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와 `진달래`의 어원
`개나리`와 `진달래`의 `개-`와 `진-`이 접두사임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으
실 것입니다. `개나리`는 `나리`에 접두사 `개-`가 붙은 것이고 `진달래`는 `달래`
에 접두사 `진-`이 붙은 것입니다. 나리꽃은 나리꽃인데, 그보다도 작고 좋지 않은
꽃이라고 해서 `나리`에 `개-`를 붙인 것이고, 달래꽃은 달래꽃인데 그보다는 더
좋은 꽃이라고 해서 `진-`을 붙인 것입니다. 원래 `나리`꽃은 `백합`꽃을 일컫던
단어였습니다. `백합`꽃과 `개나리`꽃을 비교해 보세요. `나리`꽃과 `달래`꽃을 아
시는 분은 아마도 고개를 끄덕이실 것입니다.
이처럼 좋은 것에는 접두사 `진-`을, 좋지 않은 것에는 접두사 `개-`를 붙인 단
어가 우리 국어에는 무척 많지요. 이러한 것의 전형적인 것을 들어 보일까요? `개
꽃`과 `참꽃`을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분은 아마도 대전과 군산을 잇
는 경계선 아래에 고향을 두신 분입니다. 즉 이 단어는 영남과 호남의 일부지방에
서만 사용되는 방언입니다. 그 북쪽이 고향이신 분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실 것입
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꽃은 `참꽃`이고 먹을 수 없는 꽃은 `개꽃`
이지요.
진달래 (azalea)
그리스어로 azaleos는 메마른 (dry)의 뜻이며 azalea는 이것의 여성형입니다. 진달래가 메마른 땅에서 자라서 그렇게 이름지었나 봅니다. 같은 어원의 단어로 arid (불모의, 메마른)이 있습니다. 모음 사이에 azalea는 z가 있고 arid는 r이 있어서 달라보이지만 모음 사이에서 z와 r이 바뀌는 것은 라틴어에서 흔한 현상입니다. 언어학에서는 Rhotacism이라고 부릅니다.
개나리 (forsythia), 목련 (magnolia), 프리지아 (freesia)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세 단어를 하나로 설명하는 것 같이 보이시죠. 사실 이 세단어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비슷한 점은 셋다 어떤 의미가 담긴 어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forsythia는 영국의 원예가 William Forsyth의 이름에서, magnolia는 프랑스의 식물학자 Pierre Magnol의 이름에서, 그리고 freesia는 스웨덴 식물학자 E. M. Fries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접미사 -ia는 여성형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튤립 (tulip)
튤립을 보면 어떤 사물이 생각나세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터키인이 머리에 쓰는 터번 (turban)이 생각났나 봅니다. 터키어로 터번을 뜻하는 tulbent에서 나온 이탈리아어 tulipano (터번모양)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수선화 (narcissus)
수선화의 전설은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했던 청년 나르시소스이야기가 있죠. Narke란 그리스어 단어가 있는데, '마비' 혹은 '무감각'이란 뜻입니다. 수선화가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합니다. 영어에는 수선화와 어원이 관련된 단어가 몇 개 더 있습니다. Narcotic (마취의), narcissist (자아도취자), narcotize (마취시키다) 등입니다.
에델바이스 (edelweiss)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으로 유명한 알프스의 꽃입니다. 우리말로는 '왜솜다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구요. 에델바이스는 순결한 하얀색으로 연상되는 꽃인데, 그 이름 또한 색깔과 관련있습니다. 독일어로 edel은 고귀한 (noble), weiß는 하얀 (white)의 뜻입니다. 합쳐서 고귀한 하얀색의 꽃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라일락 (lilac)
원래 페르시아어였고, nilac이었는데, 아랍어, 스페인어를 거치면서 lilac으로 바뀌어져서 영어에 들어 왔습니다. Nilac의 뜻은 bluish입니다. 라일락의 색깔은 제가 보기에는 보라색같은데, 약간 푸른빛이 감돌아서 그렇게 이름 지었나 봅니다. 이집트의 Nile강이 있죠? 이 강의 뜻이 푸르다(blue)입니다. 색깔 중에도 Nile Blue가 있습니다. 약간 군청색과 가까운가요?
카네이션 (carnation)
카네이션의 꽃 색깔은 붉은색과 분홍색이 주가 되고 거기에 흰색이 들어갑니다. 그러한 모양이 마치 살(flesh)같아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라틴어 caro(살, 소유격 carnis)에서 왔습니다. 영어단어에 carnal (육체의), incarnation (화신 - 육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도 같은 어원입니다. 강남역 부근에 '까르네 스테이션'이라고 고기뷔페가 있죠? carne가 스페인어로 '살'이란 뜻입니다. 불어의 까르네 (carnet)와 혼동하시면 안됩니다. 프랑스에서 자주 쓰는 '까르네'는 '전철 회수권'을 말하거든요.
민들레 (dandelion)
민들레는 일어로는 '담뽀뽀'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뽀뽀라는 음식점도 있어요^^) 민들레를 보시면 꽃잎이 어떤 모양인가요? 서양사람들은 그것이 사자 이빨 같았나 봅니다. Dandelion운 dan (이빨) + de (-의) + lion (사자)로 이루어진 이름입니다. 중세불어에서 왔죠. 현대불어로는 dent-de-lion이라고 합니다. 라틴어로 '이빨'은 dens (소유격 dentis)입니다. 같은 어원의 영어단어로는 dental (이빨의), dentist (치과의사), indent (인덴트 - 편집할 때 쓰는 용어죠. 이빨모양을 넣는 것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팬지 (pansy)
불어의 pensée에서 왔습니다. 파스칼의 '팡세'하고 같은 단어죠. 불어로는 생각이란 뜻입니다. 이 꽃을 보면 남을 생각하게 된다는 데서 왔다고 합니다. 영어에서 남자에게 pansy (boy)라고 하면 여자같은 남자를 말하기도 합니다. 같은 어원의 단어로 pensive (수심에 잠긴)이 있습니다.
데이지 (daisy)
고대영어 dæges eage (day's eye)에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한낮의 눈 (day's eye)이 뭘까요? 바로 태양을 가리키는 말이고, 시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둥글게 생긴 모양이 비슷해서 그렇게 지었나 봅니다. 영어 숙어 중에 push up the daisies란 표현이 있는데 직역하면 '데이지를 밀어 올리다'란 뜻입니다. 이 표현은 '죽었다'라는 말을 완곡하게 말하는 것인데 죽어서 무덤 속에서 데이지를 받쳐주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또한 여성에게 She's a real daisy라고 하면 굉장한 미인이라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