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껜 아이들>과 25회 쿠바 아바나 국제도저선 1
2016년 1월 16일 토요일 아침 쿠바 아바나 도서전 초청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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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펴낸 에네껜 아이들이 만들어 준 기회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일인데다 혼자라서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기기 힘들었다.
왕복 항공권과 3박4일의 체류비를 제공한다는 말에 놓치기는 싫었지만
혼자 가야 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24시간 이내로 결정을 해 달라는 요청에 결정을 못 내린 채
그날 마침 광화문 아름다운 가게에서 그림책 읽는 아이 행사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와 가까이 지내는 김지언 화가를 만나 함께 가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김화가는 선뜻 승락을 했다. 얼마나 고마운지
쿠바는 우리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지만 너무 멀어 쉽게 갈 수 없는 나라 또한 쿠바다.
그로부터 약 20여일 남짓
여행은 떠나는 순간보다 준비하는 시간이 더 설렌다는 걸 실감하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쿠바는 한국과 수교가 되지 않는 나라라서
나를 초청하기 위한 모든 진행은 멕시코 대사관에서 했다.
한국은 2015년에 처음으로 참가했고 올해로 두번째 참가하는 것이다.
다른 분과의 일행이 없으니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멕시코 대사관과의 연락은 14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메일을 보내면
이틀 후에나 답이 왔다.
그 답도 단답형의 문제처럼 궁금한 게 열개라면 답은 겨우 한두가지라고 할까.
쉽게 전화도 할 수 없는 거리인지라 모든 게 답답하고 주먹구구식이었다.
항공티켓도 이쪽에서 선택해서 보내면 멕시코에서 구매해서 나한테 보내주기로 했다.
김지언 화가와 함께 가야 하니 서로 같은 비행기 편으로 해야 했다.
가장 궁금하고 중요한 것이 비자문제였다.
비자 부분을 몇번이나 물어 받은 답이
경유지나 하나바 행 비행기에서 25불에 사면 된다는 답변이었다.
쿠바는 미수교국가라서 투어리스트 카드가 꼭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빙그레 여행사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유지나 하바나 행 비행기에서 사면 된다는 말을 믿고 국내 에서는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설 연휴 첫날인 섣달 그믐날을 맞았다.
음식을 준비하기 전에 일단 짐부터 대강 싸보기로 했다.
쿠바가 상하의 나라이니 옷은 일단 가벼워서 좋았다.
그러나 책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다 미리 준비한 학용품 선물 또 이벤트 행사에 준비한 물품들
아무래도 가방 하나를 더 가져가야 했다.
내가 이용할 항공사는 KLM 암스텔담을 거쳐갈 비행기였다.
일단 인터넷으로 KLM 사이트에 접속해서 추가 짐 가격을 알아보았다.
공항에 가서 신청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가입을 하고 추가 짐 티켓을 신청하는데 자꾸만 에러가 나서 접속이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상담전화를 걸어 자리도 통로 자리로 바꾸고
짐도 추가로 비용까지 지불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라였다.
"저 투어리스트 카드는 준비되셨죠?"
항공사 직원의 물음에
"아뇨, 암스텔담이나 하바나 행 비행기에서 사려구요."
"안돼요. 그거 없으면 인천에서 탑승을 안시킵니다. 사셔야 해요."
이게 무슨 소린가. 그야말로 청천벽력
"전화번호 알려드릴테니까 어서 그것부터 사세요. 그거 없으면 아예 비행기를 탈 수 없어요."
기가 막혔다.
항공사 상담원이 알려준대로 빙그레 여행사에 전화를 했더니
ARS 응답 뿐
"정상 업무는 연휴가 끝나는 11일부터 입니다."
10일 밤 비행기인데 11일부터라니 투어리스트 카드를 살 수 없다는 말이었다.
멕시코 대사관은 왜 그렇게 말한 것일까. 전화를 걸고 싶어도 멕시코는 한밤중
일단 메일부터 보내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다.
사방팔방 여행사와 관계되는 곳은 모두 전화를 돌렸지만 10일까지 휴무
오후 늦게 멕시코 대사관 측에 보낸 메일이 읽음으로 나왔다.
곧바로 다이알을 돌렸다.
