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파일이 안올라가 글로 직접 올립니다.
철학과는 다음주에 선철갑니다 ^.^ ~~~~~~~~
다다음주에뵈용
『벌거벗은 임금님』은 동화(童話)가 아니다.
201000449 송나래
지난 주, 마음이 복잡해 갑사에 들렀다. 산 공기도 마시고 등산도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잠시나마 비워진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갑사의 나무들이 조금씩 단풍이 들고 있음을 보았다. ‘벌써 가을이구나.…….’ 학생회장을 맡아 철학과를 꾸리며 바쁘게 지냈던 2012년이 벌써 세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 부반장을 도맡아 해왔지만 그 당시 임기가 끝나고 내가 한 일에 대해 돌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지난 2012년을 돌아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항상 날 도와주던 부학생회장 오빠와 우리 학생회들, 그리고 잘 따라주었던 신입생들, 항상 응원해줬던 동기와 선배들, 교수님……. 대학생이 되고 반 단위가 아닌 교수님, 학교, 학생들, 각종 단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철학과’라는 집단을 꾸려나가게 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학생회장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과연 나는 좋은 학생회장이었을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좋은 누나, 언니, 동생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역시나 후회가 남는다. 마침 내가 듣는 수업 중 자유 주제로 글을 쓰는 과제가 있어 주제를 ‘좋은 리더십‘으로 설정하고,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가지려 한다.
이번 과제 덕분에 다시 읽게 된 동화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어떤 나라에 사치를 좋아하는 임금님이 있었는데, 이 임금님은 옷에 대한 욕심이 유별나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입어보지 못한 단 한 벌의 아름다운 옷을 찾기에 급급해 나랏일은 뒷전이고 백성들을 돌보지 않았다. 임금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신하들조차도 그를 우습게 알았다. 그러던 임금님에게 어느 날 두 재단사가 특별한 실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이고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드린다며 나타났고 임금님은 두 재단사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두 재단사는 나랏돈을 펑펑 쓰며 놀다가 옷을 완성했다면서 이 아름다운 옷은 특별하여 심성(心性)이 나쁜 자에겐 보이지 않고, 심성(心性)이 착한 자에게만 보인다고 하였다. 임금님은 옷이 보이지 않았으나 자신이 나쁨을 들키기 싫어 신하에게 어떠냐고 물었고, 신하들 또한 나쁨을 들키기 싫어 대단히 훌륭하다는 둥, 디자인이 특별하다는 둥, 모두 하나같이 칭찬하고 아부했다. 임금은 만족하고 이 아름다운 옷을 백성들에게 보이기로 하여 백성들 앞에 나섰다. 임금의 옷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백성들도 하나같이 칭찬하고 아부하였다. 그러던 중 한 어린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외쳤고, 이 때 사람들은 모두 어린 아이는 심성(心性)이 순수하고 마음씨가 착함을 알았고, 임금님은 백성들에게 망신을 당하고 궁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대부분 “거짓말은 나빠요!”라는 교훈을 얻는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동화를 읽고 거짓과 아부가 판을 치는 우리 사회 현실을 되돌아보았으며 자신이 임금님이면서 임금님이 뭔지도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비판했고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이 동화는 시점을 신하, 두 재단사, 임금님 셋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될 것이다.
