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김광림.김광섭. 김소월. 김종삼. 박남준.백석.서동주. 신석정.이문길.임길택.정약용 정희성.조지훈.함민복.
산 김광림 한 여름 들린 가야산 독경 소리 오늘은 철 늦은 서설이 내려 비로서 벙그는 매화 봉오리
눈맞은 해인사 열두암자를 오늘은 두루 한 겨울 면벽한 노승의 눈매에 미소가 돌아
산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녁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놓고 먼 산 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 줌 돌 한 개 들성거리지 않는다 새나 벌레나 짐승들이 놀라까봐 지구처럼 부동의 자세로 떠간다 그럴 때면 새나 짐승들은 기분 좋게 엎데서 사람처럼 날아가는 꿈을 꾼다
산은 날 것을 미리 알고 사람들이 달아나면 언제나 사람보다 앞서 가다가도 고달프면 쉬란 듯이 정답게 서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려 같이 간다
산은 양지바른 쪽에 사람을 묻고 높은 꼭대기에 신을 뫼신다
산은 사람하고 친하고 싶어서 기슭을 끌고 마을로 들어오다가도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도로 험한 봉우리로 올라간다
산은 나무를 기르는 법으로 벼랑에 오르지 못하는 법으로 사람을 다스린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 소리를 듣고 싶으면 내려와 깊은 계곡이 된다
산은 한 번 신경질을 되게 내야만 高山도 되고 名山도 된다
산은 언제나 기슭에 봄이 먼저 오지만 조금 올라가면 여름이 머물고 있어서 한 기슭인데 두 계절을 사이좋게 지니고 산다 창비. 1968년 발표. 김광섭(1905 - 1977) 함북 경성 호는 怡山.
이탈리아 폼페이 베수비오 산 AD 79년8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 도시가 멸망
산 김소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嶺 넘어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지리산 제석봉
산 김종삼(1921-1969) 샘물이 맑다 차갑다 해발 3천 피트이다 온통 절경이다 새들의 상냥스런 지저귐 속에 항상 마음씨 고왔던 연인의 모습이 개입한다 나는 또다시 가슴 에이는 머저리가 된다
산 박남준(1957 - ) 전남 영광 가지 않아도 너는 있고 부르지 않아도 너는 있다 그리움이라면 세상의 그리움 네게 보낸다 기다림이라면 세상의 기다림 나에게 남는다 너는 오지 않고 너는 보이지 않고 꿈마다 산맥으로 뻗어 두 팔 벌려 달려오는 달려오는 너를 그린다
록키산
산 백석 머리 빗기가 싫다면 니가 들구 나서 머리채를 끄을구 오른다는 산이 있었다
산너머는 겨드랑이에 짓이 돋아서 장수가 된다는 더꺼머리 총각들이 살아서 색시 처녀들을 잘도 업어간다고 했다 산마루에 서면 멀리 언제나 늘 그물그물 그늘만 친 건넌산에서 벼락을 맞아 바윗돌이 되었다는 큰 땅괭이 한 마리 수염을 뻗치고 건너다보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도 그 위영꽃 진달래 빨가니 핀 꽃바위 너머 산 잔등에는 가지취 뻐꾹채 게루기 고사리 산나물판 산나물 냄새 물씬물씬 나는데 나는 복장노루를 따라 뛰었다
중국 황산
산 서동주 산에는 알지 못할 무언가가 있다
나무가 알지 못하게 자라고 있고
흙도 알지 못하게 숨쉬고 있다
그리고 산은 알지 못하게 우리를 품고 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 산 신석정(1907-1974)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 아무 죄없는 짐승과 에레나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언제나 나도 산이 되어보나 하고 기린같이 목을 길게 늘이고 서서 멀리 바라보는 산 산 산
신불산
산 이문길 내 소원이 무엇인지 아나 소원이 생각날 리 없는 산골이라 아내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뭔데 내가 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 안 사는 저런 큰 산 하나 사는 것이다 그러자 아내는 갑자기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쓸데없는 것 사서 뭐하게 또 빌어먹을라카네 내가 풀이 죽어서 말했다 개간해서 농사 지을라 안칸다 나는 말없이 산을 둘러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나한테는 필요 없지만 나무들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안개한테 구름한테 산이 필요해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가 사도 누가 사는지 산이 모르기 때문에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사도 아무 소용없는 빈 산이라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내 만년에 그런 산에 혼자 살고 싶어 내가 사고 싶은 것이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 우도
산 임길택 말도 못하는 산 도망도 못 가는 산 그 산을 이길 수 있느냐고 누가 물었어요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어요 대신에 우리는 그 산의 친구가 되겠다고 했어요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산 정약용
小 山 蔽 大 山 소산폐대산 遠 近 地 不 同 원근지불동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리는 것은 거리가 멀고 가까움 때문이다
정 약용(1762-1836) 7세때 지음
산 정희성 가까이 갈 수 없어 먼발치에 서서 보고 돌아왔다 내가 속으로 그리는 그 사람마냥 산이 어디 안가고 그냥 거기 있어 마음 놓인다
산 조지훈 산이 구름에 싸인들 새소리야 막힐줄이
안개잦아진 골에 꽃잎도 떨렸다고
소나기 한주름 스쳐간 뒤 벼랑끝 풀잎에 이슬이 진다
바위로 하늘도 푸르러라 고운 넌출에
사르르 감기는 바람소리
만리장성
산 함민복 당신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킬리만자로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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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해물과 백두산이 원문보기 글쓴이: 아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