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M&A 시장 오르내려…엑시트 적기 임박 신호
IB업계에선 'M&A', VC업계에선 'IPO'로 회수 방법 선호
"마켓컬리 콧대 높아 M&A든 IPO든 녹록지 않아" 지적도
신선식품 새벽 배송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은 마켓컬리(구 더파머스, 현 컬리)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업 가치에 반하는 높은 콧대와 복잡한 유통 구조 등이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 Exit)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카카오가 마켓컬리 인수를 고민해왔으나 결국 결론을 못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마켓컬리가 인수합병(M&A) 매물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투자금 회수 시기가 도래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드래그어롱(Drag Alongㆍ동반매도권) 계약을 맺은 것을 고려했을 때 엑시트 적기를 놓칠 경우 펀드 청산 전에 지분 매각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마켓컬리 엑시트’ 시나리오를 놓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M&A를,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는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조금 더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IB 중에서도 일부 IPO 담당 실무자들은 마켓컬리의 IPO 가능성에 대해 눈여겨보고 있지만 당장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건 없다는 설명이다.
IB업계에서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마켓컬리 지분을 사모펀드(PEF)가 인수하고 향후 유통 대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신세계그룹과 쿠팡 등이 신선식품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PEF들이 인수한 후 전략적투자자(SI)에 넘기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마켓컬리의 기업 가치는 4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에서 현재 2000억원대 중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치 반등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IPO보단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더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PO의 경우 성사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 미국과 중국에서는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더 많은 편이다.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카버코리아, 스타일난다 등 실제 성공 사례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엑시트에선 경제 규모에 비해 M&A의 비중은 매우 작고 IPO가 주를 이룬다. VC업계에서 마켓컬리가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마켓컬리가 지난해부터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2016년과 2017년 말 기준 실적을 비교하면 영업손실 폭은 오히려 커졌다. 지난해 실적은 공시 전이지만 그간의 손익계산서를 봤을 땐 테슬라 요건 적용 없이는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요건은 상장 요건에 미달되더라도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지난해 2월에 상장한 카페24가 1호 기업이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마켓컬리도 카페24처럼 일종의 플랫폼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요건 충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선식품 유통 구조가 복잡한 점도 IPO에 손을 들어준다는 평가다. 신선식품의 주를 이루는 농산물의 유통 경로는 재배부터 공판장 경매, 도매, 소매 등 비교적 복잡하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사업에선 식품 안전과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배경 지식이 전무한 인수 주체가 자금력을 앞세워 인수 및 경영할 경우 식품안전법상 문제 등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마켓컬리가 TV 광고를 시작하면서 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도 일부 제기된다”며 “쿠팡 사례처럼 마켓컬리도 인지도와 별개로 한동안 적자를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예상보다 투자금 회수가 당겨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의 기대치가 높아 M&A, IPO 모두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세콰이어캐피탈 등 주요 FI들이 마켓컬리의 가치가 4000억원대로 오를 것을 기대하고 투자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치가 오르기 전엔 회수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