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즐리'는 저와 같은 퀼트클럽회원입니다.
나이는...70대일 것같네요.
키도 크고
몸도 크고
곱게 화장도 하는 백인할머니인데
젊은 시절에는 참 예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며칠 전에 사업상 미국에 운전해 가면서 퀼트가게에 들른다고 하기에
저도 아침 일찍 따라 나섰네요.
흰색 멋진차를 운전해가면서 로즐리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기억도 안나는 어린 시절부터
외할아버지한테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그녀가 17세이던 해, 그 할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누구한테도
심지어 엄마한테도
그 이야기를 못했답니다.
장례식에 안가려는 그녀를 엄마가 책망했을 때 드디어 처음으로 말을 꺼냈는데
엄마가 믿지 않더라네요.
그 외할아버지 장례식에 손님이 참으로 많이 왔을 정도로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으니
어찌 그녀의 이야기가 먹혔을까요.
하지만 로즐리는 아마 자신의 엄마도 같은 사람(그녀의 외할아버지니까 엄마의 친아버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며 크지 않았을까 의심을 하데요...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로즐리는 19살에 첫번 결혼을 했답니다.
하지만 3년 살고 남편이 바람피는 것을 알고는 헤어지고
다시 결혼을 한 사람이 15살이나 많은 남자였는데 10년 동안
딸 둘을 낳아 키웠답니다.
그런데 큰 딸이 청각장애자이고
작은 딸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였다...
참으로 무거운 짐이지요?
그런데 남편 마저 정말 못되어서
바람피우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 지원도 안하고
때리기까지 해서
위자료도 필요없으니 이혼하겠다고 했는데
절대로 안해주더랍니다.
진짜 작년에 그 남자가 죽을 때까지 법적으로 이혼을 못했다...
그래도 30대 후반에 남편을 떠나 딸 둘을 키우며 일하다가
그녀보다 두 살 많은
'제리'라고 불리는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났다네요.
오랫동안 구애하던 그를 피하다가
그의 40세 생일날 그가
'이번 저녁식사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선언에
그 날부터 데이트를 했답니다.
20년 동안...
'제리'는 정말 잘생기고
다정하고
로맨틱한 사람이었답니다.
항상 그녀를 웃게 만들어 주는 사람...
한 번은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밤 12시가 되자
제리가 갑자기 차를 가장자리로 세우더랍니다.
그리고는 그녀더러 차 밖으로 나오라고 채근하기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춤을 추자'고 하더라네요. ㅎㅎ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고속도로에서
야밤에 춤을 추다...
딸들까지 데리고 같이 여행도 가고
캠프도 하고...
남편이 이혼을 안해주니 제리와 결혼은 못했지만
정말 행복한 20년을 보냈답니다.
그런데 성년이 되어서도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과 일에 치여사는 '로즐리'에게
'제리'가 요구를 하더라네요.
아이들과 나 중에서 한쪽을 택해라...
그도 지친 것이겠지요?
로즐리는 딸들과 손자들을 떠날 수 없었고
그래서 '제리'가 떠났다...
눈물의 세월을 보냈답니다.
그래도 그가 그녀 곁에 있었기에 어려운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고
'그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그녀...
나이가 많은 지금도 돈이 필요해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하는
로즐리...
같이 퀼트가게에서 쇼핑도 하고
코스트코에 가서 점심도 먹고
공항에 가서 그녀의 손님도 데리고 밴쿠버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인 '로즐리'...
남은 삶에는
그녀의 모든 헌신과 노력이
귀한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