첫째, 동화 속 신하들을 본다면, 이 들은 옷이 안 보인다고 하면 자신의 심성을 들켜 벼슬을 내놓아야 하니 거짓을 하고 아부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자리 지킴이 급한 것이지 진실은 저 멀리 있는 것이다. 또한 임금님이 나랏일은 뒷전이고 나랏돈을 빼돌려 자신의 옷만 사치하기에 급급한데 그 어떤 신하도 임금님에게 바른 소리를 하지 못했다. 이는 임금에게 잘한 점은 격려해주고, 못한 점은 지적해주는 신하로써의 도리를 어긴 것이며 백성들을 위해 있는 궁에 존재하는 신하로써 방관이라는 죄를 저질렀다 할 수 있다. 실제 두 재단사의 실이 특별하여 심성이 못되고 어리석은 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심성이 착하고 현명한 자에게는 보이는 옷이었다면 당연지사 신하들에게는 그 옷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분위기에, 개그맨들은 TV에 나와 이런 말( 개그콘서트 - 용감한 형제들 中 )을 한다.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당신이랑 경쟁하는 후보들의 단점을 찾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생각을 찾는 것에 급급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속이 시원한 한마디인가?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용감한 형제들”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용감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용감하다.” 혹은 “대단하다.”등의 추대 받는 행동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고 국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제대로 된 소통의 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대중적인 개그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비리, 공인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 등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온갖 비리들이 판을 치고 자신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선 물불가리지 않는 부류들. 이런 비리들을 눈감아주고 입으로만 떠들 줄 아는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둘째, 임금님을 속인 두 재단사이다. 동화 속에서는 두 재단사가 어리석은 임금님을 속여 돈을 많이 벌려는 수작을 핀 것으로 나온다. 두 재단사가 나쁜 의도로 임금에게 접근한 것은 당연지사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국가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맹자의 역성혁명사상을 떠올려보면 이 동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옳은 일을 한 사람이 두 재단사가 아닐까? 군주가 군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덕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해서 군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에 이에 저항하여 그 군주를 내몰고 군주로서의 자격을 갖춘 새로운 군주를 세우는 역성혁명에 이르기 위한 발판을 두 재단사가 마련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달리 생각해보면 임금이라는 자리는 자신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그 마음이 백성에게 닿지 않으면 간신(奸臣)이 들끓고 충신이 사라지는 것이다. 임금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고 간신들을 걸러내게 한 점에 있어서는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도 동화 속 나라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신하뿐만이 아니라 백성들 까지도 임금이 발가벗고 행차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멋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옷을 본적이 없습니다.” 등 아부를 떨어대는 것이 아닌가? 우리 국민들 중에서도 아부를 떨어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그 자리에서 부하들의 아부에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온갖 비리들을 눈감아주고 자신의 직업에 직업정신 따위는 없는 국민들은 분명 우리사회에도 존재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는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자.’, ‘진정한 리더십을 가지자.’ 등의 교훈도 줄 수 있겠지만 그 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 자신들도 돌아봐야할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금님이다. 이 동화 속이 주인공이기도 하면서 나의 질책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이다. 내 생각엔, 자고로 나랏일에 간신과 충신이 얼마나 있냐는 것은 임금의 진실 된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진심은 통한다.”라는 말도 있다. 자신의 욕심이 지나쳐 국가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여 나랏돈을 제 것인 마냥 써대고, 신하들의 자신의 부하인 마냥 부리면 간신이 들끓어 충신이 설 자리는 없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진실로 백성들을 생각하고 국가를 백성의 것이라 생각하며 신하들을 부하인 마냥 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두고 진심을 나눈다면 충신이 많아 간신들이 설 자리는 없게 되는 것이다. 동화속의 임금은 그의 두 눈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볼 것이 아니라 뒤돌아 신하와 백성들을 살필 줄 알았어야 했다.
이런 어리석은 임금님을 보면서 진정한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리더십이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것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라는 자리는 한 집단의 우두머리인가? 그 집단에서 최고로 현명하고, 우월하기에 리더를 맡은 것인가? 아니다. 학생회장 자리만 해도 그렇다. 나보다 어린 후배라고 하여 그 후배들을 부려먹고, 못된 말을 하고 진심으로 감싸주지 않으면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후배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또한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라 하여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고 아부하고 간신인 척 한다면 선배 또한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작다할 수 있는 집단의 리더 자리도 이러한데 동화 속 임금이란 자는 백성들을 이끌고 국가를 이끄는 자리에 있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하고, 신하를 부하처럼 부려먹으면 그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수 나 있을 것인가?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보단 신하들과 함께 가는 위치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통치해야 현명한 신하들이 많아질 것이며, 백성들도 그 뜻이 통해 국가가 태평성대(太平聖代)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집단의 리더가 정말 많다. 인문대학만 하더라도 13명의 학생회장, 인문대 학생회장, 그리고 학장님, 학과장님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사회 속에 크고 작은 리더들은 자신의 위치가 무엇임을 알고,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삼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임기가 끝났을 때 후회는 하더라도, 미련이 남아 후배들에게 간섭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기보다는 응원해주고 항상 북돋아주길 권한다. 2012년이 끝나가고 이제 과 행사도 몇 개 남지 않은 이 시점에, 나는 “좋은 학생회장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해 나를 평가하고, 반성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날 도와준 많은 동기들과 선배, 후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겠다. 그들은 1년 동안이나 보잘 것 없는 날 믿고 곁에 있어주었던 충신(忠信)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벌거벗은 임금님』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童話)가 아니다. 우리 사회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이 바뀌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