이 두사람을 왜 몰아세우느냐?"
그 질무에 대한 대답은 임방이 했다.
"우리의 사이가 벌어진건 저 두 사람이 갑자기 마음을 달리
하여 백가놈에게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지조없는 사람들
과 같은 행동을 하기 싫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도 그 때문에
우리를 일부러 멀리 하는 듯 했습니다."
동방세기는 다시 대답했다.
"이들은 지금 너희들을 왜 미워한다고 생각하는냐?"
임방은 다시 대답했다.
"그것은 백가놈에게 좀더 잘 보일러는 수작이겠지요! 그전
일은 우리에게 누명을 씌우고 말입니다. 정말이지 저희들은 억
울합니다! 우리들은 다만 백가놈의 행동이 역겨웟서 나섰을 뿐
인데, 정말이지 아무 죄도 없습니다."
장내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극히 조용해재 있었다.
그 조용한 침묵은 살벌한 긴장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었다.
냉겸 등의 말은 끝났다.
그러나 호중산과 이광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마치 극도로 화가 난 표저잉라고나 할까?
이윽고, 좌중의 분위기를 살피며 동방세기가 상석의 백리유
를 향해 말했다.
"회주께선 이 일에 대한 현명한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백리유는 고요히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좋아요! 나는 지금 그드릐 애길 들었지만, 이 일의 시시비
비는 금방 가릴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 스스로
가 해결할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단지, 이 일에 대한 감
정으로 함부로 직권이나 힘을 남용한다면 그에 따르는 엄중한
조치를 가하겠어요. 이는 전체의 사기와 질서를 위한 것이니
여러분은 명심하고 따라주길 바래요!"
백리유의 말이 끝나자, 동방세기는 이광리와 호중산을 보며 말했다.
"나는 당신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믿소!"
"............"
이광리와 호중산은 무표정하게 묵묵히 서 있을 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동방세기는 무심한 시선으로 좌중을 한 차례 훑어보
더니, 돌연 의외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자, 어려운 문제도 일단락됐으니, 나는 본래 여기 나온 목
적을 말하겠소! 그것은 저 냉가의 형제와 마찬가지로, 백씨 성
을 가진 사람과 일전을 벌여보기 위해서였소! 나는 그가 사내
라면 이 대결을 결코 회피하지 않으리라 확신하오!"
"아니.........!"
"엇-----------"
좌중에 놀람에 찬 외침이 터지며 잠시 소란스러웠다.
그들은 동방세기가 설마 그런 제의를 해올 줄은 예측하지 못
했던 것이다.
그 말에 무표정하게 안색을 굳히고 있던 이광리가 급히 나섰다.
"동방세기!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리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
을 모르느냐? 마침 저번에 승부를 가르지 못한 것도 있으니 한
번 붙어보자!"
이광리가 말하며 안광을 빛내자, 동방세기는 손을 저었다.
"아니다! 나는 너와 싸우고 싶지는 않다."
이어 그는 백상인을 향해 재차 말했다.
"당신은 용기가 없소? 그렇다면 내가 포기할 수도 있지만."
그 말에 이번엔 호중산이 나섰다.
"동방세기 이놈! 나도 있다!"
헌데 그때,
문득 한 줄기 나직하고 맑은 음성이 일었다.
"좋습니다! 도전을 받아주지요."
그 말은 분명 백상인이 한 말이었다.
이에 좌중의 시선이 일제히 백상인에게 향했다.
백상인은 가벼운 미소를 띈 채 일어나 중앙으로 걸어왔다.
호중산과 이광리도 사실은 백상인의 무예를 보고 싶었던 터
라 즉시 한쪽으로 물러났다.
급히 술자리가 물려지고 좌중의 중앙엔 둥글게 빈 공간이 생겨났다.
백상인과 동방세기는 그 중아에서 서로 삼장 간격으로 마주
보며 섰다.
"............"
숨막힐 듯한 침묵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 백상인은 문
득 동방세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공격을 펼쳐보시오!"
그는 두손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상태였다.
그 자세는 전혀 싸우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마치 산보를 나
온 사람같았는데,
더욱 특이한 것은 백상인의 전신에는 그저 부드럽고 유약한
분위기만 흐를 뿐 아무런 강한 기도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 모습에 좌중에 모든 사람들도 놀라고 의아해했지만 당사
자인 동방세기는 의아함이 더 했다.
