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0일, 화요일, El Chalten, Hostal Arco Iris (오늘의 경비 US $21: 숙박료 50, 식료품 14, 환율 US $1 = 2.85 peso) 어제는 하루 종일 비바람이 쳤는데 오늘은 언제 그랬더냐 싶듯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다. 천만다행이다. 오늘은 남미의 명산 Fitz Roy 산 구경을 가는 날이다. 왕복 9시간 걸리는 긴 산행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칠레 Cochrane에서 만났던 19개월 째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미국 청년을 다시 만났다. Villa O'Higgins를 거쳐서 나보다 하루 빠르게 토요일 이곳으로 도착했다. Villa O'Higgins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 것이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별로 힘이 안 들었단다. 소문과는 달리 국경 넘는 길에 있는 두 호수에 모두 배가 있었고 국경을 넘느라고 말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여행자가 많아지니 하루가 다르게 사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일 이곳을 떠난다 한다. 이렇게 좋은 곳에 힘들게 와서 왜 그렇게 빨리 떠나느냐고 물으니 이곳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어서 떠난다고 한다. 꽤나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친구다. 그러니 19개월 홀로 여행을 해낼 수 있었겠다. 한 시간 반을 걸어서 전망대에 당도하니 영화의 한 장면 같은 Fitz Roy 산의 환상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 Wyoming 주에 있는 Grand Teton 국립공원의 산들과 흡사한 경치인데 훨씬 더 웅장하고 멋있는 것 같았다.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들이 여럿 보이는데 가운데 있는 제일 높은 봉우리의 꼭대기 부분은 계속 지나가는 구름에 가려서 아무리 기다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등산 코스는 쉬운 편인데 마지막 한 시간은 가파를 언덕길이었다. “세 호수”라는 뜻의 Laguna de Los Tres로 가는 길인데 호수는 둘밖에 보이지 않았다. Fitz Roy 산 바로 밑에 있는 호수들인데 물이 청록색이었다. 산봉우리들이 금방 호수로 떨어져 내릴 것 만 같았다. 당일치기로 등산하는 사람들도 많고 캠핑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 10년 후에는 굉장한 관광지가 될 것 같다. 아르헨티나의 Fitz Roy 산 경치가 며칠 후에 가볼 칠레의 Torres del Paine 산 경치보다 더 좋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날씨가 나빠져서 바람이 불고 잠깐 빗방울까지 내렸다.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숙소 주인이 내일 방을 비워 달라고 한다. 두 달 전에 프랑스 그룹이 숙소 전체를 며칠간 예약했다고 한다. 어제나 오늘 아침이라도 얘기를 해 줄 것이지 이제야 얘기를 하다니 도리가 아니다. 밖에는 바람이 무섭게 불고 빗방울도 떨어지는데 나가서 내일 밤 잘 곳을 찾게 만들다니 불쾌한 표정으로 불평을 했다. 그러나 할 수 없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비를 입고 내일 밤 잘 숙소를 찾아서 나섰다. 한곳에 가니 방이 하나 있긴 한데 방값이 $33으로 너무 비싸다. 버스 터미널에 가서 내일 El Calafate로 떠날 수 있나 버스를 알아보니 토요일까지 버스표가 매진되었다. 진퇴유곡에 사면초가다. 그러다가 매표원 여자가 어디다 전화를 걸어보더니 바로 10분전에 버스 좌석 두 자리가 취소되었다며 우리가 원하면 차지할 수 있다한다. 내일 오후 6시에 출발해서 El Calafate에 밤 11시에 도착이란다. 늦은 시간이라 El Calafate에 도착해서 숙소 찾는 것을 걱정했더니 고맙게도 숙소 예약까지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내일 걱정은 해소되었다.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다. 내일 오후 6시 버스니 날씨만 좋으면 오전에 Fitz Roy 산 등산도 더 할 수 있겠다. 이 지역은 이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철이 다가오니 숙소와 교통편이 계속 힘들어 질 것 같다. 지금 까지는 아슬아슬하게 운 좋게 지냈지만 앞으로 걱정이다. 계속 운이 좋기를 바랄 수밖에 별 도리 없다. 여행지도 El Chalten 계곡은 Fitz Roy 산으로 가는 길이다 외나무다리를 건넌다 환상적인 Fitz Roy 산이 나오면 저절로 “와” 하고 탄성이 나온다 이렇게 환상적인 산이 또 있을까? 가운데 봉우리 정상이 구름에서 나올 듯, 나올 듯, 그러나 안 나온다 구름에 덮인 채로 만족하자 명산 밑에는 대부분 그림 같은 호수가 있다 그림 같은 Laguna de Los Tres 호수 구름에 완전히 덮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