내 하소연에 대사관 측은 오히려 왜 투어리스트 카드를 사지 않았느냐는 답변
비행기에서 살 수 있다고 말해서 그랬다 했더니
비행기에서 다 파는데 KLM은 안파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나중에야 확실히 안 일이지만 에어 캐나다를 이용하면 비행기에서 팔고
멕시코를 경유해서 들어오면 멕시코 공항에서 파는 것을
멕시코 대사관에서는 모든 비행기, 모든 경유지에서 파는 걸로 알고 있던 것이었다.
대사관 말만 믿고 못 샀다고 했더니 비행기를 바꿔타고 오라고.
그리고 연휴라지만 어떻게 내리 4일을 놀겠느냐고
이틀 쯤 놀고 출근하지 않겠느냐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안이한 말이었다.
할 수 없지. 가지 말라는 팔자인가 보다.
체념하면서도 끈이 닿는 곳은 모두 연락을 취해 알아보는 데 까지 알아보았다.
설음식을 해야 하는데 망연자실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항공사에서도 최대한 연계해서 이용할 수 있는 항공편을 알아봐 주긴 하는데
연휴라서 쉽게 자리가 나지 않았다.
도서전에 강연 일정이 12일로 잡혀 있어
어떻게든 11일 오후까지는 쿠바에 떨어져야 하는데 도저히 앞이 안 보였다.
오후 늦게 재외동포 재단에 계신 분이 투어리스트 카드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일단 기다리라는 연락이 왔다.
그제야 겨우 진정을 하고 설 차례 음식준비를 했다.
그러나 투어리스트 카드가 내 손안에 들어와야 가는가 보다 하는 상황
설날도 그 이튿날도 막연히 기다리는 심정은 입이 타들어갔다.
8일, 9일도 조마조마한채 날이 저물고
드디어 10일이 되었다.
밤 비행기를 타야 하니 집에서 적어도 오후 8시에는 공항으로 출발을 해야 했다.
3시경 부탁한 투어리스트 카드가 준비되었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무조건 달려나갔다.
25불이면 살 수 있는 투어리스트 카드를
근무시간이 아닌 연휴에 어렵게 구하느라 상당한 급행료를 지불하고 손에 넣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공카드였다.
"절대로 잘못 쓰시면 안됩니다.
화이트로 지워도 안돼요. 꼭 정확하게 실 수 없어 쓰셔야 합니다."
가방에 챙겨넣는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여행자 보험을 들긴 했는데 싸이트에 들어가 영문확인서를 출력하렸더니
이건 또 왜 말썽 내 여권이름과 다른 스펠링으로 되어 있었다.
엎친데 덮친격. 취소해버리고 서울역 환전센터에서 운영하는 보험을 비행기를 타기전에 다시 들었다.
쿠바는 영문 보험증명서가 꼭 있어야 했다.
무작위로 검사를 하는데 누가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필수로 해야 하는 상황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며 밤 8시 공항으로 출발했다 .
0시 5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여유있게 나가
지인과 함께 투어리스트 카드를 작성하는데
내리 4일을 그 카드때문에 마음 졸였던 때문인가.
마음이 조급한 때문인가 한자도 틀리면 안된다고 강조한 것 때문인가
오히려 더 긴장이 되어 양쪽에 똑같이 써야 하는데
한쪽은 성만 써야 할 곳에 이름까지 몽땅 써 버렸다.
어떡하지? 틀리면 안된다고 그리 강조했는데 정말 가지 말라는 건가 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티켓을 받을 때 물었더니 항공사 직원은 괜찮을 거라고 한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였던 쿠바는 1898년 미국과 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한 후에
미국의 군정치하에 놓이게 된다. 그 후 미국의 도움으로 수립된 쿠바정부가 부정부패를 일삼자
1959년 피델카스트로가 정권을 무너뜨리고 쿠바내 미국자산을 묶어버린다.
1961년 미국은 쿠바와 국교를 단절하고 이듬해 쿠바가 소련의 핵탄도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게 되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소련이 쿠바에 핵공격 기지를 건설한다고 공표하고
국제사회에서 쿠바를 격리시킨다.
미국은 쿠바를 경제봉쇄 조치를 취하고
1996년부터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기업의 경영진과 주주들의 가족들까지
미국입국을 중단시킨다. 그에 따라 쿠바를 들어가도
여권에는 쿠바에 입국했다는 도장이나 아무런 증거가 남지 않는데
그 대신에 투어리스트 카드를 입국사증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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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행기에 오르긴 했는데 쿠바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까.
계속 긴장의 연속이다.
11시간 반을 날아 암스텔담에 도착할 때까지도 마음 한쪽엔 혹시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