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무덥던 여름을 보내고 집사람을 아침에 깨웠는데 의식이 없어서 다급함에 119를 불러 고대구로병원 응급실로 갔고 입원하자 졸지에 나는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간병을 하게 되었다. 당뇨가 심해져서 여러가지 합병증이 왔는데 저혈당이 와서 의식을 잃은 것이라 했다. 밤에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가수면 상태로 지내며 20여일 고생을 했다. 퇴원 후에는 장기간 집을 비운탓에 상한 음식을 많이도 버렸고 또 수시로 외래로 병원을 찾으면 하루 해가 금방 지나가고 집안일도 내 몫이 많이 늘어나고 거의 집에서 같이 있어야 했다.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매일 저녁 공원에 나가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과거에도 병원에서 퇴원 후 몇달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는 집어 치웠기 때문이다.
오늘 오랜만에 혼자 도봉산에 가보고 싶어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도봉산역에 내리니 쾌청한 가을날씨에 주말이라 등산인파가 아주 많았다. 전에는 별로 많지 않던 김밥집도 많이 보여 김밥 한줄을 사서 등산로로 올라가는데 등산로에 도토리 껍질과 밤껍질이 많이 보인다. 포대능선에서 신선대로 방향을 정해 본다. 낮은 산기슭에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단풍이 많이 들었다. 포대조망쉼터에서 Y능선으로 해서 신선대를 향하는데 주말에는 일방통행인데도 이를 모르고 역방향으로 내려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신선대에서는 외국인도 많았다. 내려오다가 양지에 자리잡고서 김밥, 과일, 커피를 들었다. 늘 지나치기만 했던 천축사도 들어가 본다. 그 동안 병원에서 지내며 잠도 제대로 못자고 운동도 못해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같다. 집사람의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내 생활도 점차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