(...........?)
그는 잠시 백상인을 훑어본 후,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
했다.
"당신은 무기가 그 금화이겠지요? 그럼 미리 꺼내놓는게 낫지 않겠소?"
백상인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필요하다면 그것도 꺼내보이지요."
"..........."
동방세기는 그의 태평한 태도에 내심 의문이 들었으나, 곧
좌측 허리에서 검을 하나 빼들었다.
그그긍.............
검은 묵검이었고, 남이 거의 세워져 있지 않을 정도로 아주
뭉툭하고 두꺼운 형태였다.
그것은 마치 과거 패왕의 묵검을 보는 듯 했다.
동방세기는 백상인을 향해 검끝을 비스듬히 져눈후, 말했다.
"내 검공은 백형도 알고 있겠지만 바로 우주만뢰이오. 나는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니 조심하기 바라오!"
무예를 펼침에 있어서 일일이 초식을 설명해가며 조시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동방세기는 말으 ㄹ하고나서도 내심 그 말을 후회했다.
그런데 장작 당사자인 백상인은 부드럽게 미소하며 여전히
여유있고 태연자약한 표정을 짓는게 아닌가?
그 표정을 보며 동방세기는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내가 그래도 삼갑자의 내공에 이미 우주만뢰의 팔성의 경지
로 접어들고 있는데 네가 나를 이토록 무시한단 말인가? 아니
면...... 어쨌든 맛을 보여주자!)
동방세기는 내심 단단한 결심을 하고 진기를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삼갑자의 내공이란 기실 대단한 것이다.
그것은 말그대로 백 팔십년 동안 공력을 쌓아야 모을 수 있
는 내공으로, 보통 사람은 평생 꿈도 꿀 수 없는 경지인 것이다.
과연 전신내공을 끌어올리자, 동방세기는 금세 사지백해가
온통 진기로 가득 차며, 태산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솟구침을 느꼈다.
그는 즉시 진기를 모아 우주만뢰의 검공을 펼치려고 했다.
헌데 그 순간,
동방세기는 문득 백상인의 두 눈에 시선을 던지다가 가볍게
놀랐다.
"..................!"
본래 백상인의 자세는 몹시 허술하고 유약해 보였다.
흡사 한 번 찌르면 너무도 쉽게 무너질 듯한.......
헌데 이 순간 느낌은 그게 아니었다.
느닷없이 그 유악한 가운데에서 알수 없는 거대한 힘이 느껴
졌던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은 불가사의하게도 그를 천천히 죄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하늘의 힘이라 해도 좋았고, 혹은 대해의 미
증유의 거력같기도 했다.
아니, 그것은 혼돈 이전의 태초의 무한한 능력같기도 했다.
동방세기는 처음엔 작게 놀랐으나, 그 미미한 놀라움은 갈수
록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동방세기는 그 상태에선 도저히 공격할 수가 없었다.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그 일을 기이하게 생각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동방세기가 금방이라도 공격을 할 듯 진기를 잔뜩 끌어올려
놓고도, 주춤거리며 땀만 뻘뻘 흘리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지금은 초여르이지만 아직 날씨가 더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평소엔 묵묵하나 한 번 움직이면 행동이 과감
한 성격의 동방세기가 저런 꼴을 보이는 광경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미 동방세기가 땀을 흘리기 시작한지도 일각이나 지났다.
그의 얼굴은 지금 땀에 범벅이 된 채 눈을 부릅뜨고 안면을
무겁게 일그런 채 여전히 고요히 서 있는 백상인을 안간힘을
다해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검도 이미 떨리기 시작했으며 그는 지금 마치 악전고투
라도 치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광경을 기이하게 여기며 바라보고 있던 호중산이 나지갛게 중얼거렸다.
"저렇게 진기를 끌어오리고 있다가는 그 힘이 폭발하여 주화
입마에 걸리기 십사일텐데.........."
그는 옆의 이광리에게 나직히 질문을 던졌다.
"저건 혹시 기세검도라는 것이 아닐까? 검기로 상대방을 압
도하는............"
헌데 이광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형인은 검도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그 저태
도엔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
호중산은 묵묵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군!)
