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는 반드시 열려
임성욱
(시인/사회복지학박사)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pandora). 과연 어떤 인물일까. 누구이기에 우리 세대에서까지도 회자되는 것일까. 좋은 의미보다는 커다랗고 쇼킹한 그러면서도 음습한 사건이 터질 것 같을 때 더더욱 잘 등장하는 이 여인의 정체는 말이다. 인류에게는 좋은 일을 해줬다고 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그가 신들의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주었을 때 대로한 제우스(Zeus, 올림푸스 산의 주신)가 인류를 벌하기 위해 여인을 만들게 해서 지상에 보낸 최초의 여자가 바로 ‘판도라’라고 한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인류를 괴롭힐 악을 주었다고 한다. <노화, 질병, 전쟁, 바이러스, 가난・・・>등을.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의 아내가 된 판도라가 제우스가 준 피토스를 열어버려 인간세계에 질병, 재앙, 분노, 질투 등 만악의 근원들을 퍼지게 했다고 한다. 이 피토스가 바로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부정적인 악들이 세상을 주유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판도라가 재빨리 뚜껑을 닫았기에 희망이 상자 안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희망’은 후회하는 판도라에게 수많은 위로를 주었다. 자신인 ‘희망’이 있으니까 비록 시련이 엄습하더라도 이겨내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말로. 신고전주의 양식의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의 그림 <판도라>에서도 작은 연못과 나무들이 있는 고요한 숲에서 상자를 조심스럽게 여는 여자를 묘사하고 있다. 다가올 끔찍한 운명마저도 무시하는 듯한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몽환적 신비주의에 투사하면서. 요즘 우리 사회의 곳곳이 불안정해 보인다. 정치는 물론 경제 등 모든 곳에서. 때문에 폭풍전야의 낮은 기압골 밑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들이 흘러 다니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민초들은 날마다 고공행진을 하는 물가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역대 정권의 경우, 초기에는 그래도 지지율이 높는 등 안정적인 편이었다. 보통 임기의 반환점을 지나 65% 정도의 임기를 지나면서 정치권에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자고로 정치가 안정되어야 다른 부분도 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곧 정치의 불안정은 경제의 불안정을 부르고 이는 곧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국민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 안정이다. 그래야 경제, 문화 등 기타 분야도 당연히 안정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감안해서 정치를 잘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따뜻한 세상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마다 정치인들의 싸움박질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끝나면 좋은데 문제는 여타 국민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꼴불견이 지속된다면 결국 민초들이 도리깨를 들고 도리깨질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길 바란다. 날마다 삶에 허덕이는 민초들은 지금 당장 들이닥친 한파에서 안방이나 배는 물론 마음까지도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여야정치권이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더 첨언하면 잘못을 저지른 세력이나 그 인간들의 작태는 반드시 청천백일하에 드러난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길 바란다. 판도라의 상자는 속속들이 열릴 수밖에 없으니까. 인간의 강력한 호기심이 특히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이는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군도 없다는 사실도 꼭 인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