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옛집
----------------------------------------------------유 성 대
눈치 빠른 갈매기 지붕 위에 떠있다 비린내 찾아 바다로 간다 바다 바람 막아주던 백 살 넘은 돌담 사이사이 모난 돌 정 맞을까 숨어있고 잡풀 투성이 텃밭에는 늙은 호박 숨바꼭질하며 놀고 있는데 삐뚤이 참외는 끼워 달라 떼를 쓴다 아이들 뛰어 놀던 뒷동산 꼭대기 큰 나무 두 그루는 토끼 모습이고 빨래줄에 말 잠자리 연애편지 다 썼는지 애인 만나러 떠난다 애 잘 낳는 아낙 엉덩이보다 더 큰 돌절구는 마당 한 편에 할 일 없어 입 찢어지게 하품만 하고 있고 뒤뜰 장독대 작은 단지 맵시로 교태부리면 큰 항아리 등 돌려 못 본체 한다 커다란 무쇠 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아궁이는 한가롭게 낡은 세월의 쓰레기나 태우며 낮은 온기로 마음 달래고 있다 마루에 올라 천장을 보면 쭉 빠진 서까래들 서로 잘 빠졌다 칭찬하며 수다들이다 외양간 행랑채자리는 밭에 나간 엄마 찾는 목 메인 송아지 울음 소리 울리고 낮 잠자고 있던 뒷뜰 거북이바위는 인기척에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차려진 밥상 위 동네 파리 경사 났다 다 모여 입맛 다시며 덤벼들고 양념간장이 마술을 했는지 고등어조림이 입안에 작은 사치로 꽃을 피운다 호마이카 찻장은 옛모습 그대로 세월을 우려내며 부엌에 주인인양 호사를 부리고 거만을 떨고 있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평온하니 모든 시름과 진통은 온천의 열기로 찜질해 날려 보낸다
착한 고민을 하며 살자 세상에 편히 쉴 곳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