(안돼! 저건 다만 환각일 뿐이야!)
동방세기는 속으로 이 말을 몇번 외쳤는지 모른다.
이미 극한으로 끌어올린 진기를 다시 되둘릴 수도 없었다.
만일 그렇다면 자신의 몸이 산산이 부서져 나갈 것이라는 느
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길은 오직 하나,
이미 끌어올린 진기로 어쨌든 초식을 펼쳐야 한다.
허나 한 점의 물방울을 바다에 던지면 그 바다는 해일이 되
어 나를 덮칠 것이라는 느낌에 그는 끝내 검공을 못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심마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그 심마를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극한의 진기에 의해 몸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려
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대 앞에서 눈을 감는다는 것은 곧 자살 행위다.
그런 결국 동방세기는 눈을 감고 말았다.
(저건 심마야! 환각이고 환상이야!)
눈을 질끈 감은 순간 동방세기는 발작적으로 검공을 시전했다.
(우주만뢰---------!)
폭발 직전의 거대한 진기가 순식간에 검끝을 따라 격렬하게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다.
그러나 ,
동방세기는 아무런 느낌도 받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그럼 그 거대하게 폭출 시킨 힘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동방세기는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경험했던 그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느낌은 사실이었으며,
그 거대한 힘이 지금 자신의 검을 붙잡고 있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한낱 물방울에 던지듯 진기를 쏘았으되, 바다
는 아직 해일로서 그를 덮치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는 순간, 동방세긴느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동방세기는 탈진된 상태에서 그대로 서 있다가 돌연 무너지
듯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쿠당당..........
그것은 백상인이 힘을 거두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동방세기는 바닥에 고꾸라지는 순간 한줄기 열류가 스며들며
자신의 진기를 전과 같이 보충시켜줌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바닷가 받았던 물방울을 되돌려주듯,
(아.........!)
순간 동방세기는 내심 격렬히 탄식하며 신형을 일으켰다.
몸은 이미 전과 같이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묵검을 허리에 꽂으며 백상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조용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대하자 동방세기는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전율을
느꼈다.
그는 순간 스르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것은 정말로 그가 겨껑보지 못한 무서운 대결이었다.
"제가 졌소!"
동방세기는 땀을 뻘뻘 흘리다가 돌연어이없게도 눈을 감았
고, 한 차례 경련을 일으키더니, 잠시 후 주저앉아 버렸었다.
그러다가 일어서선 백상인을 향해 무릎을 꿇고 졌다고 말한 것이다.
그것은 그냥 말한 것이 아닌 아주 통렬히.........
대체 어지된 일인가?
백상인은 계속 그냥 서 있기만 했을 뿐이거늘, 동방세기는언
제 어떻게 졌다고 말한 것인가?
모두들 의아함에 고개만 계속 갸웃거렸을 뿐,
정작 그 내막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백상인 본인 밖에 없었다.
백상인은 미소하다가 그를 일으켜 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백상인의 그 말에 동방세기는 내심 격정을 느꼈다.
"..........."
그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백상인을 바라보기만 했다.
바로 그때,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쿵............!
화를르르르륵! 콰콰쾅-------..............!
거대한 굉음과 함께 매캐한 화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화광이
충천하자, 제일 놀란 사람은 역시 백리유였다.
"무슨 일인가?"
그녀가 음성을 높이자 아직도 멍하니 서 있던 잠룡회의 인원
들은 급히 신형을 움직였다.
휙! 휙! 휙..........!
비록 기이한 비무대결에 넔이 빠져 있었지만, 그들의 순간적
인 대응태세는 놀라울 정도였다.
순식간에 모든 인원들이 정위치로 찾아들자,
그때에야 백리유에게 연락이 왔다.
"적입니다!"
(뭐라고? 아니, 현 무림에 우리를 노리는 놈들이 있단 말인가?)
그녀는 크게 의아해 하며 남궁려려, 제갈청하와 함께 돛대
위로 신형을 솟구쳤다.
스슷스스스.......
강풍은 약간세게 불고 있었다.
돛대 위에 내려선 그들 세 명의 절세미소녀들은 사방을 둘러
보며 한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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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즐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고있읍니다 .감사!!!~♡♥♡~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