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註釋 달기의 성패
***주석註釋도 시의 일부다.
작품 배경에 서사가 담긴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역사, 지리 자료를 담은 서사를 기술해야 하는데
3장 구조인 시조에서 서사를 담기란 참 어렵다.
자유시는 작품 중간에 적당히 섞으면 되지만 시조는 3장 구조라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사를 모르면 작품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 어쩔 수 없이 서사 내력을 주석으로 달아 놓는다.
그러면 시가 지저분해진다.
심지어 시보다 주석이 더 긴 경우도 본다.
*****원칙적으로 주석 내용은 시의 본문에 용해시켜야 한다.
주석도 시의 일부이기 때문.
그래서 주석을 없애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정말, 어쩔 수 없다면 최소화해야 한다.)
직전에 탑재한 <구지봉 환상곡>은 역사 자료가 제재이지만 주석 없이 만들어 보았다.
과거에 내가 주석 문제로 고심을 한 작품 두 편을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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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만리래도해 (千里萬里來渡海)※
- 낙동강․127
먼동빛 붉게 트는 새벽
구지봉(龜旨峰) 꼭대기에 올라
가야의 유민으로 서서 김해벌을 내려다보면
켜켜이 쌓인 시간 사이로 허연 뼈대로 흐르는 江
네 박자로 일고 잦는 조선의 하구(河口)를 거슬러
갈대숲 파랗게 서걱이는 바람둑에 귀 기울이면
가락의 동으로 내닫는 말굽소리, 물소리……
햇발 찬란히 받으며 백의(白衣)의 깃발 높이 걸치고
흘러 일월(日月)이 되고 굽이져 흔적이 되어
누천년, 들을 베고 누웠어도
잠들지 않는 증언의 江
※千里萬里來渡海:일본 구주 북부 하까따(博多)에서 매년 7月에 행하는 제사놀이에 쓰이는 문구. 이는 곧 그들이 가야인의 후예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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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창작 당시 <천리만리래도해(千里萬里來渡海)>의 서사 처리 문제는 아무리 고심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제법 긴 주석으로 사족을 달았다. 지금 보아도 지저분한 그림이다.
주석 내용을 시의 본문 속에 용해시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려면 한 연을 더 늘리면 될 것 같다.
주석이 사족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주석은 본문 속에서 처리를-------
그래서 아래 작품은 만어사의 서사를 본문에 용해시키려 무진(!!!) 애를 쓴 것이다.
만어사 역사 지리적 사연을 제1연에 몽땅 담을까?
아니면 여기저기 흩어서?
---보기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많은 고심을 거듭---------등등
결국 그 서사를 제2연 초, 중장에서 가볍게(?) 처리하고 보니 시가 깔끔해진 느낌.
만어사萬魚寺
-낙동강․417
낙동강 물고기가 산에는 왜 앉았을까
강이 올렸을까
산이 끌었을까
스스로 목어木魚 되려고 비늘 세워 올랐을까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산 너덜겅에
눈 감고 귀도 닫고 입도 다문 물고기들
산 아래 강물소리를 마음으로 듣고 있다
종각鐘閣을 휘어돌아 메아리로 이는 바람
운판소리 법고소리에 온 산이 기우는데
범종梵鐘이 얼마나 울어야 사람들은 종鐘이 될까
강은 먼 빛으로 안개 속을 흐르는데
산으로 헤엄쳐 온 물고기 종석鐘石들이
청동靑銅 빛 울음소리로 산자락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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