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이 움직이는가? 움직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것이라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의 여러 게시물에서 소개하고 있다. 댓글을 보면 '역시 정말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등 실제로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런 동적 착시 현상 외에도 음영 착시 현상을 이용해,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는 심리 테스트로 이용하기도 한다. 회색 알약을 두고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보이지 않는지 묻는 식이다. 시각 효과로만 보이는 착시 현상이 정말 스트레스 수치를 대변할 수 있을까?
원본보기 SNS 스트레스 측정 심리 테스트. 알약이 회색이 아닌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보인다면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라고 게시물에서는 설명한다./사진=인스타그램
SNS 착시 심리 테스트, 재미로만 봐야 스트레스 수치와 관련이 있을 수는 있으나, 신빙성은 낮다. 시각은 물체 표면에 반사돼 망막에 입사된 빛이 대뇌에서 어떻게 해석해 인지했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레티넥스 이론(retinex theory)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레티넥스 이론을 고려하면 시각은 대뇌 피질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며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대뇌 피질이 피로해 휘어진 무늬나 음영으로 유발되는 착시 현상들이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스트레스는 심박수를 올리고 집중력과 주의력은 떨어뜨려 쉽게 착시에 빠지게 한다. 문제는 모든 착시 현상이 스트레스로 유발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임명호 교수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으면 착시현상이 잘 보일 순 있지만, 착시현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다는 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착시 현상이 얼마나 강하게 느껴지는지에 관한 연구도 이뤄진 적이 없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심리 검사의 신빙성을 높이려면 매우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면서 명확한 기준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SNS에서 떠도는 심리 테스트는 그런 근거가 없어, 타당도와 신뢰도 모두 낮으므로 재미로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스트레스 수치가 높으니까, 테스트에서 말하는 결과대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원본보기 틱톡에서 유행한 스트레스 측정 심리 테스트 착시 그림으로, 빨리 움직일 수록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라는 설명이 함께 게시됐다. 그러나 이 그림은 심리테스트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Yurii Perepadia
실제로 심리테스트가 아닌 그림이 심리테스트로 둔갑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한 틱톡에서 유행한 심리 테스트(△자료 사진)가 '일본 신경과 전문의 야마모토 하시마(Yamamoto Hasima)가 제작한 것'이라고 알려졌었는데 사실은 우크라이나 프리랜서 그래픽 아티스트 유리 페레패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