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꿈
날마다 12시를 넘어야 잠을 자던 습관이 요즘 들어 초저녁부터 잠이 와서 겨우겨우
넘기고 11시 즈음에 잠을 잤다.
새벽 5시경이면 지루할 정도로 누어있기가 싫어서 일어나곤 했는데 오늘은 7시가 넘도록
잠을 잤다.
그사이에 매일 새벽마다 많은 꿈들을 꾸었다. ‘노인이 되면 이런가?’
오늘 새벽은 1박2일로 조카 부부와 낚시를 갔는데 애들은 낚시터 몇 발짝 건너 숙소에 있고
나는 25대 하나를 던져놓고 카메라를 설치하는데 조작이 잘 되지 않아 사투를 벌이는 사이에
꾼들이 젤젤젤 좋아하는 대 피자 한 마리가 물고 가는 찌에‘아싸~’하고 힘찬 챔 질을 했다.
“와우~”
4짜가 두 마리나 걸려 사투를 벌이고 마름을 걸고 나오는 무게감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잡아놓고 다시 인증 샷이라도 남기려고 했는데 인증 샷도 찍히지 않아 조카를 불렀다.
조카가 나왔는데 조카도 카메라 조작을 못해 사진도 못 찍어 얼레카페에 올리지도 못하는
‘4짜 두 마리 사진 없는 조행기’를 쓸 것 같아 마음이 무척 서운했다.
4짜 혹부리. 달빛 소류지. 월남붕어, 수다쟁이 아저씨, 풍월주, 붕어 잡는 곰님 등등등 명품 유튜버
등은 다음을 기약해도 되지만 일생에 한번 뿐일지도 모르는 내 실력으로 다시는 없을 일에
서운함이란 말로 형용 할 수도 없었다.
사진을 잊고 붕어칭구 님처럼 외대 일침으로 바짝 쪼여 보는데 ‘피유~우우웅’ 피아노 노줄 소리
(사실 피아노는 줄이 없는 건반 악기지만)에 땡겨 보니 시커먼 놈이 큰 아가리를 벌리고 나오는데
옆에 앉은 조사들이 망상어라고 했다.
“미터 급 망상어. 와우~”
다시 조카에게 동영상과 사진을 찍으라고 했는데 조카는 카메라 조작을 여전히 할 줄 몰라 사진 없는
조행기만 생각났다.
그때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 대통령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대통령의 별장이라는 생각이 들고
대통령은 아주 큰 물고기를 잡았다며 웃음을 띠우고 바라보았다. 나는 갑자기 대통령의 별장을
비린내로 더럽힌 것 같아 죄송했다.
대통령은 내 마음을 아는지 괜찮다며 깨끗이 청소만 하면 된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갔다.
나는 대통령을 만나 기를 받고, 어망이 찢어 질 듯 가득찬 물고기를 보며 기운을 얻어 더 큰 놈을
잡겠다고 갔더니 다른 사람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사님께 정중하게 내 자리라고 했더니 한 마리만 잡고 비켜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꿈이 깼다.
그런데 꿈이 깨고도 비몽사몽 중에 사진 없는 조행기를 쓸 일에 떨떠름했는데 꿈이라는 것을 알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한파에 추운 데를 나가면 냉온 조절을 못하는 내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는데 얼마나 낚시를 가고
싶었으면 이런 꿈을 꾸었을까 생각하니 평소에 로망들을 집대성해 놓은 꿈이었다.
이 꿈 사건을 아내에게 들려주면‘당신 날 좋은 날 한번 다녀와요’ 할 것 같다.
“두드러기가 문제야? 붕어도 툭툭 두드러진 철갑비늘로 추위를 견디며 사는데 추위에 저절로
생기는 붉은 갑옷 입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새벽, 노년의 새벽꿈 이야기!
한편의 영화는 1시간 반인데 2시간 이야기를 한 것처럼 헛소리가 길었습니다.
추위를 이겨내는 조사님들을 웃음으로 응원하며 마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